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더 늦기 전에 ‘수학 교육’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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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정책 우왕좌왕에 교육계 혼돈
백년대계를 정권이 뒤흔들어
외국은 창의인재 양성에 총력

1980년 이후 ‘쉬운 수학’ 가속화
단순한 지식 넘어 思考의 기초
수학 무시하면 4차혁명 낙오國

정치·경제적 위기감과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걱정으로 사회 전체가 더욱 위축되는 상황이다. 사회적 상황이 아무리 복잡해도 2월이 오면 대학과 초·중·고교에서는 신학기 준비로 바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불거진 일부 대학교수 자녀의 대입 부정 문제에 대응해, 정부의 ‘땜질’식 대입 정책 발표가 잇따르면서 교육계 전체가 겪는 혼돈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정도다. 우왕좌왕하는 우리의 교육정책과는 달리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가기 위해 필수인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체계 마련에 여념이 없다.

선진국에서 교육 문제는 정파적 고려보다는 국가 경쟁력과 기회 균등에 바탕을 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마련된 예측 가능한 제도를 일관성 있게 집행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데 우리의 교육제도는 해마다 바뀐다. 국가의 다양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은 일시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집권 세력이 단기간에 임의로 결정할 게 아니다. 현 정부가 좋아하는 사회적 숙의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사회적 숙의 참여자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너무나 달라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입시와 연결되는 수학 교육 문제다. 1980년대 본고사 폐지 이후 우리나라의 고교 수학 교육은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내용을 줄이거나 제외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그 결정판이 최근 수능에서 기하·벡터를 제외한다는 발표다. 수학을 단순히 수능의 여러 교과목 가운데 하나로만 본 결과다.

수학 관련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면 수학의 출발은 면적의 계산에 기원을 두고 있다. 도형의 계산을 위한 원리로 서구에서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있고 동양에서는 ‘구고현의 정리’가 있다. 이집트의 벽화에서 발견되는 건축과 관련된 도형에서도 같은 원리가 설명되고 있다. 모두 기원전 수백 년에 독자적으로 발전됐다고 한다. 한편, 원의 면적을 계산하는 방법에서 출발해 아르키메데스는 ‘파이(π)’의 개념을 정립했다. 이처럼 면적을 계산하면서 수학의 개념이 발전되고 유리수와 무리수의 개념도 시작된다.

이 같은 기하학은, 영토 계산 및 세금 징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금에서 출발한 경제적 활동이 확대 발전하면서 경제의 기본인 이자 계산을 위한 대수학이 인도와 아라비아 같은 인류문화 발상지에서 대두했다. 세계 4대 문명의 이면에는 수학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하학과 대수학으로 시작된 수학은 해석학·위상수학·확률통계학·암호론·정수론 등으로 다양하게 분화, 발전해 모든 학문 분야의 이론적 토대가 되고 있다. 예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피타고라스는 조각가였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수학자이고, 천재 건축가로 불리는 가우디도 스스로 기하학자라고 했다. 음악도 황금비율로 알려진 피보나치 수열과 밀접하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창의적 교육을 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우리나라도 인공지능(AI) 교육을 해야 한다고 정권 차원에서 온갖 정책을 발표하고 예산을 투입한다. 고교 수학 교육은 축소하면서 수학 교육을 강화한다고 한다.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두뇌 교육이 필수적이다. 인간의 두뇌 능력은 유전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교육에 좌우된다고 한다. 두뇌의 능력은 주어진 유전 환경 아래서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대개 인간의 두뇌 능력을 좌우하는 뇌세포 수의 증가는 20세 전후에 멈추고, 이후에는 정해진 수의 뇌세포를 어떻게 활성화하느냐에 따라 두뇌 능력이 크게 달라진다. 두뇌 능력의 발달을 위해 필요한 학습들은 다양하다. 하지만 성장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독서를 통한 언어 능력, 체육을 통한 체험학습 능력, 수학을 통한 인지능력 향상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수학이 창의력 교육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수학 교육은 단순히 수학 지식을 일상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아니다. 복잡한 자연 현상과 사회과학 현상을 요약해 수학적으로 모델링하고 그 해를 구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적 사고 능력을 길러주는 두뇌 교육의 근본이 수학 교육이고 전 세계가 수학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다. 다시 수학 ‘교육’을 되살려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