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집권당 탈당 도미노에 당수 사퇴… 연정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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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마이오 리더십 위기에 결단
“후임자가 오성운동 재창당을”

이탈리아 집권당 오성운동 당수인 루이지 디 마이오(사진) 외교장관이 22일 대표직 사임을 선언했다. 오성운동의 구심점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오는 26일 열리는 일부 지방선거에서 연정 파트너인 민주당이 텃밭에서조차 고전하고 있어 현 연립정부가 붕괴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디 마이오 장관은 22일 당내 연설을 통해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고 ANSA 등 이탈리아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연설에서 그는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후임자가 오성운동을 재창당해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디 마이오 장관은 애초 내각 직책은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최근 측근에게 “지쳤다. 이제 한발 물러설 때”라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져 장관직까지 그만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오성운동은 오는 3월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가 선출되기 전까지 비토 크리미 상원의원을 임시 대표로 추대해 당 운영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당초 디 마이오 장관은 3월 전당대회까지 당권을 잡고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한 달 사이 소속 의원 10여 명이 자신의 당 운영방식에 반대하며 잇따라 탈당하자 사퇴를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디 마이오 장관은 최근 당 지지율이 반 토막이 나고 지난해 주요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하며 리더십 위기에 직면했다.

원래 디 마이오 장관은 혜성처럼 나타나 신생당을 집권당으로 이끈 돌풍의 주역이었다. 2013년 26세 9개월의 나이에 하원에 입성해 4년 만인 2017년 대표에 올랐고, 이듬해 3월 열린 총선에서 창당한 지 9년밖에 안 된 오성운동을 이탈리아 집권당으로 이끌었다. 오성운동은 당시 3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후 극우 성향의 ‘동맹’과 연정을 구성하고 부총리직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동맹을 이끌던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가 일방적으로 연정을 파기하자 민주당과 손을 잡아 정권을 유지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디 마이오 장관의 사퇴로 민주당과의 연정 지속 여부도 불확실해지고 있다. 이탈리아 정계에선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26일 에밀리아로마냐주(州) 지방선거에서의 성패 여부가 연정 지속의 분수령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좌파가 우위를 보여 왔는데 최근 동맹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이 급부상하며 판세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주세페 콘테 총리와 니콜라 진가레티 민주당 대표 등 연정 핵심 인사들은 “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