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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12일(水)
“속도감 있는 청춘물” vs “클리셰 범벅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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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김다미(왼쪽)와 박서준. 아래 사진은 원작 웹툰의 조이서와 박새로이 캐릭터.

- 웹툰 원작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화제… 평가는 갈려

“롱런 드라마 된다”
원작과 캐릭터 싱크로율 높아
박서준·손현주 존재감 돋보여

“갈수록 힘 빠진다”
뻔한 우연 겹치고 전형적 전개
유재명·김다미 연기도 아쉬워


KBS 2TV ‘동백꽃 필 무렵’ 이후 흩어졌던 시청자들의 호기심이 JTBC 금토극 ‘이태원 클라쓰’로 모이고 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강렬함이 투박하고 촌스러울 정도지만 방영 4회 만에 시청률 9.4%(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롱런’ 드라마 대열에 합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극 초반 강하게 몰아친 이야기의 속도, 주요 등장인물의 ‘감칠맛 나는’ 연기 덕분이다. 그러나 복수극의 완성을 위한 뻔한 설정, 그에 따른 전형적 캐릭터 연기가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태원 클라쓰’는 유명 웹툰 작가인 광진이 원작에 이어 드라마의 작가로 직접 참여하고 박서준, 손현주, 김다미, 권나라 등 지명도 높은 배우들이 출연해 방영 전부터 관심이 높았다.


첫 방송이었던 지난달 31일과 1일(1∼2회)엔 눈을 떼기 힘든 스피드로 시청자를 붙들었다. 19세 소년 박새로이(박서준)가 대형 외식기업 ‘장가’ 장 회장(유재명)의 아들 근원(안보현)을 혼내주다가 오히려 학교에서 퇴학당하는 대목에서 갈등이 출발했다. 자신 때문에 장가에서 일하던 아버지(손현주)마저 퇴직하게 되고, 불의의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장면에선 감정의 진폭이 최고조에 달했다. 돈과 권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장 회장과 정의를 위해서라면 소신을 굽히지 않는 박새로이 사이에 펼쳐질 긴장 관계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독한’ 이야기지만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구성으로 공감을 샀다.

무엇보다 박서준의 연기가 큰 몫을 했다. 앞서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흔들리는 청춘을 표현했던 박서준은 한층 무르익은 연기로 중심을 잡았다. 외모에서나 성격에서나 웹툰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무겁고 진지하면서도 중간중간 미소 지을 수 있는 천연덕스러움으로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했다. 분노할 때 폭발하고, 따뜻할 때 억누를 줄 알았다.

손현주의 존재감도 흘러넘쳤다. 출연 분량은 턱없이 짧았지만 나오기만 하면 화면을 가득 메웠다. 김성윤 PD의 감각적인 연출과 함께 드라마가 계속 강조해온 ‘힙(Hip)한 반란’의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나 7∼8일 3∼4회를 지나면서 살짝 흔들리는 모습이 노출됐다.

초반에는 이야기의 속도에 힘입어 화면과 화면 사이의 거친 이음새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등장인물이 다 소개되고 복수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틈이 벌어지고 있다. 아버지 교통사고의 원인 제공자였던 장가 식구와 우연한 사건으로 자꾸 엮이게 되거나, 갈등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설정이 억지스러웠다. 4회까지 무려 9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도중에 우연이 너무 많았다.

박서준과 대립관계에 선 유재명의 캐릭터도 점점 이해하기 어려운 쪽으로 가고 있다. 돈에 밝은 대기업의 회장이라지만 과도한 설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장 회장이 아들을 불러서 훈육을 시키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닭 사육장에 데려가 “닭의 목을 비틀라”며 윽박지른다. 그래야 기업을 물려받을 배포가 생긴다는 이유다. 그러나 왠지 만화적이다. 아들과 아버지가 아니라 조폭 보스와 건달 같다.

기대를 모았던 천재소녀 조이서 역의 김다미도 좀 아쉽다. 전작 영화 ‘마녀’에서 신비한 괴력을 지닌 소녀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번에도 비슷한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캐릭터라는 건 알겠는데 자기 복제처럼 보인다.

‘이태원 클라쓰’가 JTBC 인기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나 ‘눈이 부시게’ 같은 인기와 평가를 받으려면 조금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

‘스카이 캐슬’은 첫 회 1.7%로 시작해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을 올리며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애초에 그렇고 그런 학원 드라마로 보였으나 대학 입시에 목매는 소위 ‘상위 0.1%’의 세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줘 박수갈채를 받았다.

‘눈이 부시게’도 평범한 가족 이야기로 출발하는 듯했으나 예상치 못한 ‘타임 슬립’(시간여행)과 반전 구조로 시청자들을 웃고 울렸다.

‘이태원 클라쓰’가 5∼6회에서 클리셰를 어떻게 던져버리느냐에 따라 두 자릿수 시청률의 인기를 얻을지, 아니면 용두사미가 될지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mail 김인구 기자 / 문화부 / 차장 김인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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