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韓·美동맹 시름만 더 늘린 정경두 국방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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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70년을 맞은 6·25전쟁에서 함께 피를 흘리고 싸운 한·미 동맹의 구호는 ‘같이 갑시다’(go together)다. 하지만 워싱턴 DC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한국과 미국이 구호와는 달리 전혀 같이 갈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분위기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방미(23∼28일)에서 다시 한 번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재 한·미 양국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첨예한 문제는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과 한미 연합훈련이다.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양국 간 이견으로 교착 상태에 빠져 있고, 한미 연합훈련은 대북 정책 탓에 갈수록 축소되면서 한반도 방위태세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정 장관의 방미는 방위비분담금 협상 조율이나 한미 연합훈련 조정 문제 등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끌어낼 돌파구가 될지 관심을 끌었다. 정작 정 장관 방미는 오히려 시름을 늘렸다. 정 장관은 24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회담 뒤 기자회견을 했는데 방위비분담금을 둘러싼 깊은 골만 보여줬다. 에스퍼 장관은 정 장관을 옆에 세워놓고 발언 대부분을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증액 필요성을 언급하는 데 할애했다. 정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한미 연합훈련 축소 검토가 논의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도 향후 방위 역량 유지를 위한 만회 방안에 대해선 말이 없었다.

정 장관은 이번 방미와 관련해 “연초 한·미 국방장관 만남을 통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현안이 잘 진척될 수 있도록 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장관 방미가 보여준 건 양국 정부가 동맹이라는 점을 외부에 드러내는 행사에 대한 집착이었다. 한국 국방장관의 가장 큰 임무는 북한 위협을 분쇄하는 일이다. 이번 행보가 이에 걸맞은지는 의문이다. 북한 위협 대응이라는 한·미 동맹의 기본 목적은 미국 정부의 방위비 증액 요구와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용해되고 있다. 국방장관은 양측 눈치를 보느라 이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점만 보여줬다. 중국 제나라 정치가 관중은 “군주를 보면 그 나라를, 장군을 보면 그 군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우리 군은 어떤 모습인가.

김석 워싱턴 특파원 suk@munhwa.com