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에서 같은 충청으로?” 우한 교민 격리 수용지 잠정결정에 아산·진천 등 충청권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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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세현(사진) 충남 아산시장이 정부 측의 우한(武漢) 교민 격리 수용지가 충남 천안에서 아산·진천으로 변경돼 결정되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충북 진천의 지역 정치권도 들썩이고 있다. 지역민들은 전날 천안에서 하루 만에 이웃 충청권으로 대상지를 바꾸는 결정이 나자 “충청 무시이자, 이웃 자치단체 주민들끼리 싸움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오 시장은 29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하는 교민들의 격리 수용지로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결정한 것과 관련, 이날 오후 SNS를 통해 입장을 발표하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오 시장은 입장문에서 “우한 교민 수용시설의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결정은 합리적 기준도, 절차적 타당성도 결여돼 있다”며 “지방정부와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었고, 더 나은 대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아산으로 결정한 기준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오 시장은 먼저 입지적 타당성 문제를 거론했다. 오 시장은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엔 신정호 등 관광지와 아파트단지가 있어 유동인구가 많고, 음압 병동 등 전문시설과 신속대응 시스템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특히 “천안에서 아산으로 번복된 이유에 대한 아산 시민들의 허탈감 및 분노가 극에 달했다”며 “정치적 논리와 힘의 논리에 밀려 아산으로 결정됐다는 점이 아산 시민들의 상실감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격앙된 지역 민심을 전했다. 오 시장은 끝으로 “아산시는 우한 교민 임시 수용시설 설치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합리적인 결정의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아산시와 아산 시민들은 결정에 반대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역임한 자유한국당 이명수(아산갑) 의원도 우한 교민 격리시설로 자신의 지역구인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결정난 데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29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의 보호시설 선정을 적극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졸속 행정을 비판했다. 주민 이모(54·아산시 초사동)씨는 “하루 만에 충청에서 옆 동네 충청으로 옮기는 것은 정부가 지역 간 싸움을 붙이는 꼴”이라고 말했다. 아산 송악면 일대 주민들은 이날 경찰인재개발원 정문 진입로에 트랙터 등 농기계, 의자들을 세워 놓고 도로 봉쇄에 나섰다.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연합은 이날 성명서에서 “수용시설은 김포공항에서 가까운 인근 지역에 정부의 긴급 재난대피 시설로 지정된 곳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정부 결정을 반대했다.

진천을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경대수(증평·진천·음성) 의원도 이날 오후 진천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 혁신도시 내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우한 교민·유학생 수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송기섭 진천군수도 “격리장소로 거론되는 공무원인재개발원이 위치한 충북혁신도시는 전체 도시 면적이 660만㎡로 협소한 데다 인구가 밀집해 있다”며 “정부가 아무런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항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전날 천안시 동남구 우정공무원교육원과 목천읍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등 2곳을 교민들의 임시수용시설로 정해 공식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천안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이를 보류하고 다른 시설을 물색했다.

아산·진천=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