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1.5.10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06일(木)
춘향, 정절의 상징? 자의식 강한 사랑꾼!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춘향의 연인은 이몽룡이 아니라 방자였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방자전’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춘향’(조여정 분). ‘춘향전, 역사학자의 토론과 해석’은 ‘춘향전’을 정치적인 텍스트가 아닌 문학작품으로 분석하며 당대 사람들의 삶을 돌아본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춘향전, 역사학자의 토론과 해석 / 오수창 지음 / 그물

이몽룡과 신분 탈피한 사랑
삶의 진정성 형상화한 작품

변사또 수청요구 저항한 것
정치적으로 읽다보니 오독

민중주의·허무주의 모두 배제
잘알고있던 고전 새롭게 해석


고전소설의 대명사이자 영화·드라마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춘향전’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둘로 나뉜다. 첫 번째는 미천한 신분인 기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자신의 욕망을 이루는 서사에 당대 신분 질서에 저항하는 새로운 시대의 논리가 담겨 있다는 시각이다. 두 번째는 춘향이 정절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모습 등이 구태의연한 봉건 논리의 되풀이라는 시각이다.

조선 시대 정치사를 연구해 온 역사학자인 저자는 기존 시각이 ‘춘향전’을 이해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이 ‘춘향전’을 문학작품이 아니라 정치적 선언문처럼 분석했기 때문에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춘향전’의 역사적 성격은 새로운 질서나 이념을 제시했느냐 여부가 아니라, 당대 삶의 현장과 현실의 부조리를 향한 저항을 어떻게 형상화했는가를 바탕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춘향전’의 핵심 문제들에 관한 선행 연구를 한자리에 모아 옳고 그름을 가리면서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우선 저자는 춘향이 변 사또의 수청을 거부한 행위를 둘러싼 당대의 법적 관계를 살핀다. 고을 수령의 수청 요구가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조선이 전국적으로 성노예제도를 운영하는 나라였어야 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조선은 그런 나라가 아니었다. 고을 수령의 수청 요구는 법전에 규정된 불법행위였다. 따라서 변 사또는 수청 거부를 죄명으로 삼아 춘향에게 형벌을 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조선 후기 고을 수령이 일상적으로 기생의 수청을 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춘향이 변 사또의 수청 요구에 격렬하게 맞선 행위 또한 이례적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앞서 살핀 법적 관계를 전제로 두고, 춘향의 저항에 담긴 의미를 새롭게 규명한다. 저자는 춘향과 이몽룡의 성애 장면에 주목한다. 초기 ‘춘향전’에 등장하는 춘향의 모습은 마음에 드는 남성을 만나 앞날을 도모하는 기생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몽룡 또한 춘향을 그저 기생으로 대할 뿐이다. 그러나 후대로 갈수록 춘향은 주체적인 성격으로 변하고, 이몽룡 또한 춘향을 인간적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춘향이 사랑 때문에 목숨을 거는 태도는 이 같은 배경 속에서 개연성을 얻는다.

