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양승태>그리스 정치철학의 대가… 강의 때 ‘생각하는 훈련’ 가장 중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6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한국현대사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양승태(왼쪽 두번째) 이화여대 명예교수. 뉴시스

양승태 명예교수는

양승태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그리스 정치사상 연구의 대가로 꼽히며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철두철미한 원칙을 적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수업을 들은 제자들은 높은 수업 난도에 더해 한 학기 동안 휘몰아치는 그의 ‘지적 훈련’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양 교수는 지난 1984년 이화여대 정치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30년 넘게 같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져 학생들이 교실보다는 광장으로 나갔을 때도 그는 대학의 존엄성을 역설했다. 인간에게 제대로 생각하는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기는 대학 시절뿐이라는 지론에서였다.

당시 일부 학생은 그에게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그의 수업을 통해 정치사상을 배운 학생 중에는 ‘공부로 전향한’ 이들도 적지 않다.

대학 강의는 지식의 주입이 아닌 지성적 사고훈련을 하는 곳이며, 그 과정을 ‘정신적 두드려 맞음’이라고 표현했다. 20대 청년이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을 무너뜨리고 제대로 된 사고능력을 갖추려면 대학 수업에서 망신과 창피를 당하면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생각하는 훈련은 기본적으로 고전 읽기와 글쓰기 훈련 과정에서 선생에게 정신적으로 두드려 맞으면서 만들어진다”며 “(정치철학은) 인류의 지성이 세계와 인간을 근원적이고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양 교수는 공부하고 싶다는 이유로 정치학을 선택했고, 실제로 현실의 정치 현상보다도 그리스 지성사, 정치사상사, 국가 정체성 연구에 천착했다.

1960년대 엄혹한 시기에도 대학에서 정치사상을 배우며 자유로운 사고에 대해 생각했던 그가 ‘대한민국의 위기’를 들고 나왔을 때 많은 이가 의아해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생각하는 훈련’을 강조했던 양 교수의 평소 지론이 드러난다. 양 교수가 지적하는 대한민국 위기의 근원은 ‘정치적 아마추어리즘’과 ‘반지성주의적 피로감’인데, 이 또한 정치인들이 대학 시절 지적으로 두드려 맞는 체험을 하지 못한 한국 대학 교육의 오랜 적폐에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인간이 사유해야 한다는 게 뭔가 하는 신비한 ‘깨달음’을 준 플라톤을 최고의 정치철학자로 꼽으면서, 그의 책 ‘국가’를 2년 정도에 걸쳐 치밀하게 읽을 것을 권유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대학 시절 그에게 지식인의 표상이 무엇이고 인물이 크다는 게 무엇인지 처음으로 가늠하게 해준 스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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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대전 출생 △경기고,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노스웨스턴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편집이사 △한국정치사상학회 초대회장 △한국정치학회 정치사상분과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