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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Interview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14일(金)
“창단 제안했다가 경영까지… 수익 내는 ‘생기발랄 축구팀’ 만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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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호텔 앞에서 밝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신창섭 기자
■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구단운영 적임자 못찾아 결국엔 ‘키커’로 나서
‘성과 내야한다’는 부담에 잠도 잘 못자지만
“쉽지 않겠지만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포부 밝혀

유럽 프로축구 홈구장은 경기없어도 사람들 붐벼
우리도 3년정도 뒤엔 가시적인 성과 나올 것
새로운 유소년 시스템 만들면 ‘자생’에 큰 도움


허정무(65). 한국 축구사를 논할 때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허정무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은 32년 만에 본선에 진출했고, 허정무가 선봉을 맡았다. 당시 A조에 한국,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불가리아가 편성됐고 한국은 1무 2패(승점 1)에 그쳐 조 4위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당시 A조에선 허정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맞붙어 1-3으로 패했다.

당시 허정무는 왼쪽 측면 수비수로 출전, 당대 월드스타였던 디에고 마라도나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허정무는 마라도나를 끊임없이 괴롭혔고 특히 공을 강하게 걷어내다가 마라도나의 허벅지를 가격, 외신으로부터 ‘태권축구’라는 별명을 얻었다. 진돗개로 불리는 허정무의 근성, 패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그는 패기를 주 무기로 삼았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선 대표팀 감독으로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 그리스, 나이지리아와 함께 B조에 편성됐고 1승 1무 1패(승점 4),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허정무는 사령탑으로 다시 만난 마라도나와의 대결(2차전)에서 1-4로 패해 위기로 몰렸다. 하지만 허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서 먼저 실점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져 2-2로 비기면서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으로선 마지막 16강 진출이다.

허정무는 32년 만에 본선에 오른 멕시코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고, 남아공월드컵에선 지휘봉을 잡았다. 그라운드를 떠난 뒤 행정가로 변신, 2013∼2014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2015∼2019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를 지냈다. 그리고 올해 프로축구 2부리그인 대전하나시티즌의 이사장을 맡았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월 시민구단이던 대전 시티즌을 인수,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재창단했다. 이사장은 다른 구단의 대표이사와 동일한 직책으로 선수단 운영부터 경영까지 관리, 감독을 총괄한다. 따라서 허 이사장은 새 출발을 시작한 대전 하나시티즌의 선장과 같다. 선수, 지도자, 행정가로서 승승장구를 거듭한 건 언제나 멈추지 않는, 포기하지 않는 패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허 이사장은 축구연맹 부총재였던 지난해 여름 축구단 창단을 위해 하나금융그룹과 의견을 나눴고, 마침내 대전하나시티즌 창단 계획이 세워졌다. 그는 이사장직엔 관심조차 없었다. 하지만 구단 운영을 맡을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았기에 대전하나시티즌의 창단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허 이사장이 ‘키커’로 나섰다.

지난 10일 서울로 ‘출장’차 올라온 그를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다. 허 이사장은 “구단 창단의 밑그림을 그린 내게 이사장직 권유가 왔다. 경영을 맡아본 적이 없기에 부담감이 있었지만, 내가 직접 창단을 유도했기에 책임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60을 넘겨서도 패기를 잃지 않았다. 쉽지 않겠지만,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허 이사장이 구단 업무를 맡은 건 51년 축구인생에서 처음이다. 이사장직을 수락하면서, 그답게 새로운 길로 힘차게 들어섰지만, 고민이 많다. 허 이사장은 “좋은 팀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 그리고 꼭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구단 운영에서 본보기가 되고 싶기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 입단한 허 이사장은 유럽에서 활동하며 축구 구단 운영을 눈여겨봤다. 허 이사장은 “처음 네덜란드에 진출했을 때 경기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라운드만 덩그러니 있는 한국과 달리 레스토랑을 비롯해 마트 등 여러 상업시설이 있었다. 경기장은 축구 경기가 없는 날에도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즐기는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영화관과 대형마트가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프로축구장은 경기가 없으면 텅텅 빈다. 하지만 유럽 축구경기장은 40년 전부터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진화’했다.

