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은은한 향 연잎밥에 육즙 가득 떡갈비… ‘백제 밥상’ 납시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솔내음의 연화정식. 멥쌀과 찹쌀 비율을 2대 8로 섞고 대추, 은행 등을 고명으로 얹은 연잎밥과 연잎가루를 넣은 떡갈비, 감자샐러드, 홍삼청과 새싹삼 등 정갈하고 깔끔히 정돈된 찬이 나온다.

■ 개성 넘치는 부여의 맛

- 솔내음
흑미·홍미·녹미 섞은 찰밥에
대추·은행·연근·서리태 ‘고명’
홍삼청 넣은 새싹삼 반찬 별미
토산품 밤빵·밤잼도 직접 개발

- 장원막국수
양념 강한데 끝맛은 개운·깔끔
계속 맛보게 되는 ‘마약 육수’

- 시골통닭
한마리 통째로 튀겨낸 옛 방식
닭국물·모래집튀김 같이 내와

- 앳 267
수제버거·주스… 브런치 카페
연꽃 군락지 한눈에 보는 명소

지난주 국립부여박물관의 전시를 보기 위해 충남 부여군을 방문했다. 찬란했던 백제의 문화는 겨울의 황량함에도 새록새록 문화유산들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듯, 학창시절 역사교과서만 의지해 부여를 이해하긴 힘들다. 그 옛날 삼국시대의 이야기들을 다시 읽어보고 맞춰보고 새로 입력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할 듯하다. 국립부여박물관, 궁남지, 부소산성을 곁들여 돌아보며 부여의 음식도 함께 즐겨 봤다.

부여를 상징하는 음식을 밤과 연잎밥으로 정리해 봤다. 부여의 밤은 전국 생산량 2위를 자랑하며 ‘굿뜨래 밤’이라는 브랜드도 내놓았다. 또한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5∼6년 전부터 부여군의 정책과 맞물려서 연잎밥이 지역 대표 음식이 됐다. 가는 곳마다 연잎밥을 판매한다. 그러나 수많은 연잎밥 전문점이 있어 비슷하고 식당 고유의 음식 개성이 잘 담겨 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부여에서 연잎밥 정식으로 식도락가들로부터 알음알음 알려지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솔내음’을 방문하기 위해 부소산성 인근 나루터로 향했다. 식당 외관이 멋진 통나무집으로 돼 있어 눈에 잘 띄었다. 솔내음의 사장이자 주방장인 이하연 대표를 만났다. 30대 중반의 젊은 사장이었다. “부여 지역에서 판매하는 연잎밥은 타 지역에서 만들어져 유통되는 연잎밥과 부여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연잎밥으로 나눠집니다. 연잎밥은 쓰이는 재료에서 많은 질적 차이를 보이는데 저희가 판매하는 연잎밥은 ‘부여백제연잎밥’이라는 농업법인에서 만드는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연잎밥에 대해 좀 더 물어보았다. “연잎밥은 찰밥이 연잎에 잘 붙기 때문에 멥쌀과 찹쌀의 비율을 잘 맞춰 만들어야 밥이 연잎에 붙지 않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멥쌀과 찹쌀의 비율은 2대 8로 멥쌀에는 흑미, 홍미, 녹미, 보리, 기장 등이 사용되고 있다. 고명은 대추, 은행, 연근, 서리태 등이 기본 들어가고 아몬드와 호박씨 등이 번갈아 사용된다. 내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이 사장은 대학에서 조리학을 전공했다. 그의 작은할아버지가 지금의 건물을 짓고 2002년부터 운영해오던 이곳을 2008년도에 인수해 같은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인수 이전에는 길지 않았지만 서울의 유명 궁중음식 전문식당에서 일했었다. “처음에 이곳은 돈가스, 스파게티, 함박스테이크 등을 팔던 ‘경양식집’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곳도 그리 많지 않았었고 나름대로 부여에서는 이름 있는 곳이었어요. 제 레시피를 더해 계속 비슷한 메뉴로 운영했었습니다.” 한식으로 메뉴를 전면 교체한 계기가 궁금했다. “연꽃 축제가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근처에 많이 방문하기 시작했는데 한식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당시 저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시기였습니다. 관광지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에 연잎밥 정식을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2014년부터 완전하게 한식으로 식당의 종목을 바꾸게 됐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다는 부여백제연잎밥에서 만든 연잎밥 또한 직접 개발에 참여했다. 연화정식을 주문한 후 우선 찬을 둘러봤다. 감자샐러드, 쌈채, 멜론 장아찌, 숙주양념, 상추줄기무침, 삼색전(김치, 야채, 버섯), 한우떡갈비, 한돈떡갈비, 연근 및 단호박 탕수, 홍삼청과 새싹삼, 파절이 등이다. 정갈하고 깔끔히 정돈된 찬들이 방짜유기 접시에 가지런히 예쁘게 제공됐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닭을 통으로 튀겨낸 시골통닭의 통닭 한 마리. 닭 모래집 튀김과 쌀떡을 띄운 닭국물 등이 함께 나온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돼지고기 목살로 육수를 낸 장원막국수의 막국수. 양념이 강하지만 끝 맛은 개운하다.

