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태풍’에 날아간 감기

- 손 자주 씻고 기침땐 입 가리고… 조심 또 조심

“질병 예방수칙 지키자” 경각심
바이러스성 호흡기감염증 환자
2026명→1114명 한달새 급감

손 씻을땐 손톱 밑까지 잘 닦고
평소 침방울 튀지 않게 주의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을 조심했더니 감기가 잡힌다?”

구체적인 역학관계를 따져보기는 이른 단계지만 실제로 의심할 수 있는 지표가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매주 발표하는 감염병 통계를 보면, 국내 인플루엔자(독감) 감염 환자 수는 1월 첫째 주(2019년 12월 29일∼2020년 1월 4일) 내원 환자 1000명 당 49.1명 수준에서 둘째 주(5∼11일) 47.1명, 셋째 주(12∼18일) 42.4명, 넷째 주(19∼25일) 40.9명 등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일반 감기 등을 아우르는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 환자 수도 1월 첫째 주 2026명이었는데 매주 1781명, 1397명, 1114명 등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우한 폐렴이 원인 불명의 폐 질환으로 처음 세계에 공개된 시점이 지난해 12월 31일임을 고려하면 의미 있게 볼 수 있는 수치다. 실제 우한 폐렴에 대한 경각심이 극에 달한 최근 길을 나서면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고, 또 기침할 때 조심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당시에도 전국 응급실에 내원한 온열질환자(열사병·일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가 눈에 띄게 감소하기도 했다. 우한 폐렴 등 한 가지 질병에 대한 예방수칙을 잘 지키면 다른 질병의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공중보건의 위기인 우한 폐렴 사태도 여러 예방 수칙을 잘 준수한다면 개인 입장에서는 다른 감염병 등을 함께 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우한 폐렴을 비롯한 감염증의 가장 중요한 예방 수칙은 손 씻기다. 마스크 공급 대란 등 기사가 나오면서 예방의 핵심이 마스크인 것처럼 비치지만, 사실은 손 씻기만 잘해도 대부분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반면 마스크 쓰기보다 오히려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손을 씻을 때 중요한 점은 손바닥과 손톱 밑 등을 비누를 사용해 꼼꼼하게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씻는 것도 관건이다. 손바닥, 손등, 손가락 사이를 씻은 뒤 두 손을 모아 비비고, 엄지손가락과 손톱 밑을 구석구석 30초 이상 씻는다면 손에 묻어있을 수 있는 바이러스 등 오염물질을 없앨 수 있다.

기침할 때 옷소매로 입을 가리는 것도 필요한 습관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등 ‘비말(침방울)’을 통한 감염이 이뤄지는 호흡기 질환이 서로 전파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한 차례 앓은 뒤에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아 재감염이 될 위험이 있는 질병의 경우 입을 가리고 기침하는 습관을 통해 주변인에게 퍼지는 것을 막는다면 이런 위험을 스스로 예방할 수 있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의료기관 방문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우한 폐렴과 같은 해외 유입 신종 감염병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의료진에게 해외여행력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우한 폐렴 등에 감염된 것이라면 이런 신고를 통해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안전하게 퇴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한을 비롯한 중국 밖에서 사망자가 그다지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병에 대한 정보가 알려진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우한 폐렴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관할보건소나 질본 콜센터(1339), ‘지역번호+120’ 등 번호를 통해 상담부터 진행해야 한다. 무작정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보다 별도의 전염을 예방하는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최근 해외여행을 했다면 이후 입국 시에는 귀가 후 14일 이내 발열과 호흡기 증상 등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1339로 신고하고, 호흡기 증상이 발생하는 동안에는 마스크를 꼭 활용해야 한다. 또 다른 경우보다 해외여행력에 대해 의료기관에 상세히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