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한국화가 김선두

  • 문화일보
  • 입력 2020-02-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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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잡풀들을 통해 우리 주변의 평범하지만 착하고 건강한 사람들을 본다. 거짓과 위선으로 치장한 똑똑한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자신을 키워가는 좋은 의미의 바보들이다. 현대는 이런 바보들이 그리운 시대다.” 중앙대 미술학부 교수인 김선두(62) 화백의 말이라며, 미술평론가 윤범모가 글로 소개한 내용이다. ‘끝 모를 실험으로 한국화의 새 지평을 열어온 작가’ ‘진화하는 한국 미술의 아이콘’ 등으로 일컬어지는 김 화백의 연작 주제 중 하나가 ‘그리운 잡풀’인 배경을 알게도 해준다. 미술평론가 이주헌도 김 화백을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그의 주제는 근본적으로 삶, 특히 민초(民草) 혹은 잡풀의 삶과 이를 떠받쳐주는 고향으로서의 대지(大地), 그리고 그 위를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세월에 초점을 맞춰왔다. 삶의 본질·토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늘 잡풀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한, 그는 아마 앞으로도 이런 주제를 계속 그릴 것이다.’

조선 시대 3대 화가의 한 사람인 오원(吾園) 장승업을 그린 영화로, 2002년 개봉돼 제55회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임권택에게 감독상을 안긴 ‘취화선’에서 주인공이 그림을 그리는 장면들의 대역으로도 나섰던 김 화백의 다른 연작의 주제는 그 연장선에 해당한다. 고향의 자연·민초·풍류를 담은 ‘남도(南道)’, 속도를 줄여야 보인다는 ‘느린 풍경’, 빨간불 신호등 앞에 멈춰 설 때가 본성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반성의 기회라는 ‘나에게로 U턴한다’, 생성과 소멸의 상반된 이미지를 나타낸 ‘유혹’ 등의 주제다. 흘러가고 나아가는 것에 대한 깊은 사색을 형상화한 작품 각각에 ‘새벽에’ ‘황토’ ‘육자배기’ ‘아름다운 시절’ 등의 부제를 붙인 연작 ‘행(行)’도 마찬가지다. ‘호박’ ‘옥수수’ ‘해바라기’ ‘담쟁이’ 등의 부제를 각각 곁들인 ‘별을 보여 드립니다’ 연작에선 별이 탐욕과 잡념 탓에 볼 수 없는 세상 이치와 진리를 상징한다.

전통 한국화의 틀을 넘어 역(逆)원근법과 장지 기법을 더 진화시키고, 쇠를 이용한 철묵화(鐵墨畵) 등을 창출하기도 한 김 화백의 개인전이 서울 삼청로 학고재 갤러리에서 지난 1월 22일 개막해, 오는 3월 1일까지 이어진다. “한국화의 현대 회화 가능성을 더 넓혀 보려고 했다”는 그의 작품 19점을 둘러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신선한 감동의 경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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