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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12일(水)
‘행복=가진 것÷원하는 것’… 욕심 버릴수록 삶의 만족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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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레이션 = 전승훈 기자

■ 인지심리학

김민식의 과학으로 본 마음 - ⑥ 마음의 상대성

버스탈땐 “소형차라도 있었으면”, 차 생기면 대형차 원해… 가치관·개념은 경험에 좌우
강력범죄 적은 곳에선 경범죄도 큰 비난받을 수 있어… 윤리적 잣대도 세대·지역간 차이


우리가 흰색과 검은색을 말할 때 그 둘을 구분 짓는 근거는 무엇일까? 우리는 어느 정도의 빛이, 어떤 빛의 파장이 표면에서 반사될 때 그것을 희다 혹은 검다거나 파랗다 혹은 노랗다고 지각할까. 그 절대적 기준은 존재할까?

우리 마음의 작동 원리 중에서 대표적인 것, 바로 마음의 상대성 원리다. 어쩌면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 이상으로 우리 마음은 온통 상대적 원리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흰색과 검은색을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흰색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검은색으로 보일 수 있고 검은색이라고 생각했는데 흰색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필자는 수업 시간에 종종 빔프로젝터를 사용해 수업을 진행하는데, 빔프로젝터의 빛을 받는 스크린은 대부분 흰색이다. 그 흰색 스크린에 검은 동그라미를 하나 보여주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그 동그라미 주변에 더 밝은색을 비추고 동그라미 부분에는 빛을 쏘지 않으면 된다. 즉 주변을 밝게 만들면 흰색 스크린 부분을 검은색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일반 조명하에서 흰색이던 스크린 영역이 주변에 빛을 비춤으로 검은색으로 지각되는 것이다.

같은 회색이라도 검은 바탕에 있을 때가 흰 바탕에 있을 때보다 더 밝아 보인다. 같은 크기의 원도 작은 원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가 큰 원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보다 더 커 보인다. 이를 에빙하우스의 착시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것들을 함께 고려해 상대적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상대적 지각이 이렇게 동시에 제시해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대상이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에 따라서도 우리의 지각과 판단은 영향을 받는다. 하버드대 심리학자들이 2018년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연구를 간단히 소개하겠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전형적인 파란색 동그라미와 전형적인 보라색 동그라미, 그리고 파랑과 보라가 서로 다른 비율로 섞인 수백 개의 동그라미를 컴퓨터 스크린에 무작위로 하나씩 제시하면서 그 동그라미 색이 파란색인지 보라색인지 판단하게 하는 간단한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처음 200개의 동그라미는 아주 파란 동그라미부터 보라색 동그라미까지 전체적인 색의 스펙트럼에서 골고루 선택돼 제시됐고, 참가자 대부분은 파랑과 보라가 반반 정도 섞인 중간색을 기준으로 파란색과 보라색을 구분했다. 200개의 동그라미가 제시되고 난 뒤 일부 참가자에게는 파란색이 평균보다 더 많이 섞인 동그라미는 가끔 나오도록 하고(전체 시행의 10%) 보라색이 더 많이 섞인 동그라미가 90% 비율로 더 많이 나타나도록 했다. 이렇게 수백 번 시행하고 나면 참가자들의 색에 대한 판단은 처음과 많이 달라지게 된다. 처음 200번 시행에서 보라색이라고 판단했던 동그라미들을 나중에는 파란색이라고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파랑에 가까운 색들의 출현이 점점 줄어들면 파란색이 약간만 섞여 있어도 그 동그라미를 파랑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거꾸로, 보라 계통의 동그라미 출현을 줄이고 파랑 계통의 동그라미 출현을 늘린 실험 참가자들의 경우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이전에 파란색이라고 했던 동그라미에 대해서도 보라색이라고 더 많이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특정한 색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출현하게 되면 불과 몇 십 분 전 자신이 판단한 색의 기준이 바뀌는 현상은 우리의 생각이 상황에 따라 얼마나 가변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가변성은 비단 단순한 색 판단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연구자들은 후속 연구에서 아주 위협적인 인상을 지닌 얼굴과 정반대로 매우 순한 얼굴, 그리고 그 사이에 위협적인 인상의 정도가 낮은 것부터 높은 것까지 얼굴 수십 개를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제시하면서 각 얼굴이 위협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이 역시 처음 200회 시행에서는 위협적인 얼굴과 그렇지 않은 얼굴을 균등하게 섞어 제시했고, 이 경우 사람들은 위협 정도가 중간 정도인 얼굴을 기준으로 위협적인지 아닌지 판단했다. 하지만, 이후 시행에서 참가자들에게 전체 얼굴 중 평균보다 위협적인 얼굴을 주로 제시하고 위협적이지 않은 얼굴은 아주 가끔씩 제시하면, 참가자들은 이전 200회 시행에서 위협적이라고 판단했던 얼굴들에 대해서도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만일 참가자들에게 위협적이지 않은 얼굴을 더 많이 보여주게 되면 예전에 위협적이지 않은 얼굴로 판단했던 얼굴도 이제는 위협적인 얼굴로 판단할 가능성이 커진다. 인상이 험한 사람들 틈에서 살던 사람은 보통 인상의 사람만 봐도 순진무구하게 느낄 수 있고, 순한 사람들 틈에서만 지내왔던 사람은 보통 사람만 봐도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인상 판단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의 도덕적 판단도 이러한 노출 비율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연구제안서를 보여주고 그 연구가 비윤리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가령 어떤 연구를 수행할 때 인체에 해로운 약물 실험을 참가자에게 속이며 수행한다면 매우 비윤리적인 연구가 될 것이며, 이렇게 아주 비윤리적인 연구부터 아주 윤리적인 연구까지 다양한 연구제안서를 참가자들에게 제시했다. 이때에도 다양한 윤리 스펙트럼에 해당하는 제안서들을 균등하게 제시하는 경우에는 평균을 기준으로 윤리적 판단을 하다가 어느 한쪽 제안서를 더 빈번하게 노출시키면 윤리적 판단 기준이 바뀌게 된다. 즉, 비윤리적인 제안서를 더 많이 접하다 보면, 이전에 비윤리적이라고 판단했던 연구제안서도 그렇게 비윤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게 되며, 반대로 윤리적인 제안서를 더 많이 접하다 보면 전에는 윤리적이라고 판단했던 연구제안서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흉악 범죄가 잦은 곳에서는 경범죄가 죄도 아닌 것으로 판단될 수 있고, 반대로 범죄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곳에서는 같은 경범죄도 많은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대 간, 지역 간, 개념의 차이도 이와 같이 우세한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다. 과거에는 웃고 넘어갔던 농담이 이제는 누군가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성희롱이 될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 다른 나라에서는 공격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새로운 세대는 변화에 더 잘 적응하고 현재 우세한 것을 기준으로 더 빠르게 생각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분명히 지금의 젊은 세대 역시 세월이 지나면 지금보다도 훨씬 높은 잣대로 자신을 판단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에 놀라게 될 것이다.

