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최 “이젠 나와 영화언어 사이 통역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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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MVP 통역사로 화제
美 언론에 ‘오스카 여정’기고
“10초 명상으로 울렁증 극복”

“10개월 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여정은 나에겐 특권… 이제는 나 자신과 영화 언어를 통역하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

‘오스카의 MVP’로 불렸던 봉 감독의 통역사 샤론 최(최성재·사진)가 지난 10개월간의 극적인 여정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19일 미국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의 지면을 빌려 장문의 에세이로 기고했다.

에세이에 따르면, 샤론 최가 봉 감독과 통역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4월 칸국제영화제 시상식 직전이었다. 봉 감독의 전화 인터뷰 통역을 맡아달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통역이라곤 이창동 감독의 ‘버닝’ 때 잠깐 경험해본 것이 전부였지만 영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남다른 언어 재능으로 ‘기생충’팀과 칸에 동행하게 됐다. 샤론 최는 “칸 시사회 때 그랜드 뤼미에르 극장에는 분명 손에 잡힐 듯한 전류가 감지됐다. 한국 소재 영화가 서로 다른 문화의 관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걸 보는 건 감동이었다”고 적었다.

샤론 최는 유년 시절 2년간의 미국 생활을 통해 영어를 접했다. 그리고 대학 때 로스앤젤레스에서 유학하면서 문화에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와츠 업(What’s Up)?’에 대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른다는 걸 안다.

그가 봉 감독의 말을 꼼꼼하게 통역한 데에는 비결이 있었다. 영화를 공부하는 영화광으로서 영화 자체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봉 감독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의 말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대학에서 그에 관한 논문을 쓴 게 도움이 됐다.

그래도 무대 울렁증이 있는 샤론 최로서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반드시 10초간 명상을 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무엇보다 가장 사랑하는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샤론 최는 영화는 통역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 안의 것을 영상화해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는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지만, 당장 오스카 시상식 시즌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니다. 그건 언젠가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고 현재 쓰고 있는 건 내 마음에 있는 한국에 대한 단편”이라며 “지금 SNS상에 내 이름을 치면 이상한 화장품 광고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다음엔 내 이야기로 이어지도록 하고 싶다. 내가 하는 유일한 통역은 나 자신과 영화 언어 사이의 일뿐”이라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