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7.6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경제일반
[경제]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05일(水)
우주서 가장 흔한 물질… 빛 통과시켜 안 보일 뿐 검은색 아니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2014년 지명국 연세대 교수가 이끈 국제연구진이 발표한 엘고르도 은하단. 총질량은 은하수의 3000배 정도로 두 은하단이 합병 중이다. 푸른색은 약한중력렌즈효과를 이용해서 확인한 암흑물질들. 붉은색은 극도로 희박한 고온 수소기체들로 X선을 방출한다.

■ 우주과학사

이관수의 멀티버스 - ⑥ 암흑물질

1960년대 별 공전 연구하며 ‘뭔가 모를 추가중력 존재’ 추정… 1980년 이후엔 은하 움직임서도 확인
2000년대 ‘공간 왜곡시켜 빛 굴절’ 확인… 어떤 은하는 총질량의 99%가 암흑물질인 것도


때로는 직관적인 이름이 오해를 낳는다. 암흑물질도 그렇다. 암흑물질은 검은색이 아니다. 아주 맑은 공기보다도 빛을 훨씬 더 잘 통과시킨다. 빛에 직접 영향을 주지도 받지도 않는다. 그래서 볼 수 없고, 볼 수 없으니 어둡다고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특별한 물질이라고 하기도 난감하다. 사람에게나 낯선 물질이지, 우주 기준으로는 가장 흔한 물질이다.

그런 물질이 있다는 힌트는 은하 내부 별의 운동과 은하단 내부 은하의 운동에서 나왔다. 모두 은하와 관련 있기는 하지만, 은하에는 별들이 몇천억 개 규모로 있고, 은하단에는 은하가 몇백 개 규모로 있으니 다루는 크기가 완전히 다른 별도의 분야였다.

생각 못 했던 물질이 엄청난 규모로 더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은 이미 1933년에 처음 나오기는 했다. 당시는 대우주를 깨달은 직후라서 천문학자들이 정신없이 은하들을 확인하던 시기였다. 불과 10년 남짓 만에 몇만 개의 은하가 확인됐다. 은하들이 유난히 많이 몰려 있는 은하단도 자연히 드러났다. 특히 최대급인 머리털자리 은하단에는 800개가 몰려 있었다.(현재는 은하단들의 집단인 초은하단도 확인됐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 은하들이 2조 개 규모로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머리털자리 은하단은 여전히 은하단치고는 큰 편으로 여겨진다).

괴짜 천문학자로도 유명한 프리츠 츠비키는 머리털자리 은하단의 총 질량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했다. 당시에는 은하들의 평균질량이 태양의 10억 배 정도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렇다면 은하들끼리 속도 차이가 초속 200㎞ 정도보다 작아야 했다. 그 이상이라면 은하들이 제각각 날아가 은하단이 흩어지게 된다. 그런데 동료인 월터 바데와 함께 관찰한 속도 차이는 초속 1000㎞ 정도였다. 츠비키는 은하단이 흩어질 리 없으니 안 보이는 추가 물질이 있고, 그들의 중력이 은하들을 은하단 안에 잡아 두는 것이 아니겠냐고 제안했다. 4년 후에는 같은 방법을 뒤집어 머리털자리 은하단 소속 개별 은하의 평균 질량이 태양의 450억 배 정도라고 추정했다.

돌이켜 보면 츠비키의 직관은 탁월했지만, 토대가 부실했다. 여러 가지 가정이 뒤섞여 있었기 때문에 은하단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언젠가는 해결해야겠지만 시급하지는 않은 문제 정도로 간주됐다. 예컨대 은하단이 생각보다 멀리 있다면? 소속 은하들이 어두워 보일 터이니 은하의 질량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츠비키와 바데는 허블의 수치를 받아들여 머리털자리 은하단이 450만 광년 떨어져 있다고 보았지만, 실제로는 3억2000만 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또 은하단이 변하지 않는다고 볼 확실한 증거도 없었다. 1950년대 후반에 업데이트된 관측자료로 계산해보니 은하단이 흩어진다면 1000만 년에서 1억 년 정도 걸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망원경 수준에서 불과 몇십 년 관측만으로 은하단들이 흩어지는지 아닌지 결론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갖가지 가설과 대안이 난무하는 백가쟁명 시대가 열렸다. 일각에서는 기껏해야 몇백 억㎞ 밖에 안되는 태양계 수준에서나 정밀 확인된 뉴턴 중력법칙이 몇백만 광년(몇백 조㎞) 규모에서는 약간 달라진다는 착상도 등장했다.(유사한 착상들을 수정뉴턴역학 MoND라고 부른다. 극소수 연구자들이 잔존한다.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놔둘 만한 분야로 보는 분위기이다.)

