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판매 20년만에 역성장할 듯 ‘산업용 수요’ 8개월 연속 감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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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까지 전년대비 ‘-1.1%’
불경기에 기업생산활동 위축

‘경기 가늠자’인 전력 판매량이 지난해 통계작성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용 전력 수요 감소가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여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전력의 ‘전력통계 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간 누적 전력 판매량은 47만5767GWh로 전년 동기(48만831GWh)와 비교해 1.1% 줄었다. 현행 통계 작성 시스템이 갖춰진 1999년 이후 연간 기준 전력 판매량이 전년 대비 역성장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같은 추세가 지난해 12월에도 이어졌다면 2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된다.

특히 산업용 전력 판매가 전체 판매량을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 하강 신호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경제가 좋지 않으면 기업의 생산 활동이 저조할 수밖에 없고, 전력 사용도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전체 전력 판매량 가운데 절반이 넘는 산업용 판매량은 지난해 4월 전년 동기 대비 -0.8%를 기록한 후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1∼11월 누적 산업용 전력 판매량(26만4762GWh)도 전년 동기와 견줘 1.1% 줄었다.

산업용 중 제조업도 지난해 4월 이후 11월까지 연달아 감소했다. 산업용 외에 가정용(-0.5%), 자영업자 등 일반용(-0.8%), 교육용(-1.8%) 등도 지난해 1∼11월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책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에너지수급브리프’를 통해 “경제가 2% 성장한 상황에서 전력 소비 감소는 예외적인 상황”이라며 “산업생산 활동이 둔화한 가운데 전력 다소비 업종에서의 설비 보수 집중, 전력 원단위(일정량의 생산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연료) 개선, 기온 효과 등이 겹치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철강 수요 산업의 부진, 무역 분쟁에 따른 수출 감소, 정기 보수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