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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28일(火)
‘안정적 보좌’로는 2인자 못면해… ‘색깔’ 뚜렷해야 큰 꿈 문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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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국무총리의 도전과 한계

고건·한명숙 등 ‘대권주자’ 꼽혔지만 관리자에 그쳐… 이회창은 ‘대쪽’이미지로 당내 경선 통과 ‘유일’
총리 2번 지낸 김종필도 대통령은 못돼… 총리職 영향력-정치인 개인 영향력 혼동하면 안돼

대권후보 여론조사 1위 이낙연 지지율 안정… 정세균, 총리직 통해 정치적 성장 도모할듯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로 재직한 이낙연 전 총리가 지난 14일 헌정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의 정세균 총리에게 자리를 넘기고 여의도로 떠났다. 이 전 총리는 총리 재직 당시 얻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다. 총리 자리를 넘겨받은 정 총리 역시 차기 대선을 앞두고 부족한 ‘조각’을 채우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 판단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국무총리는 국정운영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데다, 인지도를 쌓을 수 있어 단숨에 유력한 대선 후보군으로 떠오르는 자리다. 역대로 줄잡아 10명이 넘는 이들이 총리직을 발판삼아 대권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청와대까지는 도보로 10분에 불과하지만, 역대 총리들에게 청와대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2인자’의 꿈 = 1987년 이후 25명의 총리 중 자천타천 대선 후보로 거론되거나 실제 도전했던 이는 10여 명에 달한다. 이 중 대통령에 가장 가까이 갔던 이는 이회창 전 총리다. 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을 지낸 뒤 1993년 12월 총리에 임명된 이 전 총리는 소신 있는 모습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되던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 직접 운영하는 것을 둘러싸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결국 사표를 내고 물러나는 형식으로 125일 만에 사실상 경질됐다.

이 전 총리는 대통령과의 대립을 계기로 ‘대쪽’ 이미지가 더 굳어지며 이수성·이홍구 전 총리 등과 벌인 당내 경선도 가뿐히 통과했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1.6%포인트,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2.3%포인트 차로 패했다.

이 전 총리를 제외하면 대선 출마 의사를 피력했던 총리 출신 정치인 중 당내 경선의 문턱을 넘은 이가 한 명도 없다. 한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은 2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결국 총리는 현직에 있을 때는 대통령의 정치적 방패로 활용되다가 대선 때는 흥행 카드, 또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그칠 뿐”이라고 혹평했다.

실제로 고건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내며 안정적으로 국정을 관리해 ‘차기’로 떠올랐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러브콜을 받았지만, 당시 여권 내 주류 세력의 견제를 견딜 ‘맷집’이 부족했는지 결국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고 전 총리에 이어 노무현 정부 총리를 지낸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는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대표주자’로 2007년 대선에 나섰지만 한 전 총리는 중도 포기했고, 이 대표도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 이어 3위에 그쳤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3김’으로 불리며 국무총리만 두 번 지낸 김종필 전 총리 역시 수십 년간 한국 정치사의 한가운데 있었지만, 대통령의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때 정운찬 전 총리는 당시 친이(친이명박)계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맞설 대항마로 키우기 위해 꺼내 든 카드였다. 하지만 세종시 원안 수정을 둘러싸고 불거진 여권 내 갈등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밀리며 총리직도, 대선의 꿈도 자연스레 내려놓게 됐다.

◇“총리는 로열로드 아니다” = 대선 후보군까지는 단숨에 치고 올라가는 총리가 ‘정점’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정치권과 정치학자들은 총리직의 근본적인 한계와 권력의 견제 등 복합적 요인을 꼽았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국민은 대통령감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주체성을 높이 평가한다”며 “대통령만 바라보고 대통령을 옹호하는 사람은 생리적으로 싫어하고 들이박든, 차별화하든 하는 사람들을 좋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회창 전 총리를 사례로 들면서 “4개월 만에 김영삼 전 대통령과 충돌한 게 국민에게 대쪽 이미지를 심어준 계기”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입문 전 총리실에서 오래 근무했던 정두언 전 의원은 사석에서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누구도 어디 가서 ‘깨갱’한 적이 없다”며 “정권의 2인자 이미지로는 차기를 꿈꾸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대통령을 보좌하는 2인자 역할인 총리는 현 대통령 지지층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본인만의 리더십을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에 차기 리더십을 둘러싼 경쟁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헌법에서 국무총리의 권한을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는 이상 총리의 한계는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총리와 비슷한 미국의 부통령직에 대해 존 애덤스 초대 미국 부통령이 “부통령이란 인간의 창조력이 고안해 낸 혹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가장 무의미한 직책”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총리로 쌓은 지지도가 지닌 한계를 분석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 2인자로 대통령을 안정적으로 보좌하는 모습으로 지지율을 쌓지만, 총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관리자’ 리더십이 불리함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결국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해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뛰어넘는 비전을 제시하며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을 보여줘야 한다는 언뜻 모순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아예 총리 출신의 높은 지지율의 허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총리라는 직(職)이 가진 영향력과 정치인 개인의 영향력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다. 한 민주당의 전략통 의원은 “여당은 대통령 중심이니 차기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뚜렷하게 갈 곳 없는 지지층이 총리나 당 대표로 쏠리는 것”이라며 “잠시 머물다 ‘진짜’ 후보가 나오면 떠나는 ‘정류장’ 역할”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2인자를 인정할 수 없는 1인자인 대통령의 견제도 한몫한다.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뉴욕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권력을 잡은 핵심 지지 연합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 특징은 첫째가 충성, 둘째가 충성, 셋째도 충성”이라며 “유능한 지도자는 야심만만한 지지자는 제거한다”고 강조했다. 총리로서 제 목소리를 내면 대통령과 측근들의 견제가 거세지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대통령을 따라갈 경우 아예 존재감이 사라져버리는 딜레마에 빠지는 셈이다.

◇이낙연·정세균·황교안의 선택은 = 공교롭게 차기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1, 2위는 모두 전직 총리가 차지하고 있다. 이 전 총리가 1위를 지키고 박근혜 정부 때 총리를 지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에 맞서는 구도다. 정 총리에 대해서는 대표적인 ‘저평가주’라는 게 여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과연 이들은 전직들이 한 번도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만만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단, 여야 모두 압도적인 차기 후보가 없는 상황인 만큼 자신을 발탁한 대통령과 틀어지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를 뛰어넘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면, 청와대 입성도 꿈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전 총리로서는 종로에서 당선도 장담할 수 없지만, 당선된다 해도 또 ‘독고다이(단독)’로 다니면 차기는 물 건너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 총리는 기존 총리들과는 문법이 다르다”며 “총리직의 한계를 분명히 알면서도 이를 받아들인 것은 총리직을 통해 정치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이라고 평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교감 속에서 협치 내각을 밀어붙이거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의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황 대표에 대해서는 “여야 공히 자신을 발탁한 박 전 대통령을 넘어설 수 있는지가 가장 큰 숙제”라고 평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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