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 & Story >편집서 교정까지… 직접 잡지 만드는 회장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무라야마 지준이 촬영한 일제시대 조랑말을 탄 멋쟁이 여행자의 모습. 보보담 35호에 실렸다.

구자열 LS그룹 회장

9년째 계간지‘보보담’발간
기획 정하고 사진까지 챙겨
年 2만권 발행 무료로 배포
“인문 소양 넓혀준 책” 호평

고품격 인문 계간지 발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자산 기준 재계서열 17위 기업의 회장이 있다. 재계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직접 편집주간(主幹)을 맡아 기획 방향을 정하고 사진, 원고까지 꼼꼼히 챙기고 있는 기업인. 구자열(66·사진) LS그룹 회장이 주인공이다.

18일 LS와 계열인 LS네트웍스에 따르면 구 회장이 창간을 주도해 연 4회 발생하는 멤버십 매거진 ‘보보담’이 2019년 겨울호로 통권 35호를 맞았다. 보보담은 ‘걸으면서 함께 나누는 이야기’란 의미다. 최근 펴낸 35호에는 ‘용산과 철도’, ‘한국철도, 근대의 풍경’, ‘아름다운 용산정거장’이란 소제목이 말해주듯 한국 철도를 다뤘다. 일제가 대륙침략의 거점으로 삼았던 용산과 철도시설을 취재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다각도로 발로 뛰며 취재해 당시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흑백사진과 함께 조명했다. 시선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중국, 블라디보스토크, 모스크바, 시베리아 등 러시아, 일본 철도의 역사와 사연까지 확장했다.

구 회장은 일본강점기 조선총독부 촉탁으로 한국의 풍속과 민간신앙을 사진기록으로 남긴 무라야마 지준이 촬영한, 선글라스를 끼고 당나귀를 타며 여행 중인 당시 조선인의 모습을 통해 탈 것과 마차, 철도를 상기했다. 그리곤 “기획회의를 하며 용산에 철도 관련 시설이 많은 것에 놀랐다. 용산의 철도와 같은 문화콘텐츠는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보보담은 이처럼 구 회장이 편집 스태프와 직접 머리를 맞대고 기획과 편집 방향을 정해 제작한다. 연간 제작비만 당연히 수 억 원대에 달하지만, 유가판매는 하지 않고 광고도 전체 250쪽 가운데 이미지 등 1, 2쪽에 불과하다. 한 번에 5000권 씩 연간 2만 권을 발행해 구독신청을 받아 보내준다. 이색적인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인문학적 소양을 넓혀 주는 고마운 책이다. 보보담을 기다리는 시간은 매우 중요한 일을 할 때처럼 설렌다’(경기 김포시 현혜경), ‘갖은 사연을 담고 문화를 이뤄온 한강에 대한 애정이 새삼스럽게 피어난다. 어지러운 세상의 균형추가 되는 잡지로 새삼 고맙다’(서울 마포구 정동민), ‘천천히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페이지를 넘기면 마치 시끄러운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있는 것 같아 너무 좋다’(경기 김포시 김명종) 등 앞서 나온 보보담을 애독한 독자 의견이 이를 뒷받침한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주위에서 소중한 잡지라는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며 “(구 회장과 편집 실무진)모두가 자부심과 열의를 갖고 제작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