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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21일(火)
Q : 드론은 어떻게 전쟁의 전통을 교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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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호 작가

A : 삶-죽음, 신체-기술간 관계 전복… 세계를 적으로 간주 ‘사냥터화’

(20) 그레구아르 샤마유(Gregoire Chamayou, 1976~)

드론, 전쟁의 개념 변화 촉발
오바마 ‘생포보다 살상’ 원칙
분쟁·테러지역 공격 급증케
무고한 민간인도 ‘죽음’ 몰아

원격감시·공격 기술의 결정판
철저히 ‘정복’ 목적 위해 동원
가미카제, 자신의 신체가 무기
드론 조종사 정신적 위험 노출

원격공격·살인에 갈수록 둔감
인간 존엄성 급진적으로 부정


한국인들은 무인 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UAV) 또는 드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사람들은 흔히 드론을 새로운 취미의 대상 또는 공중 조망 장면에 활용되는 촬영 도구 정도로 생각한다. 이를테면 드론은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 뮤직비디오에서 선유도 공원 곳곳을 촬영하는 데 폭넓게 사용됐고, 그 밖에 각종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 쓰임새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혹은 실시간 데이터 수집 및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비행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드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세계 곳곳의 국지적 분쟁에 개입해 온 지정학의 맥락에서 드론은 무엇보다도 전쟁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꾼 기술이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는 ‘생포보다 살상(kill rather than capture)’을 테러리즘에 맞서는 원칙으로 수립했다.

테러와의 전쟁 초기부터 시작된 드론 공격은 오바마 대통령 집권기에 주요 분쟁 및 테러 지역에서 급증했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등이 드론을 활용한 원격 공격의 표적이 됐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전쟁 정책은 치명적 결과를 불러왔다. 2012년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04년부터 파키스탄에서 드론 공격을 수행해 49명의 반군 지도자를 살해했지만 이 숫자는 드론 공격으로 발생한 전체 사상자의 2%에 불과했다.

드론은 제3세계의 영토에서 테러리스트나 반군뿐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들을 죽음에 몰아넣는 동시에 글로벌 거대 물류 기업 아마존이 구상한 배송의 혁신에도 도입됐다.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해 철학, 정치학, 군사학, 지리학을 비롯한 서구의 여러 학문 분야에서는 드론을 새로운 기술적·문화적 대상이자 감시, 정찰, 폭력의 장치로 고찰하는 연구와 성찰을 활발히 펼쳐 왔다.

프랑스의 소장 철학자 그레구아르 샤마유가 2013년에 발표한 ‘드론 이론’은 드론에 대한 학계의 화급한 관심을 여실히 보여 주는 대표 저서다. ‘드론 이론’은 2011년 4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서 공개한 녹취록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이 녹취록에는 2010년 2월 20일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네바다주 공군 기지 드론 통제실에서 벌어진 대화,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비행하던 헬리콥터와 나눈 교신 등이 담겨 있다. 통제실 근무자는 아프가니스탄 산악 지역을 감시하며 미군의 공격형 드론이 어느 움직이는 물체를 관찰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송신하고 있었다. 근무자는 물체의 정체를 분명히 식별할 시각적 근거가 없었지만 센서의 움직임만을 보고 물체를 적대적 대상으로 판단했다. 통제실에서는 근무자의 결정에 따라 이 물체를 향해 드론에 장착된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목표물에 명중했다. 그런데 폭격으로 발생한 자욱한 흙먼지가 걷히자 드론이 정밀 타격한 대상이 실은 무고한 여성과 아이들이었음이 드러났다.