▲  보통 은하와 달리 암흑물질이 거의 없는 은하 NGC 1052(왼쪽 사진)와 대부분이 암흑물질인 은하 드래건플라이(Dragonfly) 44.

은하단 연구자들의 백가쟁명과 무관하게 1960년대 후반 베라 루빈과 켄트 포드는 은하 내부 별들의 운동을 측정하는 지루한 작업을 시작했다. 장비 전문인 포드는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광증폭관을 천체망원경에 쓸 수 있도록 개량했다. 별빛은 워낙 미약하고, 망원경 밑바닥 공간은 좁았기 때문에 포드는 광증폭관의 감도 특성과 형태를 완전히 뜯어고쳤다. 본격적으로 전자광학 기술이 천문관측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관측 전문인 루빈은 포드의 장비로 한 별이 소속 은하의 중심부를 공전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을 정립했다. 1970년 두 사람은 안드로메다은하에서 별들의 공전 속도를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너무 기이했다. 오류거나 장비 문제라는 반응부터 신기하기는 한데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반응까지 다양했다.

별들이 안드로메다은하의 중심핵을 공전하는 속도가 은하 원반 가장자리에 있는 별이나 중심핵에 가까운 별이나 거의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태양계에 비유하자면 지구의 공전 속도나 토성의 공전 속도나 별 차이 없다는 소리였다. 만일 태양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토성은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훨씬 커서 태양계 바깥으로 날아가 버린다. 루빈과 포드의 측정이 옳다면 안드로메다은하의 별들은 저 멀리 날아가 버리거나 무언가의 추가 중력으로 붙잡혀 있어야 한다. 이때까지는 루빈은 완전히 새로운 물질이 있다는 혁명적인 주장은 숨기고 안드로메다은하가 흩어지지 않고 안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뒤이어 전파천문학자들이 안드로메다은하의 별뿐만 아니라 수소가스들의 공전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는 결과를 발표했고, 비슷한 측정들이 조금씩 추가됐다. 초기의 무관심을 딛고 루빈은 점차 직접 관찰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생각을 굳혀갔다. 1980년 가까운 10여 개의 크고 작은 은하들에서도 같은 운동 양상을 확인했다는 종합판 논문이 나올 무렵이면 무엇인가 암흑물질이 있다는 생각이 대세가 됐다.

탄탄한 관측 결과는 루빈이 주도해서 마련했지만, 학계의 분위기가 바뀐 일은 우주론의 융성에 힘입었다. 우주론 연구자들이 보기에 은하나 은하단의 질량이 10배쯤 무거워야 우주 전체의 특성이 설명될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우주 전체의 질량 추정을 높일 수 있을지 찾다가 그들은 은하 규모의 루빈 연구와 은하단 규모의 백가쟁명을 재발견했다. 이 과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 우주론학자 제임스 피블스가 작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다. 루빈이 3년 전 작고하지만 않았더라도 당연히 수상했을 것이다.

▲  세른(CERN)의 아틀라스(ATLAS) 검출기. 암흑물질 후보인 초대칭입자를 검출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올 봄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암흑물질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원래 19세기 중엽 이래 지구의 물질이나 우주의 물질이나 성분별 비율이 다를 뿐 근본적으로 똑같다는 사실이 확립됐다. 헬륨은 태양 빛을 관측해서 처음 발견했지만, 금방 지상에서도 확인됐다. 방사능 물질, 반물질 모두 보통 물질의 일부에 불과하다. 전부 똑같은 물리법칙을 따른다. 쿼크, 메손, 양전자, 뉴트리노, 힉스입자 등등 모두 같은 물리법칙을 따르는 보통물질들이다.

