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 class='emp_01'>[단독]</em>‘빵빵한 매출’… 대전 빵집 성심당, 파리바게뜨·뚜레쥬르도 눌렀다](http://image.munhwa.com/gen_thumb/202404/2024041801072407205001_300.jpg?v=20240419031256)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삼해주는 돼지날 세 번 덧술해 만든다. 돼지는 풍요의 상징이고, 십이간지 동물 중 가장 피가 맑기 때문이다.
■ 서울 북촌의 ‘설맞이 음식’
실향민 입맛 달래는 조랑이떡국, 식감 좋은 박모양 떡… 고향의 맛
- 삼해소주가 ‘삼해酒’
서울시 식품명인 69호 지정
삼해주 아카데미도 곧 열려
- 용수산비원점 ‘조랑이떡국’
1983년부터 개성음식 선봬
양지로 우려낸 국물이 일품
- 떡박물관 갤러리 카페 질시루
떡·다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한과·강정, 한 끼 식사 충분
2개의 궁궐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늘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서울 북촌은 한국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심장 같은 곳이다. 궁궐의 긴 담장을 따라 공방들이 모여있는 원서동 골목으로 걸어가 보면 옛날 유명 화가의 작업실과 궁중요리를 배울 수 있는 연구소가 있고 서쪽으로 연결되는 언덕에 오르면 다시 시작되는 예술가들의 공방과 문화 체험공방들이 즐비하다. 북촌에는 전통 음식 문화를 그대로 전승, 계승시킨 곳도 있지만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새롭게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다양한 종류의 음식 문화가 공존한다. 북촌을 걸으며 그들의 설 준비 모습을 담아보았다.
정월 초 삼해주를 빚기 위해 준비가 한창인 ‘삼해소주가’를 방문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하얀 무명 헝겊으로 뚜껑이 덮여 있는 여러 개의 술 항아리들이 눈에 띄었다. 진한 누룩 향과 함께 술 익어가는 향이 난다. 진짜 양조장에 왔나 보다. “과거 조상님들은 돼지날에 술을 빚으셨습니다.” 김택상 명인이 진행하는 전통주 시음 체험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삼해주 빚는 과정이 설명으로 이어졌다.
“음력 섣달에 미리 마련해 둔 밑술에 정월 첫 번째 돼지날에 덧술을 얹고 음력 2월 첫 번째 돼지날에 두 번째 덧술을, 음력 3월 첫 번째 돼지날에 세 번째 덧술을 얹습니다. 그렇게 술이 익어 음력 4월 첫 번째 돼지날 술을 개봉하는 날까지 모두 합하면 만드는 데 최소 108일이 걸리는 술입니다.” 삼해주의 ‘삼’이 세 번의 덧술 과정과 뜻을 같이하니 이제는 삼해주의 ‘해’가 왜 돼지인지 궁금했다. “돼지는 풍요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십이간지 동물 중 가장 맑은 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돼지날 술을 빚었던 이유는 그만큼 맑고 깨끗한 술을 원했던 선조들의 염원이 담겨져 있다 할 수 있지요.”
그는 삼해소주 전수자로 서울시·농림축산식품부 식품명인 69호로 지정된 대한민국 식품명인이다. 그의 가문에서 삼해주를 만들어 온 지는 300년, 그가 10대째 이어오고 있다. 집안의 전통을 이어받은 지는 25년이 훌쩍 넘었고 북촌 공방에서 일반인들에게 전통주 문화를 알려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는 “과거와 달리 전통주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져 술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교육과 경영을 담당하고 있는 김현종 대표가 설명을 이어갔다. “삼해주 전통을 그대로 실현해보는 삼해주 아카데미가 곧 시작됩니다. 정월 첫째 돼지날이 되기 전 1월 27일 밑술을 담고, 정월 첫 번째 돼지날인 2월 2일 1차 덧술, 음력 2월 첫째 돼지날 3월 9일에 2차 덧술, 음력 3월 첫째 돼지날인 4월 14일에 3차 덧술 하여 전통 그대로 삼해주를 만들어 보는 겁니다.” 지금이 가장 배우기 좋은 때다.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전통주 사업에 어려움이 많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 술이 유명해져 한국으로 전통주 체험을 오고 있습니다. 특히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하고 자신들의 나라에서 만들어 생산해내고 싶어 합니다.”