부여 인근의 식재료를 사용하며 주변 고기농장의 고기를 납품받고 있다. 찬에 쓰이는 연잎은 부여 인근에서 농사짓는 분들에게 납품도 받고 먹어보라며 그냥 가져다주는 분도 계신다. 그때그때 돌아가면서 식재료를 이용해 찬을 만들고 있다. 현재 부여의 10미 쌀을 사용하고 있다. 떡갈비의 육질과 육즙이 좋았다. 한돈 및 한우 떡갈비에 연잎가루를 넣고 있다. 홍삼청을 곁들인 새싹삼의 경우 독특해 메뉴로 넣은 이유를 물어봤다. “부여가 예로부터 삼이 유명했고 정관장의 위치도 부여라 삼을 홍삼청과 함께 즐기는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젊은 사장의 원가 관리 능력이 잘 발휘되는 것 같다. “가격대비 찬의 구성이 좋아 점차 재방문하는 손님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대전에서 매주 2회 정도 오시는 단골 분도 계세요.” 그는 최근 굿뜨래 밤을 이용해 밤빵과 밤잼 등의 상품개발도 마쳤다. 이름도 ‘율빵’과 ‘율잼’이다.

지난 1월 1일부터 식당 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여를 떠나면서 사 가지고 갈 대표적인 음식 기념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율빵은 굿뜨래 밤을 넣어 만든 작은 빵으로 안에 율잼이 들어가 있다. 율잼 또한 굿뜨래 밤과 우유 등을 사용해 오랜 시간 동 냄비에 끓여내 밤의 깊은 맛과 향이 응축됐다. 이 사장의 말로는 율잼을 넣은 밤라테를 자주 즐긴다며 추천해 줬다. 간단한 인터뷰와 식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관광지의 음식점을 방문하다 보면 관광객을 쉽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손님이 다시는 안 올 것이라는 사고의 규정이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지 못하는 결과와 연관이 된다. 그는 참 많이 노력하는 젊은 요리사였다. “무엇보다 좋은 음식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말이 기분 좋았다. 부여를 방문하게 된다면 꼭 방문해 볼 만한 식당이다.

부여의 부소산성과 인근 길 끝 굿뜨래 나루터 선착장 주변에는 막국수와 수육 딱 두 가지 메뉴만 판매하며 전국으로부터 손님을 맞는 ‘장원막국수’가 있다. 돼지고기 목살로 육수를 내고 수육도 만든다. 다녀본 전국의 막국수 중 육수 맛이 가장 강하고 조미가 많이 된 듯 양념 간이 세면서 독특하며 복합적인 맛을 내고 있었다. 심심한 맛의 평양냉면과 같은 메밀국수의 육수를 기대했다면 이것은 완전히 다른 육수의 맛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육수 맛이 좀 색다르게 느껴졌다. 양념이 강했지만 끝 맛은 아주 개운하고 깔끔했다. 끝 맛 이후의 여운도 깨끗하고 오히려 상쾌해 육수의 맛을 계속 보게 됐다. 이 집의 육수 맛이 이 집을 계속 오게 하는 매력인 듯했다. 막국수의 메밀과 밀의 비율을 물으니 씩 웃으며 절대 안 가르쳐 준다. 면에 가볍게 함께 존재하는 은근한 탄력이 좋았다. 오후 5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오후에 오려면 시간 계산을 잘해야 한다. 가게 진입로부터 집 앞 주차장 그리고 나가는 길은 모두 일방통행으로 이 집 영업의 분주함 때문에 최적화된 듯했다.

