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죽하면 財界서 ‘규제개혁비례당’ 고육책 나왔겠나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속담이 있지만, 재계(財界)가 ‘규제개혁’ 하나만 내걸고 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건 임계치까지 차오른 한국의 규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경제에서 성공한 사람이 정치에 도전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지만, 미래 산업을 이끄는 단체와 대표적 기업인들이 그런 고육책(苦肉策)까지 동원하는 것은 정상 국가에선 보기 힘든 참담한 일이다.

한국엔젤투자협회와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등은 지난 16일 가칭 ‘규제개혁비례당’ 창당작업에 착수했다고 선언했다. IT 벤처업계를 중심으로 100여 명의 경제인이 모여 창당 작업을 공식화한 이날 참석자들은 “클라우드·드론·자율주행·공유경제 모두 규제 때문에 실기(失期)했다”고 성토했다. ‘타다’ 대표와 운영사가 기소되고, 여권에선 ‘타다 금지법’까지 발의된 현실에서, 한국의 갈라파고스 규제에 대한 기업인들의 처절한 절규다. 현대자동차와 네이버가 승차공유와 원격의료 대상지로 한국이 아닌 미국과 일본을 선택했을 만큼 ‘규제 망명’도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런데도 정부의 규제혁신 홍보전은 불을 뿜는다. 올 신년사에서 ‘혁신’을 12차례나 언급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9일에도 규제자유특구 포항을 방문해 규제 혁신을 거듭 천명했다. 그러나 ‘규제개혁비례당’ 창당은 이런 행태가 모두 4월 총선용(用) 쇼임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현 정권의 행태를 보면 혁신성장은 빈말도 넘어 혹세무민으로 비칠 정도다. 분초를 다투는 글로벌 생존 경쟁을 벌이기에도 시간과 에너지가 모자랄 기업인들이 오죽하면 창당에 나섰겠는가. 문 정부 대오각성이 없다면, 규제개혁당이라도 성공해야 나라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