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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18일(火)
사법농단은 無罪, 폭로자들은 여당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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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적극적인 사법부의 독립을 추구했고, 제왕적 권력을 추구하던 이승만 대통령과는 종종 대립했다. 이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발췌개헌이 위헌이란 판결을 대통령이 직접 비난하자 “억울하면 절차를 밟아 항소하시오”라고 받아쳤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 가치는 그 어떤 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민주주의의 자존심을 세우면서 대한민국은 출범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판사들이 줄줄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거래 의혹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사법농단’ 혐의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로 바뀐 후에도 지금까지 3연속으로 1심에서 무죄(無罪) 판결이 났다. 엘리트 법관들을 싸잡아서 비난하고 법원행정처를 악의 온상처럼 규탄하던 애초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아직 상급심이 남아 있긴 하나, 구체적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사안들을 검찰로 넘겨 정치적 보복을 가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그사이 적폐청산과 사법부 독립을 부르짖던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농단을 고변한 판사들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이 줄줄이 영입해 총선 태세를 갖췄다. 이들은 일정한 숙려기간도 없이 법복을 벗자마자 정치로 직행하면서 하나같이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이후 사법 적폐를 척결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마당에 거길 떠나면서 사법개혁을 외치는 게 논리적으로 바른 변명인가. 판사로 일하다가 우연히 상급자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아 이를 양심선언 했다고 해서 그 당사자가 사법개혁 분야 전문가라 볼 수 있겠는가. 그리고 전문성이 있다 하더라도 국회가 주체가 돼 법원을 개혁하는 게 더 타당하고 효과적이란 말인가. 비판과 입법을 통해 개혁에 일조하려거든 마음 놓고 비판하고 입법할 수 있는 야당을 택하는 게 정답 아닌가. 집권당 내의 편안한 정치에 마음이 휩쓸리는 법관이 많아질수록, 정치권의 향배를 주시하며 기회를 노리는 후배들이 등장할 가능성은 커진다. 줄줄이 무죄 판결이 나고 있는 사건을 고발했던 양심선언으로도 집권당에 입성할 수 있는 전례만 생기는 셈이다.

사법개혁의 목표는 분명하다. 지금의 법원 체제를 김병로 체제로 되돌리는 일이다. 법원이 정치권력과 유착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법원이 나서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법원장은 대통령, 청와대, 집권당의 정치적 요구를 비판적으로 응시하고, 사법권이 정치화될 여지가 있는 모든 개혁안을 거부해야 한다. 법관 신분이 종료된 후 충분한 기간이 지나지 않으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 기본이다. 각 법관이 정치권을 쳐다보지 않고 오직 법률과 양심에 따라서만 판결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도 보장해줘야 한다.

전관예우(前官禮遇)도 근절해야 하고, 법관의 판결에 대해 정치적·대중적 테러를 가하는 행위 근절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적폐청산을 내세워 인사 물갈이 수단으로 삼아 특정 연구 모임 출신의 승진 루트로 활용하는 법관 인사 시스템의 허점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인사제도를 자체적으로 마련하길 바란다. 그래야 개혁의 얼굴로 포장된 또 다른 정치 보복이 가장 비정치적이어야 할 사법부의 공기마저 오염시키는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을 게 아닌가. 70년 전 모든 정치적 여건이 어렵던 시절에도 수립한 훌륭한 전통마저 후퇴시킨 배은망덕한 후배들이 최소한 지켜야 할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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