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합니다>기약없는 태국여행 기다린 男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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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훈(30)·박소희(여·31) 커플

저희는 오는 4월에 결혼하는 예비부부입니다. 2018년 12월 제(소희)가 간호사로 일하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남편을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저는 음악과 함께하는 송년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밴드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남자친구가 속한 밴드였지요.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끌렸습니다. 호감이 싹트던 중 저는 돌아오는 비행기 표를 끊지 않고 장기간 태국 여행을 떠나게 됐습니다. 귀국 기약이 없는 저를 남자친구가 기다려줬어요. 매일 저의 여행에 어울리는 노래를 선물했고 3∼4시간씩 통화했습니다.

약 두 달 만에 제가 귀국하던 날, 연인이 됐습니다. 사귀는 내내 저는 남자친구가 참 괜찮은 ‘인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올바른 인성, 측은지심을 가질 줄 아는 마음, 뚜렷한 주관, 부지런함 등과 같은 것들이 결혼을 결심하게끔 한 것 같아요. 사실 저희는 제가 직접 아는 지인들만 모시고 아주 작은 결혼식을 하려고 했답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죠. 부모님은 일반적인 결혼식을 원하셨거든요. 부모님과 심한 갈등으로 속이 상해있는데 남자친구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부모님은 친구에게 사랑하는 딸 결혼한다고 자랑하고 싶으실 거예요. 스몰웨딩을 이해 못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조금 손해 본다고 생각해요, 우리. 손해 본다는 것은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나름의 의미 있는 일이에요. 그리고 그 누군가가 소희네 부모님이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이 말을 듣고 제 마음에 평온이 찾아왔습니다. 이런 남자를 어떻게 더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결과적으로 저희는 부모님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결혼식을 준비 중입니다. 이제 시작되는 저희의 삶을 응원해 주세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