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평생 동안 학위 13개 따… “공부가 최고의 취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대 이색 졸업생들

70세 이강운 감정평가사
고교졸업 후 학위…14번째 도전

43세 양희석 변호사
변론위해 청소년 교육학도 배워

“4년 사이에 학위를 두 개나 따고, 중국어도 할 줄 알게 됐습니다. 공부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값싼 취미 아닐까요.”

19일 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청소년교육학 전공으로 학위를 받은 양희석(43·변시 2회·오른쪽 사진) 변호사의 소감이다. 양 변호사가 지난 2015년 처음으로 방송대를 찾은 것은 외국인 의뢰인들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부천의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양 변호사는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중어중문학을 새로운 전공으로 선택했다.

지난 2018년 다시 방송대의 문을 두드린 양 변호사가 선택한 새 전공은 청소년교육학이었다. 양 변호사는 “그해부터 가정법원에서 소년 사건 국선대리인을 하고 청소년참여재판 진행인도 맡았는데, 청소년 발달 과정을 고려한 변론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처럼 전문직종에 종사하며 평생교육을 통해 제 2의 인생을 열어가는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감정평가사 이강운(70·왼쪽) 씨는 대졸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처음 입학했다가 13개에 달하는 학위를 취득한 이례적인 경우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취직했던 이 씨는 1974년 방송대 농학과에 진학해 첫 학위를 받았다. 이 씨는 “당시엔 라디오로 수업이 이뤄졌다”며 “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방송했기 때문에 밤을 새우며 강의를 들었고, 피치 못할 때는 지인에게 녹음을 부탁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1996년 전자계산학과(현 컴퓨터과학과)에 다시 입학해 컴퓨터를 익힌 이 씨는 공부에 재미를 붙여 경영학과·행정학과 등 전공을 바꿔 가며 총 13개의 학위를 받았고, 올해엔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해 14번째 학위에 도전한다. “정치인들이 방명록을 쓰며 쉬운 철자도 틀리는 것을 보고 국어국문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었다”는 이 씨는 “이제는 누군가 직업을 물어보면 ‘학생’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공부가 인생 최고의 취미가 됐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