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2020년은 해양관광 도약 元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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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귀 前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세한대 교수

중국 우한(武漢)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온 국민의 관심도 감염 예방에 쏠려 있다. 그렇더라도 정부로서는 신종 코로나 극복 이후의 ‘먹거리’를 챙기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최근 관광시장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경험소비’만 해도 그렇다. 주로 감상만 하는 관광에서 벗어나 직접 색다른 경험을 해 보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국내 해양관광에서도 서핑·요트·수중레저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기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해양관광 시장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매우 반가운 일이다.

과거 해양관광은 해수욕 위주의 해변 관광이 주류를 이뤘었다. 그러나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바다낚시가 인기를 끄는 등 국민소득 4만 달러를 향하는 이 시대에 이러한 패턴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바닷속 세상을 카메라가 생생하게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직접 바닷속을 탐험하고 싶어 한다. 또, 보드 하나만 들고 파도에 몸을 맡기는 ‘서핑’의 인기도 급상승하는 중이다. 해변이 아닌 직접 바다로 뛰어드는, 모험적 체험을 즐기려는 새로운 경향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과거에는 휴가일이 적어 관광 수요 확산이 어려웠다. 특히, 추운 날이 많아 비수기가 길었던 것도 관광 활성화의 큰 장애 요인이었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 등 새로운 환경 변화로 인해 이러한 장애 요인들도 해소되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관광 수요를 육상에서 다 충족하긴 어렵고, 바다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기도 하다.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동·서·남해가 갖는 특성에 따라 지역별로 특화된 해양관광 공간 조성이 요구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1만2000㎞ 해안선뿐만 아니라, 3000개가 넘는 섬, 육지의 4배에 해당하는 바다의 수역들이 일부만 이용되고 있고, 아직 많은 바다 자원이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 바다는 남태평양·호주·지중해 등 해외 유명 관광지 못지않은 우수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를 잘 특화시켜 개발할 때, 그 잠재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앞으로, 급증하는 해양관광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지역별로 특화된 인프라를 구축하고, 다양한 해양관광 콘텐츠의 개발, 해양 레저스포츠 저변 확대 등 최근 트렌드를 고려한 해양관광 정책의 입안이 요구된다.

다행히 해양관광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해양수산부는 우선 2023년까지 우리나라의 해역별 특성에 따라 7대 권역을 선정하고 권역별 해양 레저관광 거점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밖에, 새로운 해양관광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는 해양 치유 구상 외에도 우리나라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전국 일주 바닷길인 ‘K-오션루트(K-Ocean Route)’ 구상, 연안 크루즈를 통한 섬 관광 활성화 구상 등은 해역별 해양관광 공간을 다양한 콘텐츠로 연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서해안과 남해안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와 충남 태안반도 북쪽의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 등을 통해 해양 생태계 및 환경적 가치를 존중하는 지속 가능한 해양관광 패러다임이 도입될 것이다.

이러한 계획들이 국민이 바다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물리적 장벽을 해소하면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지구온난화 심화에 따른 새로운 해양관광 수요에도 부응하는 공급 정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은 새로운 정책 도입으로 바다를 더욱더 적극적으로 느끼고 즐기는 해양관광 도약의 원년(元年)이 될 것이다. 더 많은 국민이 바다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해양 친수(親水) 문화가 확산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