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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18일(火)
‘스토브리그’ 스포츠 드라마 편견 깬 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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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포스터. (사진 = 스토브리그 웹페이지 캡처) 2020.02.17.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종영했다. 야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지만 프로 구단의 사무국 프런트(Front) 이야기를 다뤘다. 이 색다름은 야구팬들 뿐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팬덤을 형성한 것은 물론 이를 신드롬이라 일컬을 정도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야구 몰라도 볼 수 있는 드라마

‘스포츠 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공식 아닌 공식이 지배적이었다. 유명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실력 있는 감독과 선수단의 우승을 향한 고군분투 등 역전 드라마 형식은 이미 익숙하고 진부해진 탓이다.

‘스토브리그’도 야구를 소재로 하면서도 야구 드라마가 아니길 바랐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부터 선수와 감독이 아니다. 회계, 마케팅 및 판촉, 전략 분석, 구장 운영, 트레이너, 홍보 등 구단 운영을 도맡는 프로야구 구단의 프런트를 앞세웠다. 이들이 시즌이 끝나는 11월부터 시범 경기가 시작되는 다음해 3월까지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내용이다.

이 점은 성공 요인 중 하나가 됐다. 실제 야구를 즐겨보지 않아도, 어느 팀, 어느 감독, 어느 선수에 대해 알지 않아도 부담 없이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제작사는 티저 포스터에서부터 ‘이것은 야구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해왔다.

▲  [서울=뉴시스]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티저포스터. (사진 = 스토브리그 웹페이지 캡처) 2020.02.17.

◇빼어난 현실 고증에 타오른 팬덤

만년 꼴찌팀 ‘드림즈’가 백승수(남궁민) 단장의 부임부터 거듭나는 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스토브리그 때 다음 시즌 준비를 하면서 나타나는 신인지명·외국인영입·재계약·트레이드 등의 과정, 신임 단장이 구단주나 터줏대감 선수와 겪는 갈등, 타 구단장들과 빚는 눈치 싸움 등을 고루 다뤘다.

구단 모기업의 일방적인 선수 연봉 삭감, 구단 매각, 선수들의 약물 복용과 원정도박, 고교 야구선수의 대입·프로입단 스카우트 비리 등 실제 프로야구계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이러한 구성은 팬들이 실제 발생했던 사건·사고와 등장인물이 실제로는 어느 구단, 누구였는지를 파헤치게끔 만들었다. 사회인 야구단 등 동호회든 인터넷 커뮤니티든 스토브리그 이야기가 오갔다. 심지어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방영 전인 다음화의 이야기까지 예상·분석하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야구 관련 기사 댓글에 ‘백승수 단장’이나 ‘강두기’, ‘임동규’ 등의 선수 이름이 등장하는 경우도 심심찮았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러한 팬덤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드라마 팬덤은 과거 디시인사이드 시절부터 형성돼왔다. 다만 스토브리그에서 약간 색다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현실 대사’로 버무린 ‘맛깔 나는 대사’와 진짜 같은 이야기로 몰입하게 한 것도 힘이다. 정 평론가는 “작품이 철저한 자문과 사전취재가 많이 반영된 드라마이기 때문에 이것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다”며 “드라마 이야기를 실제와 대비시켜보고 향후 전개를 예측하는 것은 작품의 리얼리티가 작품과 시청자들의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 격”이라고 분석했다.

◇본격 오피스 드라마…그 중심에 ‘백승수’

스토브리그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야구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일 뿐 ‘내 직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특히 ‘백승수’(남궁민)단장의 경우 팬들 사이에서 어록이 등장할 정도로 시대의 리더십을 보여준다.

‘핑계 대기 시작하면 똑같은 상황에서 또 지게 됩니다’, ‘말을 잘 듣는다고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던데요’, ‘전 휴머니스트랑은 일 안 합니다’, ‘해왔던 것들을 하면서 안 했던 것들을 할 겁니다’, ‘시스템을 바로 세울 겁니다’, ‘우리 팀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모든 걸 다하는 겁니다’, ‘배신이 아니라 불의를 봤으면 고발을 하라는 겁니다’ 등.

백 단장은 선악보다는 손익을 따지고 정(情) 보다는 필요성과 가치를 판단하는 합리주의자에 가깝다.

이러한 백 단장에 대해 정덕현 평론가는 “백승수는 판타지적 존재다. 사실적인 이야기 바탕 위에 있는 판타지적 존재가 이 시대의 리더십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백 단장의 존재는 드라마 서사구조에서 또 한 번 부각된다.

정 평론가는 “백승수는 대부분 사건이 해결되기까지는 침묵하는 캐릭터다. 문제가 드러나는 현실을 쭉 보여주다가 백승수가 시원하게 해결점을 제시한다. 스토리텔링을 극적으로, 굉장히 잘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단장 외에도 ▲열정을 앞세워 살다 마주한 동료의 해고에 현실에 안주하며 사는 마케팅팀장 ▲원리 원칙을 따지지만 그 기반에 자신만의 편견이 깔려있는 전력분석팀장 ▲윗사람 눈치보고 조직 내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홍보팀장 ▲자기 일에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실력자 스카우트팀장 등이 등장했다.

비합리적인 조직에 몸담고 있던 이들이 합리주의자 백 단장을 만나 조직 내 부조리, 부적절한 관행, 적폐 등을 청산해나가는 ‘스토브리그’는 ‘일하는 사람들의 일터 이야기’로 조명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블랙박스 들춰낸 스토브리그, ‘하얀거탑’과 평행이론?

스토브리그는 10여년 전 드라마 ‘하얀거탑’의 성공요인과 비견되기도 한다.

‘하얀거탑’이 한 남자의 정치적 야망을 그리면서 대학종합병원의 속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그려냈듯이 ‘스토브리그’는 야구 관련 콘텐츠에서는 일종의 블랙박스였던 프런트와 구단의 이야기를 건드리면서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12월13일 첫 회 시청률 5.5%로 시작해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달 18일에는 16.5%를 기록했다. 설 연휴로 인한 결방에 팬들은 아쉬운 반응을 쏟아내기도 했다. 인기가도에 꾸준히 오른 시청률은 마지막 16회에 19.1%를 기록하며 마무리했다.

한국엔테인먼트산업학회 편집위원이자 한국콘텐츠학회 편집위원인 권상집 동국대학교 교수는 “시청자들의 반응과 흐름이 하얀거탑과 비슷하다”며 “하얀거탑도 처음에는 전형적인 의학드라마인가 해서 잘 안보다가 마지막 회에 시청률 20.8%까지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스토브리그가 하얀거탑과 유사한 신드롬을 일으킨 것은 야구를 기반으로 우리 인생의 다양한 갈등과 그 안에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 주목받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스토브리그’는 스포츠 드라마에 대한 편견을 깨버리고, 뻔 한 러브 스토리 없이도 드라마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책임지기 두려워하는 시대, 단장 백승수라는 캐릭터는 모 기업의 사내교육에서 모범 사례로 꼽았을 정도로 리더로 인정받았다. 디테일한 캐릭터 설정은 박은빈·오정세·권경민·조병규·한재희·문원주 등 ‘배우들의 재발견’이라는 호평까지 이어져 기존 드라마 시장에 교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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