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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14일(金)
현실 동떨어진 대통령 發言과 받아적는 기업인들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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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고용의 주체인 기업은 국가 경제의 기관차나 다름없다. 따라서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소통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지금처럼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인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국내 대표 기업인들의 13일 회동을 보면, 그 시점과 형식, 내용 등 모든 측면에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우선, 문 대통령이 정부를 믿고 투자해 달라고 했지만, 이 순간에도 심각한 반(反)기업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경기가 살아나는 듯해 기대가 컸는데,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게 안타깝다”면서 “과감한 세제 감면과 규제 특례로 투자·혁신을 돕겠다. 정부를 믿고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해 달라”고 했다. 경제 인식의 오류는 차치하고, 당장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 ‘기업 블랙리스트’로도 불리는 국민연금의 일반투자 기업 공시 등이 기업을 억누르고 있다. 같은 날 상장사협의회 측이 주총에서 감사인 선임 부결 사태라도 막을 수 있게 ‘3% 룰’ 폐지를 읍소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 정부와 여당은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기업을 옥죄어왔고, 2017년 14.5%였던 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8년 -3.5%, 지난해 -8.1%로 더 뒷걸음쳤다. 이런 근본적 문제점들과 친노조·반기업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은혜를 베풀듯 ‘특례’를 거론해봐야 별 도움이 될 리 없다.

문 대통령은 지시 사항을 하달하듯 메모지를 읽고,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인 채 받아적는 모습은 갑을(甲乙) 관계도 넘어 왕조시대 군·신(君臣) 관계로 비칠 정도다. 북한 체제에서는 그런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지난 달 유사한 행사를 가진 대통령이 악전고투하는 기업인들을 또 불러모은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격려를 핑계로 대통령이나 고위 당국자들이 부르면 달려가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기업인들의 심정은 착잡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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