허 이사장은 그래서 대전시에 대전 시티즌 인수 조건으로 경기장 내의 주변 시설 운영권 양도를 요청했다. 대전하나시티즌은 대전월드컵경기장과 클럽하우스인 덕암축구센터를 오는 2021년까지 운영하고 이후엔 관리 위탁할 예정이다. 허 이사장은 “네덜란드 경기장엔 일반인이 즐길 편의시설을 비롯해 여행사 등 일반 사무실이 입점했기에 경기장에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래서 경기장에 생기가 돈다. 국내에서도 그런 곳을 조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허 이사장은 ‘자생’에 초점을 맞추고 운영 계획을 세울 작정이다. 프로스포츠는 비즈니스. 모기업의 지원에 익숙해지면, 의존하려는 성향이 짙어진다. 그러다 보면 만년 적자에 시달리게 된다. 허 이사장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선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다. 하지만 단기간에 100% 자생하긴 어렵다. 20%, 30%, 40% 점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전하나시티즌은 3년을 내다보고 있다. ‘목표 달성’은 아니지만 가시적으로 성과를 확인하는 데 3년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이사장은 유소년 선수 육성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유소년이 유망주, 기대주로 성장하고 미래 구단의 중심이 된다면 구단의 자생에 더욱 많은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허 이사장은 감독 시절 선수 발굴에 능했다. 1998년 10월부터 2000년 11월까지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허 이사장은 2000년 당시 19세로 무명이던 박지성(은퇴)을 처음 발탁했고 그해 아시안컵에선 주전으로 기용했다. 허 이사장은 또 2008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대표팀을 다시 맡았고 역시 19세로 무명이었던 구자철(알 가라파)을 국가대표로 발탁했다.

허 이사장은 “유소년은 구단, 그리고 나라의 미래다. 프랑스는 1980년대 중반 전국에 6곳의 트레이닝센터를 설립, 연령별로 나눠 360명가량을 단계적으로 성장시켰고 1998 프랑스월드컵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한 대표팀을 보더라도 21명 중 18명이 K리그 소속이거나 산하 유소년 팀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선수, 지도자 시절의 경험을 살린다면 대전하나시티즌 유소년 출신의 슈퍼스타 탄생도 기대해봄 직하다. 허 이사장은 특히 주입식 교육, 훈련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허 이사장은 “유소년은 기본적으로 구단 내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래서 유소년 육성에 과거와 다른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선수의 이해력을 높이고, 당장이 아니라 5년 10년 뒤를 내다보고 어린 선수를 육성하는 게 바람직스럽다. 교육 프로그램이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경험을 살려 잠재력과 창의력을 끌어올리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전하나시티즌의 전신 대전 시티즌은 2015년 1부리그에서 최하위에 머물러 강등됐고 2부에서 줄곧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대전 시티즌은 2016년 11개 구단 중 7위, 2017년 10개 구단 중 10위, 2018년 4위, 2019년 9위에 머물렀다. 프로인 만큼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도 숙제다.

허 이사장은 “팬이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경기를 펼쳐야 한다. 팬이 부끄러운 팀은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번에 꼴찌에서 1등을 할 수 없듯이 천천히, 차근차근 성적을 끌어올리는 게 좋다. 그래야 ‘체질’ 개선도 이뤄진다. ‘진돗개’로 불리는 이유는 지는 걸 죽어도 못 참는 성격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몇 번 지더라도 참고, 꾸준하게 선수단에게 기회를 주고 또 믿겠다. 단 투지와 패기를 잃는 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해내겠다는 의욕과 자신감이 없다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기발랄한 구단이 되도록 앞장서겠다”라고 강조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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