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논란만 커지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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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하다 행정안전부와의 갈등·시민단체와 주민 반발 등에 부딪혀 지난해 9월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후퇴했던 서울시가 그간의 소통 결과와 사업 추진 방향을 13일 발표했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이날 서울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전문가·시민단체·지역주민 등과 60여 차례 소통을 거쳤다며 “민주주의 실현의 한 획을 그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진 부시장의 간담회가 ‘정해진 것 없음’을 재확인시켜준 꼴이어서 뜬금없이 왜 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시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시는 주민으로부터 가장 큰 우려가 나온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 피해의 해법으로 ‘법률 개정 건의’를 내세웠다. 야간 시위 금지를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014년 3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현재는 사실상 24시간 집회·시위가 가능한데, 0시부터 해뜨기 전까지는 옥외 집회나 시위를 제한하는 개정안을 건의하겠다는 것이다.

한 때 ‘광장에 촛불 문양을 새기겠다’던 시가 이제 와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자 시대착오적이다. 헌재 결정 취지를 고려하면 서울시가 원하는 입법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경복궁 앞 사직로·율곡로를 없애고 역사 광장을 만든다는 계획은 무산됐다. 광장의 차도를 전부 없애는 전면 보행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당장은 세종문화회관이 있는 서측으로 광장을 넓힌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임기인 2022년 6월 내에 사업을 마칠지도 불투명하다. 시는 추진 일정과 예산에 대해선 앞선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토대로 새 설계안을 마련해 봐야 안다며 함구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불씨가 남게 됐다.

이후민 전국부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