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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20일(月)
영하 183도 액체산소가 연료 태워… 3000도 불꽃 뿜으며 우주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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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 우주발사체 1호 ‘누리호’가 내년 2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를 떠나는 장면의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한국형 발사체 주엔진 연소시험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누리호
저궤도 진입 3단형 우주발사체
내년 2·10월 고흥서 발사 예정

‘액체엔진 4기’로 첫 추진 강력
1·2단 로켓 2분씩 끌어올리고
맨 위 3단 로켓이 우주서 가속


“쿠∼쿵.”

약 1.5㎞ 떨어진 연소시험장에서 굉음과 함께 대량의 수증기가 솟아올랐다. 처음에는 옆으로 가는 줄기였지만 100초를 넘어가자 큰 구름처럼 거대한 연기 기둥이 생겼다. 한국형 발사체의 주 엔진인 75t급 로켓의 139번째 연소시험 현장을 언론사의 카메라에 담기는 처음이었다.

2021년 우리 손으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와 발사대로 우주로 쏘면 드디어 ‘우주 자립 원년’이 열린다. 국산 인공위성 제작은 1998년 우리별 3호부터 시작해 2021년 궤도에 올릴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6, 7호까지 다수의 성공 사례가 축적돼 있지만, 위성을 실어 나르는 발사체를 순수 우리 기술로 제작·조립해 우리 영토에서 발사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2010년부터 약 2조 원을 들여 여기까지 오는 데 한국의 우주과학자들은 수많은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쌓았다.

▲  조립 중인 국산 로켓 ‘누리호’의 1단 EM 모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지난 1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순수 국내기술로 독자 개발하고 있는 1∼3단 로켓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 현장을 공개했다. 발사대까지 우리 기술로 처음 만들고 있다. 2013년 러시아에서 1단 로켓을 공수하는 한·러 협력 방식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를 발사한 데 이어, ‘누리호’(KSLV-2)는 본격 우주 자립 시대를 열어갈 토종 우주발사체 1호가 되는 셈이다. KARI는 앞서 3단 발사체의 주동력인 75t급 엔진이 정상 가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2단 시험발사체를 2018년 11월 발사한 바 있다.

최대 1.5t 인공위성을 싣고 지구 저궤도(600∼800㎞)에 진입시킬 수 있는 3단형 우주발사체 누리호는 2021년 2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발사될 예정이다. 더미(모형) 위성으로 시험한 후 실제 소형 위성을 실어 쏜다.

맨 아래 꼬리 쪽 1단은 75t급 액체엔진 4기를 한데 묶어(clustering) 구성된다. 총 300t의 추력을 낸다. 가운데 2단은 75t급 액체엔진 1기다. 2018년 쐈던 시험발사체가 누리호 2단부에 해당한다. 맨 위 머리 쪽 3단은 7t급 액체엔진 1기로 돼 있다. 1, 2단 로켓이 각각 약 2분간 타오르며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면 작은 추력으로도 이동과 자세 제어가 되기 때문이다.

로켓은 연료인 케로신(항공용 등유)과 산화제인 액체산소통을 달고 있다. 우주로 나가면 연소에 필요한 산소가 없어 아예 산소를 극저온에서 액체로 만든 액화 산소를 같이 싣고 가는 것이다. 영하 183도로 유지되는 차가운 원통이다. 연료통보다 약 2배 크다. 엔진의 연소실은 연료와 산소를 공급받아 3000도 이상의 고열 불꽃을 뿜는다. 엔진에 달린 어지러운 파이프들은 연료통과 산소통으로부터 연소 재료를 공급받는 통로와 제어장치다. 두 액체가 매우 빠른 속도로 원활하게 흘러가야 하므로 사전에 수류(水流) 시험을 여러 번 한다. 속도와 엔진 내부 온도를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세부조정을 한다.

세계적으로 우주발사체의 최초 발사 성공 확률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최선을 다해도 이렇게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하므로 1∼3단 발사체는 세 차례의 제작 단계를 거친다. 체계 개발모델(EM·Engineering Model)→ 인증모델(QM·Qualification Model)→ 비행모델(FM·Flight Model)의 순서다. 조립 절차 및 수류 시험을 수행하는 EM, FM과 동일하게 만들어 연소시험을 수행하는 QM, 실제 쏘는 FM으로 보면 된다. 우주로 쏘는 발사체뿐 아니라 로켓을 잡아주는 발사대도 국산 기술로 처음 만든다. 단순하게 보면 로켓 옆 네모기둥처럼 보이지만 근처 건물에서 눕혀 제작한 발사체를 이동시켜 바로 세우고(기립대), 1단 로켓을 맨 아래 네 군데에서 단단히 잡은 후, 발사 즉시 탯줄처럼 생긴 연결 부위가 부드럽게 떨어져 나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처음 시도하는 것들이다. 온 누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누리호는 내년 발사를 향해 한발 한발 걸어가고 있다.

고흥(나로우주센터) =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mail 노성열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노성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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