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초비상>“둑 터졌는데 여전히 안이한 정부인식…높은 단계 대응 시급”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맹탕 회의 정세균(가운데)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에 대해서는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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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정부대응 잇단 비판

감염원 미확인 29번 확진후에
감시관리 대상 ‘사례정의’개정
그 사이 확진자 50명이나 급증
출입국 관리도 늦은대응 ‘빈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째로 접어들었지만, 서울·대구 등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무더기로 추가 발견되면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발 늦은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지만, 20일 오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신종 코로나에 대해 언급되지 않아 정부가 여전히 ‘안이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총리실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신종 코로나 관련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정 총리는 회의에서 “규제 혁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를 바꾸는 것이며, 정부는 감사원과 함께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는 확실히 우대하되 ‘무사안일’은 엄단하겠다”면서 규제 혁파만 강조했다. 정 총리는 이날 긴급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도 소집하지 않았다. 이날 하루만도 3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팬데믹(pandemic·대유행)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앞서 ‘사례정의’ 개정에서도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례정의는 감염병 감시·대응 관리가 필요한 대상을 특정한 것으로 정의에 따라 확진자를 더 많이 찾아낼 수 있다. 보건 당국은 지난 7일 5번째 개정 후 일주일 넘게 이를 유지하다가, 16일 서울 종로구에서 감염원을 알 수 없는 29, 30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야 사례정의를 재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개정 의사를 밝힌 뒤 나흘간 대구와 수도권 등지에서 확진자가 50여 명이나 급증했다.

정부가 뒤늦게 사례정의 개정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1일 확인된 12번 확진자는 일본에서, 4일 확인된 16, 17번 확진자는 각각 태국과 싱가포르에서 입국했다. 정부는 사례를 확인한 뒤 7일에서야 ‘중국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도 검사’하라는 내용의 5번째 사례정의 개정을 내놨다. 이미 첫 사례가 나타난 이후 일주일간 신종 코로나 확진자 발생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이 입국한 뒤였다.

출입국 관리에서도 정부는 늦은 대응으로 빈축을 샀다.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위생건강위원회는 1월 1일 신종 코로나에 따른 폐렴 환자가 발생한 화난(華南)시장을 폐쇄했다. 중국 당국에서도 사태 심각성을 인정한 셈이었다. 우리 정부는 이에 1월 8일부터 우한시 항공편의 국내 입국자만을 대상으로 ‘게이트 검역’을 실시했다. 당시 김우주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베이징, 상하이 등을 거쳐 오는 입국자도 면밀히 검사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한 달이 지난 2월 2일에서야 2주 내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4일부터 금지한다는 내용의 발표를 내놨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선형·윤정아·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