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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World Now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18일(火)
反시진핑 ‘분노의 제단’된 SNS … ‘톈안먼’ 이후 일당체제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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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로 ‘中 체제 저항’ 확산

관료주의·불투명 국정에 네티즌 “폭정을 멈추라” 등 글 올려 … 시진핑 책임론 들끓고 경제는 셧다운 상태

당국은 ‘전염병과 전쟁’촉구하며 ‘인민과 전쟁’… 오프라인으로 전선 확대 땐 걷잡을 수 없을지도


지난달 20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환자가 300명까지 급증하면서 ‘신종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같은 달 23일엔 우한시가 봉쇄됐고 지난 16일엔 후베이성 전체에 대한 공공장소 폐쇄 등 통제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내 확진자가 7만2436명, 사망자가 1868명에 달하면서 민심도 폭발 직전이다. 당국이 사태 초기 사람 간 전염 가능성과 의료진 감염 등에 대해 은폐·축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반 시진핑(習近平) 정서가 번져나갔다.

무엇보다 소셜미디어가 학생·지식인을 중심으로 ‘체제 저항의 플랫폼’ ‘분노의 제단’이 되고 있다. 공산당과 시진핑 국가주석을 겨냥한 구호와 불만이 넘쳐난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엎을 수도 있다(水能載舟亦能覆舟)’는 문구가 등장하는가 하면, ‘1986년 체르노빌 사고 가 났고 소련은 1991년 해체됐다’는 문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과거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중국 공산당 일당 체제의 가장 큰 위기로 보고 있다. 그나마 경제가 무너질 경우 신종 코로나 사태는 정통성 위기로 번지고 중국 공산당과 ‘시(習) 황제 체제’의 급속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요원의 들불 같은 분노

지난해 말 신종 코로나의 위험성을 처음으로 경고했던 우한의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7일 신종 코로나로 사망하면서 네티즌들의 분노는 요원의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SNS인 웨이보(微博)와 위챗(微信) 등에는 리원량에 대한 추모와 함께 ‘이제는 행동하고 저항할 때’라는 내용의 글들이 쇄도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리원량이 경찰 조사에서 ‘유언비어 유포를 중단하겠다’ ‘위법행위 땐 법의 제재를 받는 걸 알고 있다’는 의미로 서명한 ‘넝(能·하겠다)’과 ‘밍바이(明白·알겠다)’라는 진술을 뒤집어 ‘부넝(不能)’ ‘부밍바이(不明白)’라는 글을 올리며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저항을 이어갔다.

SNS상에서 반정부 정서가 들끓자 검열 당국은 민감한 단어와 표현이 들어간 글이 올라오면 몇 초 안에 잡아내 차단했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의 교사들이 웨이보에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 나오는 문구를 인용해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정직이다. 우리는 장례식을 결혼식으로 바꿀 수는 없다. 의심 대신에 칭찬을 할 수는 없다”고 올린 글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기자가 확인한 결과 이 글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삭제됐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교묘한 방법으로 검열을 피했다. 동영상 앱인 ‘더우반(豆瓣)’에서는 한 네티즌이 올린, 상하이(上海)의 길거리에서 한 여성이 ‘언론자유 FREE SPEECH’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는 사진이 살아남았다.

당국의 검열이 강화되면서 해외 플랫폼인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이 새로운 근거지가 됐다. 트위터 등에는 더욱 노골적이고 과감하게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도배됐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검은 마스크를 쓴 채 “(중국 공산당은) 70년간 집권했으니 할 만큼 했다. 폭정을 멈추고 권력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전 국민의 저항, 인민에게 권력 이양(全民反抗 還政于民)’이라는 구호도 선명했다. 우한의 한 중년 여성도 트위터에서 “돈이 있어도 약을 살 수가 없고, 병실을 얻을 수 없다. (관영) CCTV에 나오는 내용은 전부 가짜다”라며 절규했다. 중국에 7억 명의 모바일 네티즌이 있지만, 가상사설망(VPN)을 깔지 않으면 해외 사이트는 전혀 볼 수 없다. 시진핑 주석은 모든 국민이 일치단결해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자고 촉구하면서도 SNS에서는 ‘인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체제 저항의 기지가 된 SNS

