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녹색성장 위한 ‘서울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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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지난해 남미 가이아나에서는 1㎞ 떨어져 있던 해변이 수년 전부터 육지로 다가오더니 바닷물이 2만㏊의 농지를 덮치는 일이 발생했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한반도 주변 해수면은 지난 30년간 연평균 2.97㎜ 상승했으며, 특히 지난 10년 동안에는 3.48㎜로 더욱 빠르게 높아졌다. 기후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지난해 12월 2∼15일 칠레를 의장국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있었다. 이 총회에서는 탄소시장 관련 이행규칙을 타결해 2020년 이후 파리협정의 세부 이행규칙(Rulebook) 완성을 목표로 했다. 당사국은 총회 역사상 가장 오래, 폐막을 지연하면서까지 협상 타결을 도모했지만, 당사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규칙은 도출하지 못했다. 파리협정 이행규칙의 완성은 올해 11월 제26차 영국 글래스고 당사국총회로 연기됐다.

우리 대표단은 탄소시장, 재원, 손실 및 피해, 투명성 체계 등 80여 개 의제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 비록 탄소시장 이행규칙이 전체적으로는 합의되지 못했지만, 우리 입장을 개진해 부분적으로 합의된 협상 문서 초안에 반영했다. 또한, 선진국과 개도국 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선진국의 2020년 감축 및 재원 지원 공약 이행 관련 문제에 있어서도 중재안을 제출해 최종 결정문 도출에 기여했다. 한편, 유엔기후변화협약 관련 이행부속기구 부의장 등 각종 선거직 진출은 기후변화 분야에서 우리의 위상을 더욱 드높일 수 있는 발판이 돼줄 것이다.

탄소시장 규칙이 합의되지 못했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협상 타결을 위해 각국이 끝까지 보여준 노력은 다자주의에 대한 희망을 의미한다.

2020년은 신(新)기후체제 출범으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대전환되는 해다. 선진국에만 감축 의무를 부과했던 구(舊)기후체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파리협정에 기반한 신기후체제는 모든 국가가 참여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되, 그 이행을 국제사회가 함께 독려하는 상향식 체제다. 그 새 출발을 위해 각국은 올해에 감축 목표를 갱신하고, 2050년까지의 저탄소 발전전략을 제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마드리드에서 글래스고에 이르는 여정이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도 파리협정 이행을 충실히 준비해 왔다. 녹색기후기금(GCF) 공여액을 2배로 확대하고 기후행동을 강화해 나감으로써,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오는 6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제2차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를 통해 서울은 마드리드와 글래스고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P4G는 2017년 덴마크와 우리나라 등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출범한 민·관 파트너십이다. 모든 국가와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필요한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P4G는 기업과 시민사회를 포괄하는 민·관 협력을 촉진하는 등 꼭 필요한 역할을 해 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호주의 산불이 계속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우리는 지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정상회의를 잘 준비하기 위한 범정부적인 지혜와 경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제2차 P4G 정상회의는 제26차 글래스고 당사국총회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될 뿐 아니라, 국제사회 기후행동의 새로운 10년을 여는 기반이 돼줄 것이다. P4G 정상회의가 기후행동과 SDGs 달성 노력에 대한 국내 인식을 제고하고, 우리 환경산업의 해외 진출 기반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