확실히 과거보다 지금은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인권이나 윤리 의식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그래도 사회는 늘 불만이고 문제를 만든다. 왜 그럴까? 어떤 문제의 출현이 줄어들면 전에 별것 아니던 문제점들이 보이고 문제의 기준도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세대의 문제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 문제가 해결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우리 인간은 적응하고 생존해 왔는지도 모른다.

가치의 변화, 개념의 변화는 환경의 변화, 세상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개념의 변화를 경험하는 우리 마음은 주변 맥락, 전후 맥락에 따라 상대적으로 작동한다. 행복에 대한 우리의 마음도 상대적으로 작동한다. 일찍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이론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행복은 소비를 욕망으로 나눈 값(Happiness=consumption/desire)으로 정의했다. 행복 심리학의 대가인 에드 디너 역시 ‘행복=가진 것/원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가진 것이 많으면 여러분은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가진 것이 많아도 원하는 것이 더 크게 늘어나면 행복지수는 줄어든다. 거꾸로 가진 것은 일정해도 원하는 것(욕망)을 줄이면 행복지수는 커진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지혜를 옛 성현들이 강조해 왔던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던 회사원이 작은 차라도 자가용이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생각했더라도, 막상 작은 자가용이 생기고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자신의 차보다 큰 차들만 보이게 된다. 작은 전셋집에 사는 사람이 방 두 개, 거실 하나 있는 아파트 하나 소유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꿈을 이루고 나면 좀 더 큰 아파트를 희망하게 된다. 결국 우리의 욕심은 끝이 없는 걸까? 우리는 결코 만족하거나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일까? 답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 마음의 상대성의 명암을 생각하면서 독자들도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용어설명

정서의 상태와 지각 : 정서 상태나 기분에 의해서도 지각은 달라질 수 있다. 즉 정서적 맥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재미있는 게임을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다 보면 한두 시간이 금세 지나가는데 하기 싫은 공부를 할 때는 한 시간이 길기만 하다. 기분이나 정서 상태에 따라 시간에 대한 지각이 달라지는 것이다. 거리에 대한 지각도 마찬가지다. 공포감을 느낀 대상으로부터의 거리는 더 가깝게 느낀다. 크기에 대한 지각도 마찬가지다. 무서운 장면을 통해 부정적인 흥분 상태가 유발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같은 크기라도 더 크게 지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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