부여에 있는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맛집을 뽑으라면 많은 사람이 ‘시골통닭’을 꼽을 것이다. 부여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과 같이 한자리에 모여 통닭을 먹었던 기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라며 이곳을 즐겨 방문한다고 했다.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 주말 저녁식사를 하거나 나들이하기 전에 이곳에 들러 통닭을 주문한다고 했다. 혼자 방문한 내게 편히 조용히 먹기 좋을 것이라며 가게 제일 안쪽 자리를 내주곤 방문하는 모든 손님과 눈을 맞추고 안부를 교환하는 모습에 이 집의 지역 내 입지를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인 직원들의 유창한 한국말 솜씨는 즐거운 양념이다. 이곳은 닭을 통으로 튀겨 낸다. 통닭 한 마리를 시키면 닭 모래집 튀김, 양배추 샐러드, 무초절임, 쌀떡 몇 개 띄운 뜨거운 닭 국물, 김치 한 가지 그리고 통닭을 찍어 먹을 매운 소스와 소금 등이 모두 한 상에 나온다. 마치 통닭정식처럼 한 상 가득 즐길 수 있다. 손님이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이렇게 한 상 가득 차려주니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이곳을 소개해 준 부여 사는 지인의 추억에 공감했다. 어릴 적 식구들과 즐겁게 야식을 즐겼던 추억들이 밀물처럼 소환됐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유에 딸기와 꽃잎 등을 얹은 앳267의 딸기음료.

부여연꽃축제가 열리는 궁남지 인근에는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많다. 이 중 최고의 장소라고 알려진 ‘앳 267’을 방문했다. 수제버거, 샌드위치, 파니니 등 식사메뉴뿐만 아니라 생과일주스, 계절 음료와 메뉴, 커피 메뉴와 디저트까지 하루 종일 식사와 음료 등을 즐길 수 있는 브런치 카페다. 요즘 한창 제철인 딸기 음료를 주문했다. 우유에 딸기와 꽃잎을 얹은 아름답고 기분 좋아지는 제철 음료다. 부여연꽃축제가 한창인 7월 즈음에 이곳은 연꽃천지로 변한다. 테라스에 자리를 잡으면 마치 연못 위에 떠 있는 듯 연못 한가운데서 연꽃이 가득한 군락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즐길 수 있다. 인근에 다양한 커피숍도 많지만 이곳의 위치만큼 완벽하지 않다. 이곳에서 연못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여유 있게 차 한잔 즐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부여에 온 가치는 충분하다. 2층에서는 멀리 궁남지까지 볼 수 있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 미식가이드

연잎밥 정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한식당 ‘솔내음’(041-836-0116)은 부여군 부여읍 나루터로 39에 위치해 있다. 한돈 떡갈비 두 장과 함께 즐기는 백련정식은 1만6000원, 한돈과 한우떡갈비 한 장씩 즐길 수 있는 연정식 1만9000원, 한우떡갈비 두 장과 즐길 수 있는 연화정식 2만2000원이다. 율빵 35g 9개들이 1만5000원, 율잼 250g 병당 1만2000원. 오후 3∼5시 사이는 저녁 준비시간이며 오후 8시까지 영업한다.

메밀막국수와 편육을 잘하는 ‘장원막국수’(041-835-6561)는 부여읍 나루터로 62번길 20에 위치해 있다. 편육 1만9000원, 메밀막국수 7000원.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문을 연다.

부여지역의 대표 맛집 중 하나인 ‘시골통닭’(041-835-3522)은 부여읍 중앙로5번길 14-9에 위치해 있다. 통닭 1만6000원, 통닭 작은 크기 1만 원, 모래주머니 1만2000원, 인삼튀김 1만6000원, 삼계탕 1만2000원, 시골찜닭 3만 원, 닭죽 7000원. 시골백숙(5만5000원)은 예약해야 한다.

브런치 카페 ‘앳267(041-835-0267)’은 부여읍 서동로 56번지에 위치해 있다. 햄버거스테이크 9500원, 베이컨 치즈 오믈렛 9000원, 267 브런치세트 1만6000원, 계절 딸기음료 6000원, 수제생강레몬차 및 수제레몬청차 5500원, 수제백향과청차 6500원.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

본문에는 나오지 않은 ‘서동한우’(041-835-7585)는 부여읍 관북리 118-2에 위치해 있다. 건조숙성 전문점으로 드라이에이징한 한우를 판매한다. 명품숙성한우 150g 4만3000원, 숙성 등심과 채끝살 150g 3만2000원, 립아이 100g 2만5000원. 점심특선 한우불고기백반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