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病亂 부른 ‘무책임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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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포괄안보시대, 전쟁과 사이버테러, 신종 감염병 바이러스 위협 등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정부의 첫 번째 임무다. 초국가적 재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코리아 포비아’라는 참담한 사태를 초래한 원인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방역·경제·정치라는 3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과욕과 오판, 오기 정치와 무능한 위기관리 능력이 사상 초유의 ‘코로나 병란(病亂)’을 초래한 원인이다.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국민을 희망고문하는 일이 재발돼선 안된다.

첫째, 이 정부는 방역의 핵심인 초기 바이러스 유입 원천 차단을 권고하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전문가 집단의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의견을 6차례나 무시하고 한발 늦은 뒷북대응으로 화를 키웠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마저 지난 18일 “중국에서 들어온 여행객들이 먼저 경증으로 발병했고 그로 인해 2차 전파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방역망에 걸려들지 않은 ‘그림자 환자’들에 의한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청와대·내각에 의해 깡그리 무시됐다. 매일 수만 명씩 입국한 중국인 등이 방역망을 뚫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문 대통령은 2015년 6월 야당 대표 시절 메르스 사태 때 “슈퍼 전파자는 정부 자신이었다”고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코로나19 제1슈퍼 전파자는 ‘신천지’가 아니라 문 정부 자신임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둘째,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내수 위축 등 경제 살리기라는 두 번째 토끼를 잡으려는 과욕 탓에 방역과 경제 둘 다 놓칠 처지에 놓였다. 총선에 악재가 될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의도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국민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 베트남·몽골은 대중 교역 축소 등 경제를 희생하면서까지 초기부터 중화권 입국 금지를 비롯한 과감한 봉쇄정책으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코로나19 모범극복 국가로 찬사를 받고 경제 회복의 전기도 마련한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중국인 입국 전면봉쇄 조치를 취한 41개국 국가의 확진자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는 반면, 경제 회복에 집착하다 부분 봉쇄에 그친 한국·일본은 지역 및 전국적 전파 위기에 놓였고, 리더십 부재를 드러냈다.

셋째, 정부가 올인하고 있는 총선 승리를 위한 정치적 판단이란 세 번째 토끼마저 놓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연초부터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통한 남북 관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울 답방 가능성을 염두에 둔 외교·안보 성과에 집착했다. 중국 눈치보기라는 정무적 판단으로 과학의 영역인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결과 대재앙의 화를 키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청와대 내각은 정책에 깊숙이 개입하면서도 실패에는 책임지지 않는 치명적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친중 성향 청와대 실세 참모들이 총선 승리 전략에 집착한 나머지 중국 눈치 보기로, 방역에 구멍이 뚫린다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묵살했다는 의혹에 대해 국회 청문회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마이웨이로 치닫는 게 청와대 내각의 전매특허가 되면, 돌아오는 건 국가적 대재앙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