샤마유는 이 녹취록을 포함한 다양한 보고서와 기사를 인용해 드론의 기술적·전략적 계보를 구성한다.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드론은 2차 대전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한 원격 감시 및 공격 기술의 현대적 결정판이다. 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드론은 식민 전쟁의 전략을 업그레이드한다. 서구 강대국들은 비서구 지역을 장악하고자 자신의 기술적 우월함을 원주민 학살에 활용해 왔는데, 첨단 기술인 드론 또한 철저히 정복이라는 목적을 위해 동원된다. 그러나 드론은 전쟁 기술과 전략의 선형적 발전을 넘어서는 하나의 역설적 논리를 작동시킨다. 이 논리란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자살 특공대인 가미카제(神風)의 공식을 뒤집은 것이다. 가미카제는 자신의 신체가 곧 무기다. 하지만 드론이라는 무기에는 인간의 신체가 결여돼 있다. 가미카제는 죽음이 당연시되는 존재인 데 반해 드론 조종사는 죽음이 불가능한 존재다. 이렇듯 드론은 삶과 죽음의 관계, 신체와 기술의 관계를 역설적으로 바꾼다.

드론은 전쟁 자체는 물론 전쟁과 연관된 심리적·철학적·정치적 차원에도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샤마유에 따르면 드론은 전장의 광학과 시공간적 위상을 바꾼다. 드론은 모든 방향을 관찰할 수 있는 고화질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어 조종사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특정 지역을 지속적으로 정찰하고 감시할 수 있다. 그러므로 드론은 “모든 것을 보는 신의 눈이라는 허구를 미니어처로 축소한 셈이다.” 드론이 전송하는 이미지는 데이터로 변환되고, 드론에 연결된 컴퓨터 네트워크는 데이터에 기록된 비정상적 패턴을 자동적으로 인지해 전장의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즉 드론은 전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과거를 데이터로 축적한 뒤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견하고 제어하는 기술이다.

드론의 영향은 전쟁의 시간적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밀 요격이 가능한 공격형 드론은 무장 투쟁 지역 전체를 적의 신체로 환원한다. 또한 지구상의 모든 곳을 비행하고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전체를 사냥터로 만든다. 특수한 것과 보편적인 것, 전체적인 것과 국지적인 것이 공존하는 새로운 전쟁의 양태, 이것이 드론이 작동시키는 또 다른 역설이다. 전장에 군인을 투입하지 않고도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전쟁을 자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역설은 전쟁의 철학적·심리적 위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프로이센 왕국의 군사 전문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고전 ‘전쟁론’에서 ‘죽을 각오’라고 표현되는 숭고한 자기희생의 정신을 전쟁의 윤리로 제시한 바 있지만, 오늘날에는 전쟁의 윤리가 드론이 수행하는 얼굴 없는 일방향의 폭력으로 대체된다. 이런 의미에서 샤마유는 드론을 ‘겁쟁이의 무기’라 부르기도 한다. 겁쟁이의 정신을 입증하듯 드론은 분쟁 지역의 모든 잠재적 인구를 적으로 상정한다. 또한 전쟁을 수행하며 정치적 상황을 신중하고 장기적으로 살펴보기보다 위험 요인을 선제적·즉각적으로 제거함으로써 항구적인 전쟁 상태를 초래한다.

전쟁 상태가 영속화하면 전쟁에 참여하는 드론 조종사들의 정체성 또한 달라진다. 드론 조종사들은 신체적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대신 정신적 위험에 노출된다. 이들은 목표물이 자신을 볼 수 없지만 자신은 목표물을 원격 관찰한다는 점에서 지각상의 비상호성을 경험하며, 그 과정에서 목표물을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닌 모니터상의 점으로 환원한다. 이 모든 효과 때문에 드론 조종사들은 원격 공격과 살인에 점점 둔감해지는데, 샤마유는 이를 ‘도덕적 버퍼링’이라 부른다. 더 큰 문제는 먼 훗날 도덕적 버퍼링 효과에 대한 죄책감이 드론 조종사를 엄습하는 순간, 그가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PTSD)에 빠져든다는 점이다.

