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떠나신 지 20년… 일우 회원들은 회장님을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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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복조(1923~1999)

회장님께서 저희와 작별을 고하신 지도 어느덧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회장님의 20주기 기일을 맞이해 손동복 사장을 비롯한 일우 회원 모두 회장님과 함께했던 시간을 회고하고자 합니다. 돌이켜 보면 먹고살기도 힘들었던 1970년대, 국민총생산(GNP) 253달러 상황에서 우리는 오직 ‘수출만이 살길이다’라는 사명감으로 지냈습니다.

오대양의 기치 아래 머나먼 태평양과 대서양을 향한 원양어선단의 힘찬 뱃고동 소리는 출어를 알림과 동시에 저희에겐 부푼 꿈과 희망의 함성으로 들렸습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미지의 세계로 출항하던 때에도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믿습니다.

영도 조선소의 “깡깡깡” 하고 들리는 역동적인 망치 소리에서, 부산 사업소의 수산물 가공을 위한 수많은 인부의 마술 같은 손놀림에서 우리 경제 발전과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께서 전남 무안군 망운면 성내리 일대 150만 평 간척지 중 일부를 양돈장으로 탈바꿈하신 일화는 신의 한 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돼지 2만여 두 사육이 가능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장이 됐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말 제2차 석유 파동 등 대외 악재로 인해 국내 주요 경제 지표는 최저치를 기록했고 우리 회사의 경영 여건 또한 타격을 입어 만부득이 법정 관리라는 새로운 환경에 처하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었습니다. 이런 시련기를 통해 깨달은 것은 후한서(後漢書) ‘왕패전’에서 언급된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세찬 바람이 불어야 비로소 강한 풀을 알 수 있다)’라는 고언입니다.

회장님, 지난날들을 주마등처럼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지만, 오늘 저희가 있기까지는 회장님의 하해(河海) 같은 음덕(蔭德)과 영도력(領導力)이 그 바탕이 됐다는 점에 대해 저희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에, 감사하다는 말씀과 더불어 서산대사의 유시(遺詩) 한 수를 진헌(進獻)합니다.

인생(人生)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死也一片浮雲滅(사야일편부운멸,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浮雲自體本無實(부운자체본무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生也去來亦如然(생야거래역여연,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끝으로, 고단하셨던 이승에서의 삶 부디 모두 내려놓으시고 극락정토(極樂淨土)에서 평안히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일우회원 약수(若水) 최춘식(의림세무회계사무소 대표/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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