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습니다>엘리베이터안에서 시작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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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준호(33)·이루리(여·30) 부부

저(준호)와 아내의 사랑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시작됐습니다.

5년 전 직장 선후배로 아내를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회사에 막 입사한 아내와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타게 됐습니다. 10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그 짧은 순간, 아내는 저에게 “제 번호를 (휴대전화에) 찍어줄게요”라며 휴대전화를 달라고 했습니다. 어색한 적막을 깬 아내의 갑작스러운 말에 놀랐죠. 동시에 저는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아내 말에 따라 휴대전화를 줬어요.

아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제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 마치 연인에게 고백하기 전 남자의 모습 같았대요. 그래서 충동적으로 제 휴대전화를 달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아내가 먼저 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하지 않았더라도 제가 언젠가 물어봤을 거예요. 아내에게 호감이 있었거든요. 그날 이후 저희는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직장 선후배 이상의 관계로 발전했어요. 서로의 연인이 된 거죠.

엘리베이터에서 연락처를 주고받은 일처럼 결혼 준비도 충동적으로 시작했어요. 연애를 시작하고 불과 한 달밖에 안 됐을 때 일이에요. 때마침 데이트하던 곳 근처에 웨딩박람회가 열렸어요. 구경 삼아 간 곳에서 저는 덜컥 상품을 계약하고 나왔죠.

아내는 저보고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했어요. 누가 봐도 당시 저는 결혼을 할 만큼 경제적으로 준비돼 있는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생각하고 상황에 맞춰 결혼식을 준비했어요. 아내는 그런 제 모습에 사랑을 느꼈다고 해요. 또 ‘이 남자가 (나를) 굶기진 않겠다’는 믿음도 생겼대요. 결국 저희는 연애 1년 만인 2015년 5월 결혼식을 올렸어요. 돌이켜보면 행복은 예고 없이 찾아오더라고요. 제가 탄 엘리베이터에 아내가 갑자기 들어온 것처럼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