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수사·기소 분리가 궤변인 근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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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前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前 대검 검찰개혁委 위원

늦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전국 검사장회의 연기는 현명한 결정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총괄기소심사관’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 한다. 기소 자문 제도를 통해 수사검사를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는, 검사 제도의 본질에도 맞지 않고 검찰청법상 불가능한 데도 무리하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 검찰 제도를 가진 외국에도 유례가 없다. 법무부가 검토하는 분권형 형사사법 체계도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포함한 전체 형사사법 체계 안에서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논의해야지 법무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검찰의 소추 개념은 프랑스 대혁명으로 탄생한 프랑스 검찰 제도에서 비롯됐다. 구체제 시대의 규문주의 극복을 위해 소추, 예심수사, 판결을 엄격히 구분하도록 한 사법 기능 분리 원칙이 그 기원이다. 우리가 채택한 대륙법계 검사의 소추는 수사와 기소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영미법계 검사의 기소와는 전혀 다르다. 수사는 소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준비 절차여서 준비 절차인 수사와 본 절차인 기소는 본질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

검찰청법에 따르더라도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불가능하다.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는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관한 사항을 검사의 권한과 직무로 규정한다. 이런 검찰청법 규정을 두고 법무부가 어떤 방법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청법 제7조 검찰사무의 지휘·감독 규정도 문제다. 수사검사든 기소검사든 위 규정에 따라 최종적으로 소속 검찰청의 검사장 또는 검찰총장의 사건 처리 결정에 따라야 하는데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우리 형사사법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유신과 제5공화국 시절의 검찰·경찰 제도가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다는 데 있다. 대통령의 인사권으로 중앙집권적인 검찰·경찰을 장악, 수사에 개입할 수 있도록 만든 권위주의적 시스템이 그 근본 원인이다. 무소불위의 검찰이라 비판하지만, 그 배후에는 검찰을 도구로 이용하는 정치권력이 있었다. 역대 모든 정권이 그랬고 혁명적인 적폐 수사를 벌인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견제와 균형에 기반한 분권형 형사사법 체계는 권위주의 체제의 극복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검찰·경찰과 신설된 공수처까지 함께 검토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5공 시절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 경찰, 대통령 직속 사찰수사기구로서 검찰보다 우월적 지위를 갖는 공수처를 놔둔 채 검찰만 분권형 형사사법 체계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동기가 불순하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다면 문 정부 출범 후 적폐 수사와 사법농단 수사 당시에는 왜 아무런 말이 없었는가.

추 장관의 취임 이후 일련의 행보는 극히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전격 단행한 검찰 인사와 직접수사 부서 폐지, 울산시장 부정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 조치가 숨 가쁘게 이어졌다. 법무부 장관은 헌법과 정의, 법치주의를 수호할 막중한 책무가 있음을 한시도 잊으면 안 된다. 검찰의 수사 기소 분리는 가능하지도 않고 검찰 무력화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더는 논란이 없도록 이쯤에서 발상을 접고, 출입국관리 주무장관으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사태가 국가적 대재앙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함이 현명한 처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