이어 저자는 춘향의 저항을 정절이나 열녀, 또는 신분 상승의 문제로 본 기존 해석이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한문본은 춘향과 변 사또의 대결 장면을 보여주지 않거나 부드럽게 묘사한다. 반면, 한글 이본에선 춘향이 변 사또에게 격렬하게 저항하고, 변 사또는 춘향의 인격과 사랑을 무자비하게 모독한다. 춘향의 저항은 정절이나 충렬과 같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발전한 자의식의 강렬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저항의 핵심은 자신의 인격을 짓밟아 모독하는 권력자에게 최하층의 나이 어린 여성이 사납고 거칠게 저항하는 현장 그 자체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 보편성과 조선 후기의 시대성이 만나는 장면이 남원 고을 관아마당에서 펼쳐지는 춘향의 저항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춘향의 저항이 현대 페미니즘의 관점에서도 풀어야 할 과제라고 역설한다. 오히려 근대 지식인 이광수가 개작한 ‘일설 춘향전’이 근대적 서술형식에 겉으로는 남녀평등과 신분평등을 표방하면서도, 그 내용은 조선 시대보다 훨씬 차별적이고 권위적이어서 사회의식을 퇴보시켰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춘향과 이몽룡의 언행에서 직접 새 시대의 이념과 논리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는 속류 민중주의 함정에도, 그와 반대로 새로운 이념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작품의 성과를 부정하는 허무주의의 함정에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춘향전’의 역사적 성취는 조선 후기 사람들의 삶, 그 사랑과 실천의 진정성을 형상화한 데서 찾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춘향전’은 문학뿐만 아니라 한국 사상사에서도 중요한 작품이므로 앞으로 활발한 논쟁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고전에서 새로운 시각을 끌어내는 서술이 흥미롭다. 430쪽, 2만4000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 문화부 SNS 플랫폼 관련 링크



[ 많이 본 기사 ]
▶ 노후자금 기생 ‘新 캥거루족’… 5060 별별 대처법
▶ 칫솔에 락스 냄새… 위장 통증 남편, 아내 살인미수 고소
▶ “저 X은 재미도 없고 더러운...” 댓글 닫아도 악플은 진화..
▶ “30일 격리기간 도시락 총52개 안 나와 15㎏ 빠졌다”
▶ [속보]文 “부동산 안정 못이뤄 재보선서 심판 받았다”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30일 격리기간 도시락 총52개 안 ..
가상화폐 이어 ‘가상부동산’에 한달간..
미국, 대만 지키려 한국 버릴 수 있다
안철수 “文, 민주당 탈당하고 4년간 실..
“빌 게이츠 부인, 2년 전부터 이혼 수..
topnew_title
topnews_photo 무한 지원형, 매달 자녀 아파트 대출금 갚아줘 적극 방어형, 연금 분할… 목돈 지급 원천차단 선별 지급형, 장남 또는 아픈 손가락만 골라..
mark“나발니 치료했던 병원 의사 사냥 나갔다가 실종”
mark“제발 돌아오게만” 울던 남편이 알고 보니 아내 살인용의자
어제하루 1차접종, 전국에 3명뿐… 현실 닥친‘백신..
칫솔에 락스 냄새… 위장 통증 남편, 아내 살인미수..
[속보]文 “부동산 안정 못이뤄 재보선서 심판 받았..
line
special news “저 X은 재미도 없고 더러운...” 댓글 닫아도 악플..
“박자이크(박나래 모자이크) 안 하냐?”, “저질 중년 여자”, “박나래 극혐”, “X라 싫음 관상”, “저 X은 재미..

line
홍준표 “국민의힘 복당 신청…윤석열, 공부 더 하고..
“헌법정신 무시한 권력집중이 진영갈등 격화시켰다..
공직자 투기 자체조사… 10만명 훑어 수사의뢰 16..
photo_news
‘화녀’속 명자 ‘미나리’의 순자… 윤여정, 이번..
photo_news
덕유산 100년된 천종산삼…감정가 9000만원
line
[Leadership 클래스]
illust
합리·온화 ‘미스터 스마일’…정세균, 공격적 행보로 ‘투사의 힘..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꽃잎이 지고 또다시 피는 것처럼… 노래도 팬들 가슴에 해마다..
topnew_title
number “30일 격리기간 도시락 총52개 안 나와 15㎏..
가상화폐 이어 ‘가상부동산’에 한달간 20억 ..
미국, 대만 지키려 한국 버릴 수 있다
안철수 “文, 민주당 탈당하고 4년간 실패한 ..
hot_photo
이휘재 “탈모약 부작용…아내, 여..
hot_photo
안정환 “히딩크 감독 까고 싶었다..
hot_photo
박세리, 코로나19 완치…“건강하..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1년 1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