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9명 ‘셀프 제명’… 바른미래 ‘공중 분해’ 수순

안철수계 6명 + 당권파 등 3명
호남 지역구 의원들도 곧 탈당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18일 집단 ‘셀프 제명’됐다. 이로써 손학규 대표 사퇴 여부를 놓고 내분을 겪어 온 바른미래당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돌입했다.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 호남권 3당 통합안의 추인을 거부하며 버티는 상황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의 ‘셀프 제명’에 이어 호남 지역구 의원들도 곧 탈당할 예정이어서 ‘손학규 고립’이 현실화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 등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명했다. 이들은 권은희 의원과 함께 안철수 전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에 합류할 계획이다. 미래통합당행을 결심한 김중로 의원도 이날 제명됐다. 비례대표의 특성상 탈당할 경우 의원직이 상실돼 당의 출당 조치나 제명을 통해서만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다른 정당에 합류할 수 있다.

특히 안철수계로 분류되지 않는 이상돈·임재훈·최도자 의원도 이날 제명을 택했다. 이날만 9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셀프 제명’당하며 바른미래당 탈당을 공식화한 것이다. 다만 박선숙·채이배 의원은 제명을 택하지 않고 당에 남았다. 당적은 바른미래당에 둔 채 각각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에서 활동 중인 박주현 의원과 장정숙 의원은 이날 의총에 참석하지 않아 제명되지 않았다.

호남계 의원들은 조만간 탈당한 후 민주통합당(가칭)에 합류할 방침이다. 이들은 손 대표가 3당 합의안에 대한 추인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한 오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추인을 거부한다면, 더 이상 탈당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을 떠나는 움직임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손 대표는 고립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손 대표만 남아 원외 정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오는 23일 창당하는 ‘시대전환’ 등 청년·미래 세력과의 통합으로 21대 총선에서 중도 정당을 표방하며 제3지대를 공략해야 한다는 의사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