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대한민국 불공정 리포트>30代때 정계 진출해 20년째 지위 유지… 후배세대 성장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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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공정성연구회 분석 - 7 권력 장악한 86세대

靑 비서관급 이상 77.4%
與 경선후보 69.7% 차지
당정청서 ‘과잉대표’ 양상

1990년대부터 우월적 지위
기득권 헤게모니 손에 쥐고
20·30·40代 기회 빼앗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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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86세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가 과잉 대표되는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20∼30대 청년층은 물론 ‘포스트 86세대’로 불리는 40대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6세대가 30대였던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진출해 최대 파벌로 성장한 것과 달리 이들의 후배 세대는 여전히 소수자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86세대 퇴진론’에 힘이 실리고 있음에도 각 정당의 공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오는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새롭게 출범할 21대 국회에서도 86세대가 최대 파벌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86세대, 정치권 최대 비율 차지 = 24일 문화일보가 21대 총선 예비후보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81명 중 48.1%를 차지하는 39명이 86세대였다. 경선이 확정된 89개 지역구의 민주당 예비후보 가운데서는 경선 대상 후보 198명 중 절반을 훌쩍 넘는 138명(69.7%)이 86세대에 해당했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경선이 확정된 지역 8곳의 후보 18명 중 12명(66.7%)과 공천이 확정된 24명 중 9명(37.5%)이 86세대다. 각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민주당의 경우 이인영 원내대표가 86세대에 속한다. 통합당에는 김재원 정책위의장과 조경태·정미경 최고위원 등이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비서실과 정책실 상황도 비슷하다. 공석인 경제보좌관을 제외한 비서관급 이상 인사 53명 중 77.4%를 차지하는 41명이 86세대로 분류된다.

1990년대 30대의 나이로 처음 국회에 들어온 86세대가 20대 국회에도 최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86세대의 ‘과잉 대표’와 ‘장기 집권’ 현상을 잘 보여준다. 이들 세대가 이른 나이에 정치권에 들어와 다른 세대보다 오랫동안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이들의 후배 세대에 상대적으로 적은 기회가 돌아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86세대에 속하는 50대 유권자들조차 86세대 정치인 퇴진론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문화일보가 지난 9∼10일 전국 거주 만 50∼59세 유권자 1007명(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실시한 타깃 여론조사에서 ‘86세대 퇴진론’에 얼마나 공감하는지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4%(매우 공감 29.9%·공감 43.5%)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86세대는 특히 현재 여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민낯이 드러났다”는 비판을 받고 퇴진 요구도 받았지만, 21대 총선에서 이들이 대규모로 퇴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에서도 86세대가 최대 비율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청년 정치인, 21대 국회엔 입성할까 = 86세대가 건재하다는 것은 20∼30대의 국회 입성이 여전히 녹록지 않을 것을 보여준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청년 정치 신인’을 등용하겠다며 앞다퉈 공천 가산점 제도를 발표했지만, 이미 대거 포진해 있는 ‘86세대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러다 이번 총선도 결국 20대 당선인 1명(국민의당 김수민), 30대 당선인 2명(민주당 김해영·새누리당 신보라)을 배출하는 데 그친 20대 총선의 재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일 기준 21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자 2277명 중에서도 20대 후보자는 18명(0.79%), 30대 후보자는 86명(3.78%)에 불과하다.

‘청년 정치 신인’을 대표할 만한 인재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민주당의 경우 2호 영입 인재였던 원종건(27) 씨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의혹으로 사퇴했다. 통합당도 1호 인재로 체육계 첫 ‘미투’를 알린 김은희(29) 테니스 코치를 영입했지만, 청년으로서의 이미지보다는 여성 표심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당이 공천 가산점 등 제도를 고민하고 있지만, 86세대가 기존 정치권 안에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만큼 그 문턱을 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치권이 선거 때만 되면 외부에서 영입할 게 아니라 내부에서 청년들을 육성해 세대 간 균형을 이루려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유진·김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