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든 2만여명, 버지니아州서 ‘총기 규제 반대’ 시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일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다양한 총기로 무장한 총기 옹호론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집회 참가자는 2만2000명에 달했다. EPA 연합뉴스

주의회 의사당 앞 광장 진입
트럼프, 총기 소지 옹호하며
11월 美 대선 쟁점화에 나서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에 암살당한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을 기리는 공휴일인 20일 총기 옹호론자 2만여 명이 미국 버지니아주도 리치먼드에서 총기를 든 채 시위를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소지 권리를 규정한 수정헌법 2조 옹호 입장을 내세우며 11월 대선 쟁점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버지니아의 민주당은 여러분의 수정헌법 2조 권리를 빼앗으려 애쓰고 있다”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둬서는 안 된다. 2020년에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우리의 위대한 수정헌법 2조가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가 되도록 절대, 조금이라도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총기 옹호론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총기 옹호론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리치먼드에 위치한 버지니아 주의회 의사당 주변에서 새로운 총기 규제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오후 1시쯤 무기 소지가 금지된 주의회 의사당 앞 광장 행사장에 들어간 사람만 6000명이나 됐다. NYT는 행사장에 들어가지 않고 의사당 주변과 거리에서 행진한 이들을 포함하면 이날 행사와 시위 참가자가 2만2000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각종 총기로 무장한 채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피켓 등으로 시위를 벌였다. WP 등은 시위 참가자 대부분이 백인이자 남성이었다고 전했다. WP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에서 왔다는 테리 손은 스미스앤드웨손사가 만든 소총과 40구경 권총을 가지고 단상에 올라 “여기서 추진되는 일들이 중단되지 않으면 다른 주까지 번져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인 랠프 노덤 버지니아주지사는 지난해 5월 31일 발생한 버지니아비치 총기난사 사건으로 10여 명이 숨지자 신원조사를 의무화하고 공격용 소총 소지를 금하는 등의 총기 규제법안을 추진해왔다. 당시 의회 과반을 공화당이 차지해 법안 처리가 무산됐지만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탈환하면서 총기 규제법안 추진에 동력이 붙은 상태다.

한편 이날 미 중부 미주리주와 캔자스주 경계에 위치한 캔자스시티의 한 술집 근처에서는 캔자스시티 연고 미국프로풋볼(NFL) 팀 치프스의 슈퍼볼 진출을 축하하는 파티 도중 총격 사건이 벌어져 2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