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화순의 Deep Read >총선 ‘이념전쟁’ 예고… 승패 떠나 ‘범여 재구성·국회패싱’ 계속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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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0-01-3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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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전망 - ⑦ 국회

與 ‘86운동권’ 출신들, 野와 협치 않고 집단사고로 ‘다수의 폭정’… 동물국회 면했지만 식물국회 전락시켜

민주, 선거 결과따라 과반 확보 위해 의원 빼오기·정계개편 가능성… ‘포퓰리즘 독주’막으려면 국민이 균형 잡아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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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서 많은 국민은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됐나’라는 회의를 갖게 된다. 한국은 1987년 민주화를 통해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확보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좋은 사례를 보여줬다. 그런데 지금 한국 정치는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광장의 정치가 일상화하고, 대의민주주의는 사실상 실종 상태에 빠졌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정치가 정상성을 회복할 가능성을 거의 보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에도 우리 국회와 정치권은 ‘포퓰리즘의 탁류’ 속에서 ‘협치의 실종’ ‘다수의 폭정’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포퓰리즘 탁류에 빠진 한국 정치

한국 정치가 봉착한 위기의 원인은 의회와 정당의 바깥, 즉 광장에서 권력의 정통성과 그 지지기반을 확보하려는 더불어민주당 등 집권세력의 포퓰리즘에서 우선 찾을 수 있다. 포퓰리즘은 현실의 삶이 팍팍하고 불만족스러울 때 등장해 세상을 바꿀 개혁을 주장하며 편 가르기를 일삼고 국가 재정을 이용해 현금을 살포한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정당과 국회라는 대의민주주의의 틀과 기존 제도를 노골적으로 우회하고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며 제도나 시스템이 아니라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광장에 모인다.

미국의 정치학자 야스차 뭉크에 의하면 포퓰리스트는 다수를 포섭하기 위해 소수의 국민을 완전히 배제하는 ‘반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제도를 앞세워 유권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책 결정을 내리고 대중의 정치적 영향력을 축소하는 ‘비민주적 자유주의’로 특징 지워진다. 일부 유럽과 남미 국가에서 포퓰리즘의 비극적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정치의 탁류를 만들어내는 포퓰리즘 역시 정치 엘리트들의 동원과 배제, 집단사고와 공격, 감성적 양극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포퓰리즘의 정책적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나며, 국가의 과도한 개입은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훼손하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각국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86 운동권’ 정치의 집단사고

386에서 시작해 이제 586이 된 한국의 운동권 정치인들은 진보 진영 내의 동질적인 피해의식을 강조하고 보수 성향의 인사나 집단을 적폐로 분류하는 극단적인 편 가르기를 벌여 왔다. 포퓰리즘은 특히 집단사고를 통해 더욱 강화한다. 86 정치인들은 소셜 미디어를 진영논리를 펼치고 집단 결속을 강화할 편리한 수단으로 인식해 왔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지지층에 진영을 옹호할 논리를 제공하고 흑백논리를 전달해 시민들의 자기 편향과 집단감정을 부추겼다. 이 과정에서 지지자들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다른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에 빠졌다.

집단사고는 그에 반대하면 ‘왕따’를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만장일치를 이루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조국 사태 때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 등 패스트 트랙에 태워진 법안이 통과될 때 여당 내에서 제대로 된 이견이나 비판 또는 저항이 나오지 않았고 그런 시도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문제는 집단사고가 집단의 외부를 적으로 규정하고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집단행동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집단사고는 심지어는 문재인 대통령 측근과 청와대 인사들이 선거 개입이나 각종 비리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상황에서 이들의 ‘수호’를 외치게 하고 검찰 조사를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부르게 했다. 집단여론과 집단공격이 진영을 옹호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한 개인의 자유와 인권, 권력감시와 견제의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치 엘리트들의 편 가르기, 집단사고와 행동은 ‘정서적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를 조장해 정당정치의 정상적 작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지경에 이르게 했다. 정서적 양극화는 지지하는 집단과 입장에 대해서는 강한 호감을 갖지만 반대 집단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과 혐오를 느끼는 현상이다. 이는 보수-진보라는 단순한 이념 대립을 넘어 반대자에 대한 ‘극혐’을 생산해낸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협치’ 부재의 한국 정치