드론은 모든 것을 비대칭적 공격의 목표물로 환원하며 전쟁의 전통적인 법적·윤리적 근거마저 붕괴시킨다. 드론은 고전적 전쟁을 지탱해 온 “전쟁에 나서는 두 군대는 서로를 죽일 수 있다”는 상호성의 논리, 살인과 신체 노출이 공존하는 전장의 방법론 모두로부터 면제된다. 드론의 이 독특한 특성은 전쟁을 해석하는 법적 체계를 위기에 빠뜨린다. 기존의 법체계에서는 살상이 전시에 벌어졌는지, 평시에 벌어졌는지에 따라 해당 행위를 다르게 해석한다. 그런데 드론은 모든 지역을 잠재적 전장으로 재편하고 모든 목표물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전통적 전쟁법은 불안정하게 동요된다. 샤마유는 이런 현실을 향해 “전쟁이 사형으로 타락했다”고 선언한다.

신체 없이 기계적 정확성만으로 수행되는 폭력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샤마유는 드론을 기계적 행위자로 간주한 뒤 폭력을 휘두를 자격을 드론에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살상을 물리적 대상의 파괴와 동일시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급진적으로 부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전통적 전쟁이 군인과 무기를 엄밀히 구별하던 것과 달리 드론의 위상은 불분명하다.

드론은 신체 없는 무기이면서도 사람에 의해 원격으로 조종되기 때문에 “무기와 군인, 도구와 행위자, 사물과 사람이 하나로 융합된 단일한 실체”다. 오늘날 탈인간 중심주의 인문학에서 드론이 긴요한 성찰의 대상이 된 이유 또한 드론 특유의 모호한 정체성이 불러온 광범위한 파급력 때문일 것이다.

김지훈 영화미디어학자 · 중앙대 교수
공동기획 : 이감문해력연구소



■ 그레구아르 샤마유

분야 - 정치 철학, 군사 외교사, 기술 연구
사상 - 폭력, 주권, 주체에 관한 비판 철학
주요 활동·사건 -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 합류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 소속의 정치 철학자다. 1976년 프랑스 루르드에서 출생해 퐁트네생클루고등사범학교를 졸업했다. 리옹고등사범학교 수사학·철학·사상사연구소에 철학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현재 파리낭테르대에서 강의를 겸하고 있다. 의학사, 전쟁론, 기술 철학, 근현대 정치학 및 사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데릭 그레고리, 리사 파크스 등과 더불어 드론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드론의 영향이 폭력, 주권, 주체에 관한 비판 철학의 전통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질문한다는 점에서 다른 이론가들과 구별된다.

이 특유의 관점은 첫 저서 ‘인간사냥’(2010)에 잘 나타나 있다. ‘인간사냥’에서는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현대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추적·포획·살해돼 온 역사를 추적하며 이런 현상을 낳은 권력을 ‘사냥 권력’이라고 명명한다. 사냥 권력으로 인해 주체는 자신을 대상으로 삼는 사냥꾼의 시선과 힘을 내면화함으로써 사냥감으로 구성된다. 사냥 권력은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넘어선 비대칭적 권력으로, 주체로 하여금 언제나 추적 또는 추방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장함으로써 통치한다.

‘드론 이론’(2013)에서 드론이라는 소재에 주목하는 까닭 또한 드론이 단순히 첨단 기술일 뿐만 아니라 사냥 권력의 비대칭성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드론 이론’은 ‘인간사냥’의 문제의식을 충실히 계승하고 확장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냥 권력을 미셸 푸코가 제시한 ‘사목 권력’을 보충하는 또 하나의 권력 개념으로 제시한다. 푸코는 ‘양떼를 돌보는 목자’라는 관념이 아브라함에서 비롯해 중세 기독교 철학을 거쳐 근대 국가의 통치술로 연장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사목 권력이라는 개념을 고안한 바 있다. 샤마유는 히브리 전통에서 아브라함과 니므롯이 각각 사목 권력과 사냥 권력을 대표한다고 지적하며 푸코의 논의를 넘어선다. 그 밖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기고했으며 카를 마르크스, 조너선 크래리 등의 저서 다수를 프랑스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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