더욱이 별 한 개의 부피에 비하면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은 엄청나게 광활하다. 은하와 은하 사이의 공간도 은하 하나의 부피보다 훨씬 드넓다. 그래서 혹시 보통물질들이 아주 차갑고 희박하게 깔려있다면 충분히 큰 중력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연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물질들이 있기는 있지만, 기껏해야 필요한 질량의 몇 %에 불과하고 그렇게 차갑지도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1980년대 초 정립된 입자물리 표준모형 틀 안에서는 도저히 암흑물질의 후보가 있을 수 없었다.

우주론 연구자들은 접근법을 달리했다. 암흑물질이 우주 전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줬을 것이니 그런 결과부터 찾자는 것이었다. 은하단이 모인 초은하단 그리고 초은하단과 은하단이 늘어선 우주거대구조들이 1990년대에 확실해진 것도 이런 발상에 힘을 더했다. 우주거대구조는 너무나 거대해서 각 부분이 서로 잡아당기는 중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암흑물질의 중력이 거대해도 보통물질과 암흑물질이 우주 초기부터 골고루 분포했다면, 불과 140억 년 만에 이렇게 거대한 구조물들이 만들어질 수 없었다.

1990년대 중엽 코비(COBE) 위성은 우주배경복사의 무늬를 사상 처음으로 확인했다. 암흑물질과 보통물질이 많았던 곳에서는 우주배경복사가 평균보다 약간 강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약했다. 이런 무늬들의 크기와 우주거대구조의 크기를 비교해보니 암흑물질은 빛처럼 빠르고 가벼운 물질이 아니고, 느리고 무거운 물질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뜨거운 가스의 입자들이 빠르게 날아다니고, 차가운 가스의 입자들이 느리게 날아가는 것을 본떠 가볍고 빠른 암흑물질을 뜨거운 암흑물질, 무겁고 느린 암흑물질을 차가운 암흑물질이라고 개념적으로 구분해뒀던 차였다. 뜨거운 암흑물질은 아무래도 잘 뭉치지 않고, 차가운 암흑물질은 상대적으로 잘 뭉친다. 만일 우주의 암흑물질이 ‘뜨거운’ 것들이었다면 보통물질과 암흑물질이 중력으로 뭉쳐서 형성되는 우주거대구조가 지금 관찰하는 것보다 더 느슨하고 더 거대했어야 한다. 그러니 암흑물질은 ‘차갑다’.

이번 세기 들어와서 암흑물질 존재가 새로운 방식으로 확인되고 있다. 은하단 안에서 은하와 은하 사이에 깔린 암흑물질이 은하들을 은하단 안에 묶어 둔다. 그렇게 무겁다면 다른 효과도 있지 않을까? 암흑물질은 빛을 그냥 통과시키지만, 암흑물질의 중력이 공간을 왜곡시킨다. 왜곡된 공간을 통과하는 빛은 렌즈를 통과하는 것처럼 굴절된다. 배경 은하의 빛이 은하단을 통과하면 배경 은하의 형태가 마치 어안렌즈로 찍은 사진처럼 둥그렇게 왜곡된다. 즉 암흑물질은 빛에 직접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공간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를 이용해서 은하단 내부의 암흑물질 분포를 확인할 수 있다. 지명국 연세대 교수는 유학시절부터 이 분야의 선두에 있다. 이런 연구들에 따르면 암흑물질은 보통물질을 잘 통과하고, 암흑물질끼리도 서로 잘 통과한다.

