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 갈등’ 이젠 美 vs 英

英 “예정대로 4월에 부과할것”
휴전 택한 佛과 달리 과세 강행
OECD “글로벌 합의 필요하다”

프랑스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과세를 1년간 보류해 미국과 휴전에 들어간 반면 영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복관세 위협에도 계획대로 4월 과세 강행 의지를 고수했다. 디지털세를 둘러싼 대서양 갈등이 미국 대 영국 구도로 옮아가는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디지털세에 대한 글로벌 해법이 필요하다며 영국의 시행 연기를 요청하고 나섰다.

2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장관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회담 후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 IT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부과를 12월까지 보류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프랑스는 디지털세와 국제 조세에 대한 글로벌 해법 마련에 힘을 모을 것”이라며 양국이 OECD를 통해 디지털세 등 역외 조세방안에 대한 원칙, 적용방식 등의 합의 도출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역시 프랑스가 디지털세 강행 시 물리기로 했던 24억 달러(약 2조7972억 원) 규모의 프랑스산 제품에 대한 최고 100%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보류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7월 전 세계 매출 7억5000만 유로(9700억 원) 이상이면서 프랑스에서 2500만 유로 이상 매출을 거둔 글로벌 IT 기업의 프랑스 내 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과 1년간 사실상 휴전을 택한 프랑스와 달리 영국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계획대로 4월에 디지털세를 부과할 계획”이라며 “이는 균형적인 세금이며 일시적 조세로 입안됐다. 국제적 해법을 찾으면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 역시 디지털세 문제를 국제적으로 해결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독자 세금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OECD는 디지털세에 대한 글로벌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을 비롯해 특정 국가가 단독으로 도입하는 것을 미뤄야 한다고 밝혔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