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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14일(金)
우한과 ‘기생충’의 공통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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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정치부 차장

한국 사회가 영화 ‘기생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희비를 겪고 있다. 하지만 ‘기생충’과 신종 코로나는 사실 공통점도 많다. 기생충과 바이러스는 1998년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저서 ‘총, 균, 쇠’에서 인류를 위협해왔다고 주장한 ‘균’이라는 주제와 연관돼 있다. ‘세계화’의 결과물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세계화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전이(轉移)’다.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교통·통신 수단은 획기적으로 발달했고, 자유무역은 전 세계를 말 그대로 ‘지구촌’으로 만들었다. 물적·인적 이동의 자유는 자본뿐 아니라 문화·전염병에도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줬다. 신종 코로나가 역병의 전이라면, ‘기생충’은 문화의 전이인 셈이다.

세계화와 이에 따른 전이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세계화 초반이었던 2002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가 감염력이 더 높은 이유다. 2018년 12월 말 기준 한국 체류 중국인이 107만 명, 중국 체류 한국인도 31만 명에 달한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의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역할이 붕괴하면서 한국 경제는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비전인 ‘중궈멍(中國夢)’ 공유를 시사하면서 밝은 면만을 강조했던 ‘운명공동체론’의 명암이다.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주제도 세계화의 산물인 빈부격차, 더 나아가 계급갈등이다. 글로벌 주제와 BTS로 대표되는 K-팝 등 한류의 확산, 대기업의 적극적 지원이라는 세계화의 도구가 이번 쾌거에 일조했다는 점은 아이러니지만, 세계화의 어두운 측면인 빈부격차에 대한 주제의 소구력은 상당했다. 동시에 ‘기생충’의 쾌거 이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각자도생’ 기조로 대변되는 이른바 ‘트럼프 현상’의 확산에 대한 미국 문화계의 우려가 크게 반영됐다는 점에서 이 또한 글로벌 주제다.

바이러스든, 기생충이든 ‘균’과의 전쟁에서의 해법은 하나다. ‘공생’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균은 박멸될 수 없으며, 세계화 시대에서는 언제든 ‘팬데믹(대유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생을 위해서는 기피·차단과 전이·확산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기피와 차단이 ‘혐오’로 변질되거나, 기피·차단을 ‘혐오’라고 명명하는 행위다. 기피·차단은 대중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자, 전이·확산을 막기 위한 1차적 방어망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포함한 여권 인사들이 “감염병보다 무서운 것이 상호불신, 불안, 혐오 같은 현상”이라고 지적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불안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는 근절돼야 하지만, 위험을 피하는 기피 행위까지 ‘혐오’로 명명하는 것은 부당하다.

신종 코로나의 정확한 원인과 감염로, 확산 경위 등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기피·차단을 통한 방역망 강화와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유다. 대중의 자연스러운 기피 반응마저 ‘혐오’라고 명명하면서 방역보다는 ‘편 가르기’에 더 골몰하는 여권은 국민을 가르치려 드는 ‘꼰대’ 짓부터 그만둬야 할 것이다.
e-mail 신보영 기자 / 국제부 / 부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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