해외 여행할 때 그 나라 현지인이 만든 한국식 전통주를 사 마실 날이 머지않은 느낌이다. 외국인들도 이렇게 열광하는 우리 전통주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늘 있다. 외국여행 다니며 와인, 싱글몰트 위스키, 수제맥주 등 다양한 술 문화를 즐기며 극찬했지만 우리에게도 이렇게 좋은 전통주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시기가 6년 남짓으로 다른 것들에 비해 훨씬 늦게 깨쳤으니 말이다. 간단한 시음 체험으로 전통주를 알아가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창덕궁 후문 담장 길을 따라가다 보이는 단아한 한옥에 1983년부터 자리를 잡은 개성음식점 ‘용수산비원점’을 방문했다.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의 음식이 조선의 수도가 서울이 되면서 음식문화가 전달되고 영향을 줬다. 궁중요리를 기반으로 한 전통 개성음식을 선보이고 있는 곳으로 세계미식가협회의 만찬을 주최한 한국 최초의 식당이기도 하다. 이곳의 대표적인 설음식 ‘조랑이떡만두국’을 주문했다. 너무 물컹하지도 않은 정도의 촉감이 딱 좋은 ‘조랑이떡’이다. 조랑이떡은 떡가루에 뜨거운 물을 혼합해 ‘익반죽’으로 만들기도 하고 찬물로 만들기도 하는데 좀 더 쫀득한 식감을 위해서는 찬물로 반죽하고 익히는 시간을 조금 더 길게 하면 된다. 떡 반죽을 밀면서 조롱박 모양으로 끊어 잘라가며 만드는, 개성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이곳의 원종윤 셰프를 통해 떡국 육수 내는 법을 배웠다. 그는 이곳 용수산에서 전통 개성요리를 연구한 지 20년이 훨씬 넘었다. “소고기 양지를 찬물에 핏물을 뺀 후 뽀얗게 국물이 우러날 때까지 은근히 오래 끓여야 합니다. 양지 끓인 물과 물을 혼합해 육수를 냅니다. 그래야 국물이 탁하지 않고 깊고 은은하며 풍미가 좋은 육수가 만들어집니다.” 매년 설 연휴 중에는 실향민 등 많은 손님이 이곳에서 조랑이떡만두국을 먹는다. 북촌을 방문하면 조랑이떡만두국으로 새해를 기념하는 음식으로 즐겨 봐도 좋겠다.
창덕궁 후원입구에서 큰길을 건너 종로 방향으로 걷다 보면 전통의 떡과 다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아름답고 간편하게 예술적으로 즐길 수 있는 ‘떡박물관 갤러리 카페 질시루’가 있다. 이곳은 요리 연구가이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윤숙자 교수와 그의 문하생들이 연구하고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건물 1층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관련된 예술품 전시와 떡, 다과, 차를 선보이고 있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고 2층은 떡박물관이다. 이곳의 이정옥 지배인을 만났다. 그는 종가의 며느리, 종부다. “자식을 다 키워냈고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겼어요. 그래서 음식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종부로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는 떡과 한과, 폐백, 이바지 음식뿐만 아니라 차, 전통주, 궁중음식 등 한국 전통음식을 연구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통음식 전문가다. 이곳 떡박물관 갤러리 카페 질시루의 메뉴를 개발하고 운영을 책임지기 시작한 지 올해로 8년째다. “매년 설 명절을 이곳에서 맞고 있어요. 점차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매해 준비해야 하는 물량이며 선물세트 수량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가 떡, 한과 등을 혼합해 선물세트를 직접 구성해 주었다. 또한 그가 추천해준 음료 ‘단호박라테’는 달지 않으면서 색과 담음새도 아름다워 허기질 때 한과와 강정, 약과 등과 함께 즐기면 눈과 입이 즐거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전통적인 다과를 현대적이며 아름답게 경험하기 좋은 곳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강태안 미식여행가
■ 미식가이드
돼지날 세 번의 덧술 과정으로 만드는 삼해소주의 체험 공방 ‘삼해소주가’(070-8202-9165)는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142번지에 위치해 있다. 삼해주 시음 체험은 마셔보는 술 가짓수에 따라 1만 원, 2만 원, 3만 원 세 가지가 있다. 직접 술 빚는 방법을 배우고 소주까지 걸러보는 ‘삼해소주 아카데미’는 50만 원이다. 750㎖ 삼해소주 4만9000원(알코올 도수 45%), 여러 번 증류해 알코올 도수 72.1%인 고도주는 20만 원. 체험 공방은 낮 12시에 시작해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다. 설날 당일만 휴무.
개성음식 ‘조랑이떡만두국’을 즐길 수 있는 ‘용수산비원점’(02-743-5999)은 종로구 원서동 창덕궁1길 2에 위치해 있다. 단품 조랑이떡만두국 1만5000원, 조랑이떡국을 식사로 선택하여 즐길 수 있는 ‘갈비구이정식’ 3만 원, ‘불고기정식’ 2만5000원, 제육보쌈정식 2만3000원. 설 연휴 24일(금요일), 25일(토요일)은 휴무다.
한국의 전통 다과를 현대적인 아름다움으로 즐길 수 있는 ‘떡박물관 갤러리 카페 질시루’(02-741-0258)는 종로구 돈화문로 71에 위치해 있다. 단호박타락죽, 단팥죽, 흑임자타락죽 중 하나와 한과와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죽 세트는 9000원, 단호박라테 7000원, 호두정과 개별포장 8000원, 5가지 맛 개성강정 모둠 5000원, 2층 떡박물관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어린이 2000원.
본문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북촌을 도보여행하며 방문하기 좋은 곳을 소개한다. ‘미미네 호떡’(010-8961-7988)은 종로구 계동길 100에 위치해 있다. 계동에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염정민 주인장의 여유 있는 미소와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녹차반죽으로 만든 꿀호떡 1500원. 사골국물에 피가 얇은 손만두를 끓여내는 ‘밀양 손만두’(02-744-3272)는 종로구 계동 140-24에 위치해 있다. 찐만두 7000원, 사골 만둣국 8000원. ‘누구나 좋은 커피를 좋은 가격에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커피복지’를 외치고 있는 로스팅 카페 ‘계동107’(02-764-7680)은 종로구 창덕궁 1길 41에 위치해 있으며, 균형감이 훌륭한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연유가 들어간 마약커피 모두 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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