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속 ‘이세영’처럼 되겠다는 문자 받고 너무 기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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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브리그’ 끝마친 박은빈

“여성의 한계 깨는 캐릭터
당찬 모습 좋아해줘 감사
이젠 로맨스 연기 하고싶어”

“‘이세영처럼 되겠다’는 문자, 캡처까지 해놨죠.”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SBS 금토극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에서 운영팀장 역을 맡았던 배우 박은빈(사진)은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프로야구단의 30대 여성 운영팀장. 실제 야구계에서는 아직 전례가 없다. 하지만 박은빈이 그린 당차고 전문적인 운영팀장의 모습은 프로야구단 프런트를 꿈꾸는 여러 꿈나무들의 마음에 불을 댕겼다.

24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은빈은 “아무래도 스포츠계에는 여성이 진입하기 힘든 장벽이 있어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이세영의 모습을 보고 꿈을 꾸게 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진로를 확정 못하고 주춤했는데, ‘나도 저런 사람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시청자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너무 고마워 캡처까지 해놓았다”고 말했다.

인터뷰장에 들어서는 박은빈은 두툼한 노트와 펜을 쥐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신경 쓰이시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터뷰를 진행할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묻는 그의 태도에서는 꼼꼼하게 구단을 살피는 이세영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박은빈의 실제 삶 역시 이세영과 비슷할 것이란 느낌이 강했다. 이에 대해 박은빈은 “작가님은 시청자들이 이세영의 시선으로 ‘스토브리그’를 보면서 감정 이입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활력을 불어넣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며 “(백승수 단장 역을 맡은) 남궁민 선배님과 감독님은 제게 ‘청량하다’고 말하더라. 제가 봐도 탁한 이미지는 아닌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스토브리그’에서 이세영이 ‘불’이었다면 백승수는 ‘물’이었다. 때때로 열정이 지나칠 때는 백승수가 진정시키고, 또 가끔은 이세영의 열정이 지나치게 차가운 백승수에게 의욕을 불어넣었다. 버릇없는 선수와 연봉 협상하는 과정에서 이세영이 “선은 니(너)가 넘었어!”라고 외치는 장면은 ‘스토브리그’의 백미로 꼽힌다. 그는 “시원하게 지를지, 한 템포 쉬고 정중하게 말할지 고민하다가 전자를 택했다”며 “절제된 모습을 보이던 이세영이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질러준 것에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998년, 6세의 나이에 드라마 ‘백야 3.98’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2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드라마 ‘청춘 시대’에서 풋풋한 20대 여성의 매력을 뽐내던 그는 ‘스토브리그’에서는 완숙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까지 섭렵하며 ‘아역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완벽하게 뗐다. 다음 그의 행보는 어느 쪽일까? 박은빈은 “10대는 참 치열하고 바빴는데, 20대도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 싶다. 적어도 제게 2019년은 ‘스토브리그’로 기억될 것 같다”며 “성인이 된 후 본격적인 로맨스 연기를 해보지 못해, 극 중에서 사랑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