또 암흑물질이 거의 없는 은하와 대부분이 암흑물질인 은하도 발견됐다. 둘 다 별들이 공전하는 속도를 측정했더니 총질량이 은하급이지만, 한쪽은 별만의 질량이 총질량에 육박하고, 다른 쪽은 별들의 질량이 아무리 커도 1%가 안 된다. 즉 암흑물질도 먼지들처럼 한 지역에 쌓일 수도 있고, 흩어져 다른 곳으로 가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과학사학자


■ 용어설명

반물질입자 : 양성자, 전자 등 흔한 기본입자들과 전기적 (+)/(-) 성질만 반대인 물질입자. 다른 성질들은 일반 물질과 똑같기 때문에 전혀 신비할 것 없는 입자이다.

표준모형 : 1970년대 이래의 기본 물질 이론. 가장 정밀한 이론이지만 개념적으로 빈 구석과 한계가 많기 때문에 여전히 모형이라고 불린다. 2013년 힉스입자가 확인되면서 일단 완성된 것으로 본다. 표준모형에 포함된 물질들은 모두 보통 물질로 간주한다.

초대칭입자 : 표준모형에 포함되지 않는 이론적인 물질입자. 만일 존재한다면 일단 보통물질 입자들보다 무거울 것이기에 암흑물질의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하지만 지난 2∼3년간 여러 실험이 검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없는 것 같다는 의견도 늘었다.
[ 많이 본 기사 ]
▶ 대검 “추미애, 尹수사지휘권 박탈은 위법”
▶ 유명 야구인 아들 수억대 사기행각…피해자 목숨 끊어
▶ 양기대 “박지원, DJ 잘 봐달라며 정치부장에 무릎꿇어”
▶ “팀닥터, 최숙현 자살하게 만들 수 있단 식으로 말했다”
▶ 권민아는 왜 폭로했나… ‘합숙생활’이 키운 K팝 그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중학생 5명이 집단 폭행” 초등생 ..
‘콘돔 끼우기’ 시연하려던 남녀공학 교..
중국 네이멍구서 흑사병 환자 발생…..
“지금이라도 사는 게 맞나”… 빗발치..
‘검찰 장악’은 독재 완성의 길목
topnew_title
topnews_photo 정은경 “증식 잘되고 감염부위와 결합 잘해 전파력 높을 것으로 추정”526건 유전자 분석 결과 이태원클럽-광륵사 등 333건서 GH 그룹 검..
mark양기대 “박지원, DJ 잘 봐달라며 정치부장에 무릎꿇어”
mark권민아는 왜 폭로했나… ‘합숙생활’이 키운 K팝 그늘
대검 “추미애, 尹수사지휘권 박탈은 위법”
‘특임검사 필요’ 검사장 의견 공개한 윤석열…최종..
“팀닥터, 최숙현 자살하게 만들 수 있단 식으로 말..
line
special news 손예진, 할리우드 진출한다…이선균 합류도 관심
앤드루 니콜 신작 ‘크로스’ 세부 논의 중배우 손예진이 할리우드에 진출한다.소속사 엠에스팀엔터테인먼..

line
유명 야구인 아들 수억대 사기행각…피해자 목숨 ..
美송환 피한 손정우 1년2개월만에 석방…추가 처벌..
이해찬 “靑·政이 정책 결정뒤 요청하는 黨政협의 받..
photo_news
‘시네마천국’ ‘황야의 무법자’ 영화음악 거장 모..
photo_news
‘물리학자’에서 ‘헐크’로 변신한 디섐보, PGA ..
line
[전지적 문화 시점]
illust
‘블랙핑크 스타일’ 글로벌 名品이 되다
[자동차]
illust
잘 빠진 N라인 꿈꾼다… 현대車의 ‘고성능’ 승부수
topnew_title
number “중학생 5명이 집단 폭행” 초등생 신고…경..
‘콘돔 끼우기’ 시연하려던 남녀공학 교사 학..
중국 네이멍구서 흑사병 환자 발생…조기경..
“지금이라도 사는 게 맞나”… 빗발치는 문의
hot_photo
양키스 다나카, 스탠턴 강습 타구..
hot_photo
우혜림·신민철 웨딩마치…“예쁘게..
hot_photo
다저스 프라이스, 142억원 포기하..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