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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26일(水)
‘아일랜드 통일’ 기치로 돌풍…‘IRA 후예’ 꼬리표 聯政엔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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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루 맥도널드 신페인당 대표
■ 아일랜드 총선서 약진… 집권 노리는 ‘신페인당’

총선서 160석중 37석 획득
브렉시트 불안감 커지면서
국가 지킬 적임자로 선택 돼
주거·의료·복지 공약 ‘주효’
암울한 경제 상황도 큰 영향

공화당 등 연정 거부 고수에
신페인당 “IRA 없다” 주장
‘이미지 쇄신’에 적극 나서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브렉시트가 공교롭게 아일랜드의 통일 기류를 촉발시켰다. 아일랜드 총선거에서 신페인(Sinn Fein·우리 스스로라는 뜻)당이 승리를 거둔 뒤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금은 제도권 정당으로 자리 잡았는데 과거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북아일랜드 통합을 외치며 무장투쟁을 전개했던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후예다.

당수인 메리 루 맥도널드 신페인당 대표는 총선에서의 1위 성적표를 토대로 집권을 노리고 있다. 맥도널드 대표는 25일에도 다른 정당을 상대로 연정 성사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브렉시트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지난 8일 총선에서 신페인당은 지지율 24.5%로 전체 160석 가운데 37석을 얻는 파란을 일으켰다. 전체 의석에선 공화당(피아나 페일·38석)에 1석 뒤졌지만 애초에 입후보자가 적은 데다 공화당에 의장 몫의 1석이 추가 배정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1위인 셈이다. 23일 신페인당원들은 수도 더블린에서 ‘연정 구성을 위한 가두 행진’으로 맥도널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IRA의 정치조직이라는 낙인 때문에 변방에만 머물러왔던 신페인당으로는 큰 성과다. 이처럼 신페인당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게 한 일등공신은 브렉시트다. 아일랜드 내에 퍼진 브렉시트 불안감은 IRA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모양새다. 신페인당이 공식적으로는 부정하지만 여전히 IRA 수뇌부가 당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아일랜드 여론조사에서 통일을 원한다는 응답은 80%에 달하는 상황이다.

◇브렉시트가 아일랜드의 ‘통일 욕구’ 자극 = 신페인당의 약진은 브렉시트로 국경선이 부활하면서 아일랜드 국민의 불안감을 크게 자극한 탓이 크다. 지난 1998년 영국과 아일랜드, 북아일랜드가 맺은 평화협정인 굿프라이데이협정(벨파스트 협정) 체결에는 공식적으로 미국이 중재했지만 당사자가 모두 EU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는 공감대가 큰 역할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당시 두 국가 모두 EU 회원국으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의 국경이 유명무실해진 만큼, 강경한 무장 투쟁까지 해가며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간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를 누그러뜨렸고, 현 상태를 유지하자는 협정을 용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영국의 브렉시트(1월 31일) 이후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에겐 ‘합쳐야 할 영토’로, 영국 입장에선 ‘사수해야 할 영토’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두지 않는 ‘안전장치(백스톱) 안’을 EU와 합의했는데 영국 하원에서 세 차례나 부결됐다. 신임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보다 강화된 국경선 구성을 구상했고 지난 2017년부터 보수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던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은 존슨 총리의 안을 용납할 수 없다며 연정 파기를 선언했다. 스테판 페리 DUP 부대표는 당시 “영국인들이 북아일랜드 및 아일랜드인들의 정체성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며 “아무리 다른 말로 포장하더라도 결국 국경이 다시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월 공개된 여론조사결과 아일랜드 국민의 80%가 ‘통일’을 원한다고 밝혔고, 신페인당은 집권할 경우 5년 내 통일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 북아일랜드 내 무장 통일세력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아일랜드 내 IRA는 사실상 와해됐다고 보지만 협정에 반대한 소수의 극단적 무장세력들은 여전히 잔존해 있다. 북아일랜드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준군사적 규모의 폭력사건 피해자는 67명으로 전년도의 51명에 비해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독립 보고 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준군사 조직과 관련된 폭력사건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4월 북아일랜드에서 일어난 대규모 폭력시위 당시 이를 취재하던 여기자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브렉시트 피해는 영국보다 아일랜드가 더 커 = 이같이 통일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커진 데에는 현재 아일랜드의 암울한 경제적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거기에 브렉시트로 아일랜드가 받을 경제적 타격과 혼란은 더 크다. 지난 1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전 세계 71개국 소재 기업 7333곳을 조사한 결과, 아일랜드 기업들이 브렉시트로 인한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아일랜드 기업들이 브렉시트 대책을 논의한 시간들은 영국 기업들보다 더 많았다. 르우벤대가 양국의 경제적 손실에 대한 연구를 집계한 결과 7개 연구결과 중 4개가 아일랜드의 손실이 영국보다 클 것으로 예상했다. 아일랜드의 대 EU 내 무역 대부분이 영국과 이뤄지기 때문이다. 영국과의 무역은 아일랜드 전체 수출의 11%, 수입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과의 무역관계 변화는 아일랜드에 큰 경제적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또한 오는 12월 31일까지 제대로 된 협상이 없는 ‘노 딜’이 확정된다면 아일랜드의 일자리 8만5000개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맥도널드 대표의 당권 장악 이후 당내 노선 수정도 지지율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 기존 신페인당의 간부급 정치인들과 달리 아일랜드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맥도널드 대표는 민족성을 강하게 드러내던 신페인당의 ‘정통성’ 대신 유권자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실리’를 택했다. 아일랜드의 낙태 금지법 철폐에 신페인당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후 젊은 지지층을 대폭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신페인당은 아일랜드의 통일보단 철저히 주거나 의료, 복지 등의 문제 개선을 위한 공약을 내세우면서 국민적 호감도를 넓혀나갔다. BBC는 “신페인당이 아일랜드에도 포퓰리즘을 상륙시켰다”고도 지적했다.

◇연정 구성 통한 집권에는 난관 많아 = 신페인당이 여전히 과반 의석 등을 얻어 집권까지 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1922년 이후 신페인당에서 분리돼 평화노선을 걸었던 전 집권당 민주통일당(피너 게일) 및 국민당과 달리 신페인당 당내 인사 상당수는 1969년 IRA를 결성해 무장투쟁을 이어갔고 이후 굿프라이데이협정까지 30년간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로 3500명 이상을 살해했다. 굿프라이데이 협정 이후 완전히 소멸했다고 주장하지만 신페인당은 지하로 숨어든 IRA의 영향력이 남아 있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 통일아일랜드당과 공화당은 IRA의 후신인 신페인당과 손잡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3일 신페인당의 맷 카시 의원은 “더 이상 신페인당에 IRA는 없다”며 이미지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거둬지지 않고 있다. 맥도널드 대표는 선거 후 좌파 성향 소수정당들과 연정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통일아일랜드당이나 공화당의 도움 없이 정부를 구성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만, 아일랜드 통일과 재정 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강한 야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정국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영국 언론은 내다보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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