저항의 불길은 일부 지식인의 권력 비판과 언론 자유 촉구 등과 결합하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쉬장룬(許章潤) 칭화(淸華)대 교수가 6일 해외 웹사이트에 ‘분노하는 인민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리며 포문을 열었다. 장첸판(張千帆) 베이징대 법대 교수도 곧바로 동참했다. 그는 “모든 공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 억압 정책은 인위적인 재난이자 국가의 범죄”라고 성토했다. 중국 지식인 수백 명은 최근 ‘표현의 자유 보장’ ‘리원량 사망일을 언론자유의 날로 지정’ 등 5대 요구 사항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했다. 하지만 청원 글은 중국 언론이나 온라인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중국 당국이 이처럼 SNS 탄압 총력전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SNS가 단순한 정부 비판이나 항의를 넘어 시간이 흐를수록 체제에 저항하는 기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로 체제 불신이 높아진 젊은층과 중산층이 비판적 지식인이나 반체제 인사들과 본격적으로 결합할 경우 오프라인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 중국의 역사학자 겸 정치평론가인 장리판(章立凡)은 워싱턴포스트에 “인민들이 전염병으로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수 있다”며 “공산당 관료들은 이를 근본적으로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전방위적 SNS 감시망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쉬 교수와 시민 기자 등의 실종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위기에 몰린 ‘시 황제 체제’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가 휘발성이 높은 이유는 정부의 비밀주의와 불투명한 국정 운영, 이로 인한 초기 부실 대응으로 수많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 재산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중국 국민이 자각하게 됐다는 점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중국 정치 연구자는 “중국인들이 초기 방역 실패로 정부가 내 생명을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 같은 인재는 체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키우면서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1989년 민주화 요구 시위를 진압한 ‘6·4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 공산당 일당 체제의 가장 큰 위기이자 2012년 말 집권 후 8년 차를 맞는 시 주석에게도 최대 위기라는 데 이견이 없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2002∼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도 수개월 동안 발병 사실을 은폐했고 그 후에는 숫자를 축소 조작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도 비슷하다. 이는 중국의 당-국가(party-state) 일원 체제 아래 비밀주의적이고 톱다운 방식의 권력 운용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 주석 체제 들어와서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에 버금가는 1인 권력이 구축되면서 최고지도자에 대한 일방적인 충성심과 ‘나쁜 정보’는 최대한 숨기려는 복지부동과 관료주의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시 주석 책임론이 비등하면서 1인 체제에도 균열이 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전염병 확산에 따른 대규모 이동 제한과 도시 봉쇄 등으로 중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갈수록 커지면서 경제 상황이 체제 안정 여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시 주석에게 바오우(保五) 즉 5%대 이상의 경제 성장이 절실하지만, 자영업과 서비스산업부터 휘청거린다. 정부 정책과 언론 탄압에 경제난과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하면 공산당 1당 체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자오쑤이성(趙穗生) 미국 덴버대 정치학과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경제가 무너진다면 정통성 위기로 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세줄 요약

中 비밀주의가 부른 분노 : 당국이 사태 초기 비밀주의로 신종 코로나 진상을 은폐 축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SNS 통해 반체제, 반 시진핑(習近平) 정서 맹확산. 공산당과 정부가 이를 차단하자 해외 플랫폼 통해 “공산당은 폭정을 멈추라”는 등 글 번져.

체제 저항의 기지 된 SNS : 대학교수 등 지식인들의 권력 비판과 언론 자유 촉구가 결합하면서 반정부 저항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 SNS가 단순한 정부 비판이나 항의를 넘어 ‘체제 저항의 플랫폼’ ‘분노의 제단’이 되는 형국.

위기에 몰린 ‘시 황제 체제’ : 신종 코로나 사태는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 공산당 체제의 가장 큰 위기. 경제까지 무너질 경우 정통성 위기로 번져 중 공산당과 ‘시 황제 체제’의 급속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와.


■ 용어설명

체르노빌 사고는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원자로가 폭발한 사고. 당국의 늑장 대처로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최악의 방사능 누출 사고로 평가됨. 이를 계기로 소비에트의 리더십이 크게 훼손됨.

웨이보(微博)와 위챗(微信). 웨이보는 2009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중국 최대의 마이크로(微) 블로그(博客) 사이트. 위챗은 텐센트가 2011년 1월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이들은 중국 네티즌들의 소통창구이자 언로(言路) 역할을 함.
e-mail 김충남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충남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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