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전용 공연장 없는 곳은 한국이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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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춘서커스’ 박세환 대표

1925년 창단해 올해로 96년째
전성기때는 단원 300여명 넘어

안산 대부도서 10년째 공연 중
전국서 구경 주말엔 500석 매진
“설날 연휴 가족과 보러오세요”

“설날 연휴에 명품 국산 토종 서커스 구경하러 오세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아찔한 묘기에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겁니다. 대부도 섬 구경은 덤입니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며 우리나라 전통 곡예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국내 유일 곡예단 ‘동춘서커스’ 박세환(72·사진) 대표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설날을 맞아 특별공연 준비로 분주한 그는 22일 “동춘서커스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태양의 서커스’ 못지않은 기술과 예술성을 갖추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동춘 박동수 선생이 한국 최초로 1925년 창단해 올해로 96주년을 맞았다. “전성기였던 1960∼1970년대는 단원이 300명이 넘을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동춘서커스단은 당시 연예인들의 ‘등용문’ 같은 곳이었다. 코미디언 서영춘과 배삼룡, 이주일, 남철, 남성남을 비롯해 영화배우 허장강 등 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그러나 방송과 영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관객들이 줄어 15개나 있던 서커스단이 모두 사라졌다. 동춘서커스단도 해체 위기로까지 몰렸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2012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면서 구사일생했다. 운영비를 일부 지원받으면서 꿋꿋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박 대표는 “안산 대부도 상설공연장은 10년째 하루도 쉬는 날 없이 공연하고 있다”면서 “평일에도 지방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 관람을 하고 있고, 주말에는 500석을 가득 채운다”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 연중무휴로 10년째 공연하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며, 기네스북감”이라고 강조했다. 연간 15만 명이 이곳을 다녀가 주변 식당 등의 매출도 크게 올라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장과 안산시장으로부터 관광산업 활성화 공로로 표창장도 받았다”며 자랑하듯 보여줬다.

“서커스는 엄연히 문화 예술 분야의 한 장르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박 대표는 “캐나다 정부는 서커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1984년 거리의 악사들을 모아 ‘태양의 서커스’를 창단, 200억 원을 지원해 현재 연 매출 1조 원을 훌쩍 넘기면서 세계적인 서커스단으로 성장했다”면서 “공연자만 1500명에 전체 직원이 5000명이나 되는 대기업”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세계적으로 서커스 전용 공연장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서커스를 국가적으로 육성해 주요 도시 100여 곳에 전용 공연장을 갖춰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30개, 미국이 20개, 일본이 4개, 북한도 3개나 갖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 필수 관광코스가 서커스 공연이라는 그는 “우리나라도 정부나 지자체가 주관해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등 주요 도시에 서커스 전용 공연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2003년 부천시가 1200석 규모의 전용 공연장 건립에 착수해 공정 90%인 상태지만, 예산 부족 등 여러 사정으로 완공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돼 있다”며 아쉬워했다.

박 대표는 우수한 단원들을 양성하기 위한 ‘서커스 아카데미’ 설립과 전용 공연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그는 종손으로 태어나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18세에 동춘서커스단에 입단한 뒤 54년째 서커스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으로 평생을 바치고 있다.

글·사진 =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