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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문10답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28일(火)
‘기생충’ 계기로 본 아카데미상의 모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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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만作 ‘날개’ 1929년 첫 작품상… 벤허·타이타닉 등 3편 11관왕
TV중계때 광고 편당 20억원… 韓, 1963년 ‘사랑방 손님’첫 출품

회원 8400명중 한국인 40명
후보 5편 뽑은뒤 다득표 선정
작년 ‘버닝’첫 예비후보 올라

할리 베리, 흑인 첫 여우주연상
2016년엔 백인 독식 논란에
흑인 배우·감독 시상식 불참

월트 디즈니 22번 수상 ‘최다’
존 포드, 감독상만 4번 받아
최다 주·조연상 캐서린 헵번


▲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 6개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기생충’의 한 장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오스카)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오스카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봉 감독이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는 로컬(지역) 시상식”이라고 말하며 ‘미국 영화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오만함을 비꼬았지만 오스카상은 92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상이다.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시상하기 때문에 봉 감독의 ‘로컬’ 표현이 틀리진 않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 1위 규모의 영화시장으로,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투표를 통해 수상작(자)을 정하는 오스카상을 거머쥐는 것은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오스카의 역사와 수상작(자) 선정방법, 재미있는 뒷이야기 등을 정리했다.


1. 아카데미 시상식 언제 시작됐나

1927년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MGM)사의 사장인 루이스 메이어가 연 자택 파티에서 영화협회의 필요성과 영화상에 대한 아이디어가 처음 거론됐고, 그해 여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출범했다. 제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1929년 5월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루스벨트호텔에서 개최됐다. 첫 시상식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심사대상이 모두 무성영화여서 92년 역사상 유일하게 자막상이 존재했다. 수상자를 3개월 전에 미리 발표해 시상식에 걸린 시간도 단 4분 22초였다. 첫 회 이후 15년간 호텔에서 시상식이 이뤄지다가 1944년부터 극장에서 열렸다. 1969년부터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뮤직센터 ‘도로시 챈들러 파빌론’에서 거행되다가 1988년부터는 슈라인 오디토리움에서도 개최됐다. 지금의 할리우드 돌비극장(구 코닥극장)에서 열린 건 2002년부터다. 첫 작품상 수상작은 윌리엄 웰만 감독의 ‘날개’였다.


2. 심사 과정

아카데미상은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AMPAS 회원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9500명, 이 가운데 투표권이 있는 회원이 약 8400명이다. 한국인 회원은 약 40명으로 알려져 있다. 회원이 되려면 가입하고 싶은 부문에 속해 있는 회원 2인의 추천을 얻어야 한다. 후보작 선정은 회원이 속한 부문에서의 투표로 결정된다. 첫 번째로 선택된 표가 많은 게 후보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보통 5편을 뽑는다. 수상작은 이보다 간단한 방식으로 결정된다. 회원들은 부문별로 한 표씩을 행사하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영화가 상을 받는다. 다만 부문별로 최종 투표 자격이 다르다. 올해 아카데미상 규정에 따르면 국제장편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과 다큐멘터리상의 경우 5개 후보작을 모두 본 회원들만 투표할 수 있다. 감독상과 작품상, 미술상 등은 현재 활동 중인 회원만 투표 가능하다. 수상작 투표는 30일부터 2월 4일까지 진행된다.


3. ‘오스카’ 명칭의 유래

아카데미상 트로피는 영화 필름 릴 형태의 받침대 위에 중세 기사 느낌의 남성이 가슴 높이까지 오는 장검을 두 손으로 짚고 있는 모양이다. 높이 34㎝, 무게 3.8∼3.9㎏의 황금빛 남성 나상(裸像) 트로피에 왜 ‘오스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3가지 설(說)이 있다. AMPAS 도서관의 사서였다가 훗날 고위직에 오른 마거릿 헤릭 여사가 책상 위에 있는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보고 자신의 삼촌인 오스카와 닮았다고 말해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1920년대를 풍미한 배우 벳 데이비스가 트로피의 뒷모양이 자신의 첫 남편 하먼 오스카 넬슨과 똑같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1934년 할리우드의 한 영화 칼럼니스트가 글을 쓰다가 아카데미상을 늘 ‘그 상’(The Statuette)이라고 표현하는데 싫증을 느껴 오스카라는 이름을 고안했다는 설도 있다.



4. 한국영화 오스카 도전사

1963년 고 신상옥 감독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아카데미상에 출품하며 한국영화의 오스카 도전이 시작됐다. 신 감독은 1965년 ‘벙어리’와 1991년 ‘마유미’도 아카데미에 보냈다. 2000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아카데미로 갔고, 2002년부터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아카데미상에 출품할 한국 대표작을 선정했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그해에 출품됐고, 2013년 김기덕 감독 ‘피에타’, 2014년 강이관 감독 ‘범죄소년’, 2015년 심성보 감독 ‘해무’, 2016년 이준익 감독 ‘사도’, 2017년 최동훈 감독의 ‘암살’, 2018년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 등이 아카데미 문을 두드렸으나 예비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예비 후보에 오르며 문을 열었다. 하지만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5. ‘기생충’의 경쟁상대

‘기생충’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있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 부문에서는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등과 경쟁한다. 모두 거장들의 쟁쟁한 작품으로, 수상이 쉽지 않지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을 비롯해 미국 내 여러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감독상은 봉준호 감독과 골든글로브 감독상 수상자인 ‘1917’의 샘 멘데스 감독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생충’의 양진모 편집기사가 미국영화편집자협회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편집상을 받으며 아카데미 편집상 수상도 점쳐지고 있다. 코미디 부문 편집상 수상작인 ‘조조 래빗’이 강력한 경쟁 상대다. 킨국제영화제에서 세트에 대한 극찬을 얻어 미술상도 노려볼 만하다. 국제장편영화상 수상은 확실시된다.


