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투자·고용 임무 ‘민간’에 돌려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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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지난해 세입 실적은 세입 예산보다 1조3000억 원 적어 중앙정부는 2014년 이후 5년 만에 결손이 났다. 세입은 2018년보다 1000억 원이 적은 금액으로 2013년 이후 6년 만에 국세 수입이 줄었다. 그래도 법인세는 72조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지만, 계획했던 79조2000억 원보다는 7조 원이나 적다. 법인세의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해 세수는 늘었으나 세수 계획의 근거로 삼은 2018년보다 기업 실적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0%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다. 전체 예산 대비 불용액 비율이 13년 만에 최저인 1.9%일 정도의 확장적 재정정책 속에 나온 결과라 더 옹색하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반도체 경기 불황 등 대외 경제 여건 악화와 함께 소득주도성장과 친노조·반기업 등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정부 경제정책이 기업의 수익성을 낮췄다. 사고가 날 때마다 더해지는 경영 책임과 일률적 규제도 혁신성장 의욕과 투자 유인을 감퇴시켜 국내 사업 위축과 세수 감소를 초래한다. 경기·추세 역행적 최고 법인세율 인상도 원인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호무역과 반이민 정책 등으로 국제적 비판을 받지만, 국정 지지율은 재임 기간 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굳건한 미국 경제가 지지 기반이다. 취임 이후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를 넘어 지난 1월까지 127개월 연속 확장 국면을 유지 중이고,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 중이다. 2017년 12월에 제정된 ‘감세 및 잡스(JOBS)법’은 최고 법인세율을 39%에서 21%의 일률 과세로 대폭 낮췄다. 다른 나라도 경제 활력을 살리기 위해 법인세율을 낮추는 추세다. OECD 36개 회원국 중 한국 외에 지난 3년간 법인세율을 올린 나라는 칠레,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터키뿐이다.

올해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성장률에 대한 주요 기관의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은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과의 수출 물량이 전체의 25% 안팎으로 큰 편이고 주로 중간재여서 타격이 크다. 중국산 부품 수급에도 차질이 생겨 국내 제조업의 피해도 우려된다. 대인 접촉을 꺼리자 소비와 관광 관련 서비스업도 위축됐다. 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GDP 성장률 2.4%를 최근 KDI가 2.1%로 하향 조정했다. 신종 코로나의 영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덧붙여 실제로는 2.0% 아래임을 내비쳤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0.8∼1.7%포인트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정부는 금리 인하와 대규모 추경안 편성을 단골 메뉴로 내놨으나 제한적이다.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문제 및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있어 조심스럽다. 추경 편성은 역대 기록적인 확장적 재정으로 이미 적자 국채 발행을 늘린 마당에 2.4%를 기준으로 한 세수 예측도 결손이 날 가능성이 커져서 쉽지 않다.

남은 건 민간기업이 투자 기회를 포착해 투자 확대, 시장과 고용 창출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만들게 하는 경제정책이다. 법인세율 인하가 불편하다면 혁신성장과 일자리 관련 투자를 자극하는 세제 혜택 확장도 효과적이다. 이참에 특정 집단을 편파적으로 배려하다 갈등과 부조리만 양산하고 모두가 피해 보는 경직된 노동정책과 산업 규제도 손봐야 한다. 지금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임무를 민간에 되돌려줄 적기(適期)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