문재인 정부는 국회를 우회해 행정입법이나 시행령만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입법기관을 우회했다. 탈원전, 부동산 정책, 자사고 폐지 등 많은 정책이 민주적 통제와 공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한마디로 일방적으로 변경됐다. 정책이 만들어질 당시에 있었던 입법 취지나 목적은 여권에 중요하지 않은 듯 보인다. 집권당 대표를 지낸 정치인이 중앙부처의 장관으로 가고,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 출신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로 가는 상황이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동물국회는 면했지만 이젠 식물국회 시대가 됐다. 국회는 타협과 합의의 정치를 찾아볼 수 없고, 제1야당을 인정하지 않는 여당의 독주가 이어진다. 민주당은 진보 성향의 군소 정당들과 ‘4 + 1’ 협의체라는 임의단체를 만들어 보수 야권을 깔아뭉개고 ‘게임의 룰’인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을 밀어붙였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08석이라는 적지 않은 의석을 갖고도 제구실을 하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하다. 현재 야당은 집권여당의 권력을 견제할 역량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양당 체제도 다당제 시스템도 아닌 어정쩡한 정치 지형에서 협치는 실종됐고 여당은 독주하며 야당은 견제 기능을 상실한 모습이 오늘날 대한민국 국회와 정치권의 축도(縮圖)다.

◇‘다수의 폭정’과 총선 이후

오는 4·15 국회의원 총선거는 지독한 정치적·이념적 내전의 장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이후의 정치 전망도 밝지 못하다. 총선 결과에 따라 민주당과 이를 따르는 군소 정당들이 ‘범여(汎與)’를 재구성하고 보수 야권과의 대화와 타협, 설득과 양보 없이 자신들의 이해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총선 이후에도 협치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며 범여의 승자독식 행태는 심화할 것이다. ‘다수에 따르라’는 식의 국정운영은 민주주의를 ‘다수의 폭정’으로 타락시킨다. 그 결과 ‘합의제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특정 정당·정파에 의한 독과점적 국회 운영 시스템이 굳어질 수도 있다. 바뀐 선거법에 따라 독자적인 절대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려운 민주당이 군소 정당을 상대로 ‘의원 빼 오기’나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시도해 과반 의석 만들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도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이미 누적 재정적자 46조 원, 국가채무 700조 원을 기록하며 국가 곳간이 탈탈 털리는 중이다. 하지만 공짜 복지에 맛을 들인 적지 않은 국민이 정부와 여당의 세금 퍼주기에 환호하며 국가 부도에 처한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의 사례를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 동원과 배제, 정치적 양극화, 집단사고를 이용한 극단의 포퓰리스트 직접민주주의가 계속되면 대의제 민주주의는 쇠퇴하고 그 결과는 자유와 인권의 퇴보가 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견제와 균형이다. 2019년 국회와 정치권에서 벌어진 대의민주주의의 쇠퇴, 범여권 독주에 의한 자유민주주의의 훼손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총선에서 국민이 균형을 잡아줄 수밖에 없다. 그것이 표퓰리즘의 폐해와 다수의 폭정을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게 하는 유일한 탈출구이다.

연세대 정외과 교수·국가관리연구원장


■ 세줄 요약

포퓰리즘에 빠진 정치 : 한국 정치가 봉착한 위기의 원인은 대의제를 패싱하고 광장에서 권력의 정통성과 지지기반을 확보하려는 포퓰리즘 때문. 포퓰리즘의 정책적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나며, 국가의 과도한 개입은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훼손하는 것으로 귀결.

협치 부재 한국정치 : ‘86 운동권’ 정치인들은 편 가르기, 정서적 양극화 조장으로 집단사고를 만들고 정당정치의 정상적 작동을 불가능하게 함. 협치는 실종됐고 여당은 독주하며 야당은 견제 기능을 상실한 모습이 대한민국 국회와 정치권의 축도(縮圖)임.

총선 이후 전망 : 4·15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인위적인 정계개편’ 등을 통해 ‘범여(汎與)’를 재구성하고 ‘다수의 폭정’을 계속할 가능성. 그 결과 ‘합의제 민주주의’는 사라지며 특정 정당·정파에 의한 독과점적 국회 운영 시스템이 굳어질 수도.


■ 용어 설명

‘협치’란 원래 행정학에서 영어의 ‘governance’를 번역한 개념. 하지만 우리 정치 현실에서는 ‘국회나 여야 정치권에서 협의와 타협을 통해 궁극적인 합의를 지향해 가는 행위’라는 뜻으로 쓰임.

‘다수의 폭정’이란 특정 집단이 다수의 지지에 힘입어 이를 절대적인 정의라고 착각하면서 자신들에 반대하는 소수파를 비판·억압하는 것. 알렉시스 토크빌의 책 ‘미국의 민주주의’의 섹션 타이틀로 사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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