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우한 사태로 ‘중국 모델’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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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한계에 다다른 자유 없는 성장
지난해보다 경제 더 추락할 듯
中공산당 오웰식 전체주의로

발병 은폐, 바이러스 사태 키워
위기 극복엔 민주주의가 나아
禍 피하려면 중국 의존 줄여야

COVID-19로 명명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의 확산과 함께 중국이 올해 세계 경제의 최대 우환으로 부상했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 비중은 18%에 달한다. 이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의 4%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어서 신종 코로나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도 심대할 수밖에 없다. 연초 2020 예측서를 펴낸 세계의 주요 기관들도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망보고서를 다시 써야 할 상황이 됐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2020 세계 경제 대전망’에서 “미·중 무역 전쟁 피로감 누적으로 글로벌 불황이 올 수 있고 중국은 성장률 둔화 고통에 빠질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위기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은 “미·중이 1차 무역합의에도 불구하고 미·중 테크놀로지 디커플링 현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화웨이를 앞세운 중국의 5세대(G) 테크놀로지의 진격에 제동이 걸리면서 지난해 6.1% 성장에 그친 중국 경제는 더 추락해 글로벌 불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

이런 병리학적·경제적 차원을 넘어 신종 코로나 사태는 중국식 발전 모델의 근본적 결함을 노정하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 주도의 권위주의적 경제 개발 노선으로 성장을 이뤘다. 1980년 309달러에 머물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1만100달러로 불어났다. 정치적 자유화를 배제한 국가 자본주의 체제로 경제 성장을 이루자 중국 모델이 미국 모델보다 낫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에 입각한 미국식 시장경제 회의론이 확산되며 베이징(北京) 컨센서스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열리자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공산당 체제가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보다 우월하다며 중국 굴기를 밀어붙였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공산당의 폭압성이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8일 전염병 발병 후 우한(武漢)시는 “당 승인 없이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12월 30일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사스 유사환자 7명 발생을 공개했을 때도 “위법행위”라며 틀어막았다. 중국 당국은 시 주석이 1월 20일 전염병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대응에 나섰는데 골든 타임은 놓친 상태였다. 인민들은 의료시설과 의약품 부족으로 죽어 나가는데 공산당은 시 주석 눈치만 보며 바이러스 배양기 노릇을 했다. “우한은 시진핑의 체르노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염병 발생 비상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신속하게 대응했으면 됐을 일인데 공산당의 조지 오웰식 전체주의 습성이 위기를 키운 셈이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저서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에서 “민주주의는 경제 성장 단계에는 불필요할지 몰라도 위기 땐 진가가 나타난다”고 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 한국과 대만이 빨리 위기에서 벗어난 것과 달리 인도네시아가 경제 패닉에 빠진 것은 독재체제였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중국공산당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번에 입증됐다. 상하이(上海) 출신인 민신페이 미 클레어몬트 매케나 대 교수가 “14억 인민보다 당을 우선시하는 공산당 독재가 유지되는 한 위기 대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발생 후 중국의 그림자 국가인 양 행동하며 저자세 외교를 펴고 있다. 중국이 후베이(湖北)성 등 14개 지역 봉쇄조치에 나섰는데도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는 실효성이 적고 제2의 사드 보복을 부를 수 있다며 미적거린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국가들까지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운명공동체론까지 폈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은 우리와 이념과 가치가 달라 운명공동체가 될 수 없다. 기 소르망 분석대로 한국의 위기 극복 힘은 자유민주주의에 있다. 신종 코로나 국내 1호 확진자인 중국 여성을 완치·귀국시킨 것이 바로 한국 의료의 힘이다. 문 정부는 대중 편향에서 벗어나 국민 안전을 최우선에 놓고 정책을 펴야 한다. 수출의 25%, 수입의 21%를 중국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도 탈피해야 한다. 친중적 정치 행태와 중국 중독증에 빠진 경제를 바꾸지 않으면 신종 코로나 같은 위기가 중국에서 발생할 때마다 한국은 최전방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