6. 오스카소화이트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던 아카데미는 2016년 큰 벽에 부딪혔다. 제88회 시상식에 앞서 아카데미가 ‘오스카소화이트(OscarSoWhite·오스카는 백인 위주)’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미국의 유명 흑인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와 흑인 배우 윌 스미스의 아내이자 여배우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 “이번 아카데미에는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카데미의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에 오른 20명의 배우가 모두 백인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다. 이는 SNS를 타고 공감을 얻으며 ‘오스카소화이트’라는 해시태그 운동으로 진화했다. 이에 셰릴 분 아이작스 아카데미 회장은 회원 중 여성과 소수계의 비율을 2020년까지 2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 번 되면 평생 유지되던 회원 자격도 10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논란이 시끄러웠던 이해 이병헌이 한국인으로선 처음 시상자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7. TV중계, 시청자 수와 광고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방송은 1953년부터 시작됐다. 생중계를 시작한 건 1969년이다. 2011년부터는 ABC가 독점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시청률은 지난 5년간 평균 10%를 넘어 높은 편이다. 시청자 수로 치면 약 3000만∼4000만 명 정도다. 가장 시청자가 많았던 때는 ‘타이타닉’이 작품상 후보에 올라 있던 1998년이다. 전 세계 550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추산된다. 높은 관심만큼이나 천문학적인 광고료가 발생한다. 2016년 제88회 시상식이 비록 아카데미가 ‘오스카소화이트’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불구하고 TV 광고 시간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30초짜리 광고의 평균 수입은 172만 달러(약 20억 원), 최고가는 무려 225만 달러(약 26억 원)에 달했다. 2015년 기준, ABC의 광고수입은 1억1000만 달러(약 1281억 원)였다. 이는 같은 해 그래미어워즈의 광고수입(7500만 달러)과 골든글로브의 광고수입(4200만 달러)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8. 역대 최다는

아카데미상 최다 수상 기록은 ‘11관왕’이다. ‘벤허’(1959) ‘타이타닉’(1997)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2003) 등 3편이 최다 11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그중에서도 ‘타이타닉’은 제70회 시상식 21개 부문 중 14개 부문에 후보지명돼 11개를 받아 단연코 최고였다. 후보지명으로 최다는 14개 부문이다. ‘타이타닉’ 외에 ‘이브의 모든 것’(1950), ‘라라랜드’(2016)가 14개 부문 후보지명으로 최다 타이를 기록하고 있다.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은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11개를 모두 받는 승률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역대 최다 수상자는 월트 디즈니다. 무려 22회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는 그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통해서다. 여성 최다 수상자는 에디스 헤드다. 헤드는 영화계의 전설적인 의상 디자이너다. 파라마운트와 유니버설스튜디오의 디자이너를 지냈다. 1950년부터 1974년 사이 8번이나 오스카 의상상을 거머쥐었다. 오드리 헵번, 그레이스 켈리 등 당대 최고 여배우들의 의상을 담당했다. 최다 감독상의 주인공은 존 포드(4회), 최다 주·조연상의 주역은 배우 캐서린 헵번(4회)이다.


9. 최초 기록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최초의 흑인 배우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노예 역을 맡은 해티 맥대니얼이다. 1940년 시상식에서 사상 첫 흑인 후보로 오른 그는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후 51년이 지난 1991년 ‘사랑과 영혼’의 우피 골드버그가 두 번째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을 처음 받은 흑인 배우는 1964년 ‘릴리 꽃밭’의 시드니 포이티어이며 흑인 첫 여우주연상은 2002년 ‘몬스터 볼’의 할리 베리에게 돌아갔다. 여성 감독 중 첫 감독상 수상자는 2010년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글로 감독이다. 이 영화는 그해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은 최초의 아시아인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그는 ‘브로크백 마운틴’(2006)과 ‘라이프 오브 파이’(2013)로 두 차례 오스카 감독상을 받았다. 2009년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는 첫 사후 수상자다. 그의 남우조연상은 가족이 대리 수상했다.


10. 사건·사고

197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대부’의 말런 브랜도가 수상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를 대신해 아파치 원주민 옷을 입은 한 여성이 무대에 올라 “그는 이 상을 거부한다. 영화 산업에서 미국 원주민들이 잘못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듬해에는 사회자가 작품상 시상자인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소개할 때 무대 뒤에서 한 남자가 나체로 등장해 난리가 났다. 테일러는 예정대로 ‘스팅’의 작품상 수상을 발표했지만 객석에서는 비명이 쏟아졌다. 2017년에는 작품상 수상작이 잘못 발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워런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가 이미 시상을 끝낸 여우주연상 봉투를 건네받아 ‘라라랜드’로 발표했지만 실제 수상작은 ‘문라이트’였다. 10분 동안 대혼란이 벌어진 후 ‘라라랜드’ 팀은 ‘문라이트’ 팀을 응원하며 무대에서 내려갔다.

김구철·김인구 기자
e-mail 김구철 기자 / 문화부 / 부장 김구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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