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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14일(金)
디지털 위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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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중국이 올해 디지털 위안화를 공개하게 되면 기축 통화 문제까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싱크탱크 ‘여시재’의 이광재 원장이 ‘전망 2020’ 주제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이 원장이 왜 이 시점에서 기축 통화 문제를 꺼냈는지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다. 다만 여시재가 친중(親中) 색깔을 띠는 만큼 달러 패권의 변화를 내다보는 것 아닌가 여겨질 뿐이다. 그럼 디지털 위안화는 미 달러에 도전, 기축 통화로의 변신을 가능케 할 가공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 정부가 밝혔듯이 디지털 위안화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된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거기까지일 뿐이다. 발행 의도는 정작 암호화폐와 거리가 멀다.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는 탈중앙화, 반권력 그리고 금융의 민주화를 기본 속성으로 한다. 중국 정부가 과연 이런 목적을 위해 디지털 화폐 발행에 나서고 있을까.

정반대다. 중국이 굳이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꾀하는 것은 통화의 흐름을 완전히 파악해 경제활동 감시, 돈세탁 방지, 나아가 자산의 해외 도피를 틀어막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 한마디로 신뢰 기반의 독점적 위치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위안화가 진정으로 기축 통화를 꿈꾼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통화량 공급, 안전성, 태환성, 프라이버시 등의 모든 면에서 달러를 능가해야 한다. 디지털 위안화가 이런 기준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디지털 위안화 발행의 또 다른 목적은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디지털 통화 ‘리브라’ 때문이다. 리브라는 주요 통화들로 구성되는 통화 바스켓에 연동시키는데, 문제는 이 안에 위안화가 들어 있지 않다는 점. 결국 선제적 방어 전략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암호법을 제정하면서까지 다른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중이다. 그런다고 비트코인 등의 매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최근의 우한 폐렴 위기 속에 비트코인의 가치는 오히려 상승 중이다. 금(金)처럼 경제위기에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치를 굳혀가고 있다는 징표다. 게다가 비트코인만큼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이 주창한 아나키즘을 온몸으로 구현하는 화폐도 없을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야말로 기축 통화 다툼은커녕, 프루동의 얼굴을 한 비트코인과의 싸움에도 힘겨워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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