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교황청은 1000년 이어 온 ‘사제 혼인금지’ 전통 깨나

- 오늘 ‘교황 권고’ 발표

아마존·남태평양 사제 태부족
기혼남성에게 사제품 허용 제기
프란치스코교황 전향적 태도
보수파들 “수정 안된다” 완강

‘가톨릭 사제의 혼인을 금지한 전통을 고수할 것이냐, 제한적으로 완화할 것이냐.’

성 소수자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는 가운데 가톨릭 교회도 오랜 기간 유지해온 사제독신제의 완화 논란이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바티칸은 지난해 10월 지구촌 허파인 남미 아마존의 주요 이슈를 논의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와 관련한 ‘교황 권고’를 12일(현지시간) 발표한다고 밝혔다. 교황 권고는 교황이 사목 차원에서 발표하는 문헌 명칭 가운데 하나다. 이번에 내놓을 교황 권고의 이름은 ‘친애하는 아마존’으로 정해졌다고 교황청은 전했다. 교황은 통상 시노드가 마무리되고 나서 몇 주 또는 몇 달 후 교황 권고 등의 형식으로 회의에서 논의된 이슈와 관련된 의견 또는 결정사항을 발표한다. 가톨릭계에선 교황이 문헌을 통해 최근 보혁 갈등의 중심에 선 사제독신제의 방향성을 언급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11일 이탈리아 라 스탐파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번 권고에선 변화를 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제가 혼인하지 않는 풍습은 약 4세기부터 시작됐는데 성직자의 독신주의가 교회법으로 규정된 것은 1123년 제1차 라테란 공의회 때부터다. 이후 지금까지 약 1000년간 이 전통이 유지돼왔다. 최근 가톨릭계 일부에선 아마존과 남태평양 등 극심한 사제 부족 현상을 겪는 일부 지역의 경우 명망 있고 존경받는 기혼 남성에게도 사제품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사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사목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한해서는 예외를 두자는 제안이다. 지난해 10월 한 달간 바티칸에서 진행된 이른바 ‘아마존 시노드’에서도 이 문제가 기후변화, 원주민 인권 보호 등과 함께 주요 이슈로 논의됐다. 당시 폐막 때 이를 찬성하는 입장을 담은 권고문이 채택돼 관심을 끌었다. 가톨릭 교리와 사회·경제적 주요 쟁점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내온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 문제에 비교적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 사제독신제를 ‘주님의 선물’이라며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는 교리(doctrine)가 아닌 전통(tradition)으로 지역 사정 또는 필요에 따라 수정 가능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한 가톨릭 보수파들의 태도는 완강하다. 사제독신제에 한번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종국에는 전통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한 치의 수정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사제독신제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수정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책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려 교계에 거센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사제독신제를 두고 전임 교황과 현 교황이 정면충돌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베네딕토 16세 측이 “공저자 기재를 승인한 적 없다”며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하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었으나 사제독신제 이슈의 폭발력을 방증한 사태로 가톨릭계에서 회자했다. 가톨릭계 안팎에서는 이번 교황 권고 문헌의 내용에 따라 사제독신제를 둘러싼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