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김밥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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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김밥은 대표적인 국민 음식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밥은 형태에 따라 전형적인 줄 김밥 외에도 충무김밥, 꼬마 김밥, 누드 김밥, 심지어 서울 광장시장 명물 마약 김밥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일본에서는 ‘오니기리’로 불리는 삼각 주먹밥이 유명한데,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전국시대의 전투식량이 그 기원이다. 둥근 주먹밥에 비해 삼각 주먹밥은 적재 시 틈새를 줄일 수 있어 수납이 쉽고 안정적으로 쌓아 올릴 수 있으며, 대량운반도 용이하다.

삼각김밥은 1990년대 초 일본이 거점인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통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개당 1000원인 삼각김밥은 이윤이 적은 편이어서, 함께 팔리는 음료수나 라면 등의 부가적인 매상을 노리는 미끼상품의 측면이 더 크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경희궁 건너편에 20년이 넘게 단골손님이 많은 한 김밥 가게는 몇 년 전 ‘생활의 달인’ 방송을 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한때 줄을 서서 살 정도로 장사가 잘됐으나 최근 점주가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그만뒀다. 경기가 어려우면 김밥 같은 값싼 음식이 잘 팔릴 것 같은데, 그런 단계도 지난 것 같다는 것이 간편식 가게 주인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지난 17일 발표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 경기침체가 가속화했고, 특히 김밥 등을 파는 간이음식점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와 재료비 부담 증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외식 소비행태 변화, 배달 서비스업 확산 등도 악영향을 미쳤다. 2020년 외식산업 경기 전망지수도 낮게 나와 올해도 반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 포털 사이트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대표 외식 품목 8개 가운데 7개 가격이 1년 새 올랐는데, 김밥과 짜장면이 특히 많이 올랐다. 짜장면 평균 가격은 5154원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7.1%, 김밥 한 줄 가격은 지난달 2408원으로 6.1% 올랐다. 서울 압구정동에선 한 줄에 무려 1만5000원짜리 명품김밥 ‘킴팝’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밥이 이른바 ‘금(金)밥’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오죽하면 인건비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 김밥 싸는 기계까지 등장했을까. 내수 경기 침체가 서민들이 즐기는 김밥 하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